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8th] 물고기 꿈

나는 할머니를 잘 따르는 아이여서 항상 할머니와 자곤 했어.

그런데 무서운 꿈을 꾸고 일어난 일이 있었어. 그때가 아마도 5살 쯤.

꿈의 내용은,

무너져가는 폐가 같은 것이 세 개 정도 있었고 그 앞에는 해자가 있었는데,

거기에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물고기가 헤엄 치고 있었던 거야.

처음에는 웃으며 달래주던 할머니였는데, "물고기"라고 말한 순간부터 안색이 바뀌었어.

그리고 한밤 중인데 어딘가로 전화를 하시는거야.

부모님도 일어나서는, 외출 준비를 하고있었어.

나도 졸린데도 갈아입게 해서, 아빠가 운전하는 차로 나갔어.

도착한 곳은 증조 할머니 댁(할머니의 친가)이었어.

할머니가 초인종을 누르니까 친척이 나왔고, "물고기로 알았으니까 왔다." 라고 말하시는거야.

증조 할머니의 방에 가니, 증조 할머니는 돌아가셨어.

눈도 입도 크게 열고 있어서, "아, 죽어있는구나"라는걸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어.

증조 할머니의 집에서는 돌아가신 증조 할머니와 그 친척 아줌마까지 둘이서 샐황했기 때문에,

우리 부모님과 할머니가 여러가지로 장례를 준비했어.

할머니가 가르쳐 주셨어.

"할미가 물고기의 꿈을 꿀 때마다 친척이 죽는단다. 하지만 이번에는 보지 못했어. 그런데 네가 그 대신에 물고기를 본거야"

그래서 어떻게 하라던가 하는건 아니였고, 나도 어쩐지 '그런가, 그런 것이구나' 라고 생각했어.

할머니와 따로 자게 되고 나서는, 할머니는 혼자 물고기의 꿈을 꾸고 계셨던 것 같아.

나도 먼 대학에 진학해서 집에서 나와 살게 되었어.

오랜만에 부모가 전화를 하셨는데, 할머니의 상태가 안좋기 때문에 돌아 오라고 말하시는거야.

입원이라도 하셨던 거냐고하면 그런 것은 아니었고, 치매같은 것도 없다고 했어.

하지만 신경이 쓰였기 때문에 귀성했어.

할머니의 방은 텅 비어있었어.

소중히하시던 옷도, 취미인 서예 도구도 아무것도 없이 그냥 이불 밖에 없었어.

부모님에 따르면, 갑자기 정리를 시작하셔서 장롱 등도 모두 정원에서 태워 버렸다고 하셨어.

"할머니, 무슨 일이 있었어?"

손자에게는 이야기 해주실까, 해서 물어봤어.

할머니는 말씀하셨어.

"물고기를 보았다. 하지만 그건 사실은 물고기가 아니었어. 해자도, 무너진 집도 마찬가지야."

그리고나서 할머니는 입을 굳게 닫으셨어.

할머니는 그날 밤 심장 마비로 돌아가셨어.

그날 밤, 나는 혼자서 물고기의 꿈을 꿨어.

폐가에는 예전에는 몰랐지만,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괴로워하는 것 같았어.

해자에는 물이라기보다는 깊은 도랑이었고, 빨간 듯 녹색인 듯한 불쾌한 색상의 액체로 채워져 있었어.

물고기의 지느러미가 보였어. 큰 물고기가 떠올라 오는거야. 사람의 얼굴 정도 크기의 비늘이 보였어.

아니야, 그건 사람의 얼굴이었어.

물고기가 땅을 울리며 튀어올랐어.

물고기는 물고기가 아니라, 시체들이 물고기의 형태로 모여있는 것이었어.

할머니와 증조 할머니의 얼굴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어..

하지만 어쩐지

"나도 죽으면, 그 물고기가 되는거구나."

라고 생각했어.

나도 신변 정리를 시작할까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