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번역 괴담

[271th] 배수관 점검

레무이 2017. 5. 21. 11:50

예전에 배수관 점검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지하에 내려가서, 관에 이상은 없는지 조사하는 일.


약간의 모험 같아서 매번 두근두근하면서 일했다.



일을 시작한지 얼마 안되었을 무렵,


"관에 들어가면 사람이 있을 수 있으니까 조심해."


라고 선배에게 말씀 들었다.


"사람을 발견하면 먼저 말을 걸고, 아무 말도 없이 도망가는 놈은 절대로 쫓지 마라."


라고.


여러번 내려가 봐서 알고 있었지만, 장소에 따라서는 사람이 살 수 있어 보이는 관이 있고,


거기 정착해 있는 부랑자와 조우하기도 했다.


부랑자는 보통은 위험하지 않지만, 그 때는 아직 좌익 과격파 따위가 서서히 활동하고 있었던 무렵이어서,


과격파가 거주했던 흔적도 발견한 적이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상당히 위험한 일이었다.



10미터 내려가면 완전히 캄캄해서, 솔직히 심령적으로도 상당히 무섭다.


한번은, 안쪽 벽 전체에 빽빽히 경문같은 글자가 쓰여져 있었던 때도 있었는데 오싹했다.



이러저러하며 즐겁게 일하던 어느 날, 강에 있는 어느 횡혈식 관의 안에 들어가는 일이 들어왔다.


이 타입의 관은 최심부까지 가면 배수관의 합류점에 도달 할 수 있다.


여러 곳에서 물이 푸악-하고 흐르고 있고, 안에는 거대한 폭포도 있고, 절경이라는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다.


그것을 보는 것은 즐거웠기에 의기양양하게 안으로 들어갔다.



20미터 정도 전진한 위치에서 안쪽에 그림자 같은 것을 발견했다.


"거기서 뭐하니"


라고 바로 말을 걸어봤는데 대답이 없다.


거기는 증수하면 물이 흐르는 곳이라서, 별로 사람이 들어갈 만한 장소가 아니다.


쓰레기 더미같은걸 착각했다던가, 그게아니면 뭔가를 잘못 본게 아닐까.


어쨌든 확인하기로했다.


가까이 가자, 역시 인간같은데, 미묘하게 움직이고 있어서,


"야, 위험 하니까 나와라."


라고 말을 걸면서 더욱 접근.


그러자 저쪽도 안쪽으로 도망간다. 왠지, 금속으로 벽을 두드리는 묘한 소리를 내면서.


조금 일에 익숙해져 있었던 나는, 붙잡아내려고 쫓아갔다.



하지만, 눈치채면 어느새 합류지점의 물이 모이는 곳까지 나와버렸고, 하마터면 떨어질 뻔했다.


게다가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고, 폭포 소리와 캉-캉-하는 소리 만이 메아리치고 있었다.


당황해서 그 자리에서 도망치고,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선배에게 그 이야기를 하면,


"그래서 쫓지 말라고 했잖아."


라고 꾸지람 들었다.


나 말고도 몇몇인가 본 사람이 있는 듯, 업계에서는 유명한 이야기 였던 것 같다.



나는 그 사건으로 관에 들어가는 것이 무서워져서 그만두고 말았다.

'번역 괴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273th] 제니 인형  (0) 2017.05.24
[272th] 한 쪽 다리가 망가진 인형  (0) 2017.05.24
[270th] 산신 님  (0) 2017.05.20
[269th] 교통 사고로 죽은 가족  (0) 2017.05.20
[268th] 물고기 꿈  (0) 2017.05.19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