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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247th] 와이라

레무이 2017. 5. 2. 01:40

친구의 이야기.



학창 시절, 추석 연휴에 고향에 귀향했을 때의 일이다.


고향은 소박한 산골이라서 여름에도 시원했기에 피서에 안성맞춤의 장소같은 곳이다.


조부모님 댁에서 신세를 지면서 언제나와 같이 한가롭게 지내던 어느 날.



마을의 변두리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무슨 일일까?"


라며 호기심에 이끌려 가까이 가봤다.


사정을 들어보니, 마을에서 가장 큰 나무에 어떤 무언가가 할퀸 자국이 생겼다는 것.


가리키는 곳을 보니 확실히 크게 파인 상처가 나무 줄기에 새겨져 있었다.


모든 자국들이 사람의 허리보다 높은 정도의 위치에 새겨져 있었다.


"곰이 한 짓인가요?"


조심스럽게 그렇게 물어 봤더니,


"아니, 이게 발톱 자국이라고 하면 곰보다 훨씬 큰 놈인 거야."


라는 대답.


놀라서 다른 마을 사람들의 얼굴을 둘러 보았지만 모두들 같은 의견인것 같았다.



그 표정을 본 이웃의 아저씨가 안심 시키듯이 어깨를 다독이며 말씀해 주었다.


"걱정하지 마라, 여기 마을에서는 가끔씩 나타나는 자국이야.


밭톱의 주인은 인간에게 목격 된 적도 해친 적도 없어.


사람을 피하는 성격인 것 같아.


뭐, 정체는 아무도 모르지만 말이야."


모여 있던 사람들도 두려워하는 모습이 아니라 '상당히 오랜만에 생긴 일이구먼'하는 느낌으로,


자국을 앞에 두고 예전에 있었던 여러가지 이야기에 빠져 있었던 것이었다.



그 중 한 사람이 이런 일을 말하기 시작했다.


"전에 학교에 방문했던, 훌륭한 선생님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는데. 이것은 '와이라'라는 동물이 남긴 흔적이래."


일동 감탄해서 술렁였고,


"과연 도시에서 공부 한 사람은 다르군. 잘 알고 있어."


"와이라인가... 필시 큰 발톱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 겠지."


그런 것을 각자가 이야기했다.


······그 선생님이라는 분은 '미즈키 시게루*의 요괴 책'을 자세히 읽어 본 사람이 아니었을까······.


(*미즈키 시게루: 요괴 만화를 그린 일본 만화가, 대표작은 게게게의 귀태랑)


친구는 그런 생각을 했지만, 굳이 말할 필요는 없었기 때문에, "굉장하네요"라고 함께 떠들었다고 한다.



그 후에도 귀향은 하고 있지만, 그 자국은 그 이후로는 생기지 않았다고 한다.


와이라를 목격한 사람도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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