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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249th] 고사리 따기

레무이 2017. 5. 3. 17:41

할아버지는 근처의 산에 고사리를 따러 가는 것이 일과였다.


어렸을 때는 나도 할아버지와 함께 가곤했다.


중 1때의 여름 방학에도 할아버지와 함께 산에 갔다.


그 산에서는 옛날부터 '카미가쿠시*'의 전설이 있었다.


(*카미가쿠시: 신이 사람을 납치해 간다고 하는 일본의 전설, 지브리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도 카미가쿠시를 소재로 한다.)


그런 산에 들어가는 것인데도, 당시의 나에게는 무섭다기보다 신날 뿐이었다.



할아버지와 언제나처럼 (라고는 해도, 나는 일년에 1~2번 정도 밖에 따라가지 않았지만) 깊숙히 깊숙히 고사리를 찾아 들어갔다.


할아버지는 익숙한 모습으로 더 안쪽으로 들어갔다.


나는 점점 무서워져왔다. 작년은 이렇게까지 깊히 들어갔던가?


나는 할아버지에게 아직도 더 들어가야 하는거냐고 물었는데 할아버지는 괜찮다고만 대답하셨다.


원래부터 과묵한 할아버지이지만, 그렇더라도 그 때는 왠지 평소보다 쌀쌀맞다는 느낌이 들었다.


조금 불안해하면서도 할아버지를 따라갔다.


하지만 아무리 걸어도 할아버지는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나도 점점 지쳐갔고 할아버지와 멀리 떨어져서 황급히 따라가고, 다시금 힘들어서 거리가 멀어지기를 반복했다.


어떻게해서든 할아버지과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 필사적이었다.



문득 깨달아보니 할아버지도 나도 절벽 위에 서 있었다.


할아버지는 절벽에 다가갔다.


나는 불현듯 정신을 차리고 필사적으로 할아버지를 막으려고 했다.


그렇지만 할아버지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심상치 않은 힘 (할아버지는 몸집이 작은 편이셔서 힘은 그리 강하지 않았다) 나를 뿌리치려고 했다.


나는 순간적으로 가지고 있던 물통에 들어있던 차가운 차를 할아버지 머리에 죄다 부어버렸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깜짝 놀란 것 같은 얼굴로 나를 쳐다 보는 것이었다.


할아버지는 어째서 여기까지 온 것인지 영문을 몰랐고, 처음 온 곳이라고 말씀하셨다.



제정신으로 돌아온 할아버지와 함께 나는 근처를 방황하다가, 어떻게든 할아버지가 알고있는 장소를 찾을 수 있었다.


우리는 그대로 고사리는 따지 않고 할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갔다.


그랬더니 어머니에게 꽤 험악한 얼굴로 혼나고, 그 후에 굉장히 많이 울었다.


우리가 산에 들어가고 나서 꼬박 하루가 지났던 것이다.


하지만, 나도 할아버지도 겨우 몇 시간 정도 였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것을 듣고는 무척이나 놀랐다.


어머니는 우리가 행방불명인 동안에 이웃과 함께 산 주변을 수색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어서 경찰에 신고하려고 하던 참에, 할아버지가 내가 돌아왔다는 것이었다.



어쩌면 나와 할아버지는 '카미가쿠시' 된 상태였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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