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6th] 단풍 놀이하러 갔을 때

내가 대학에 다니던 20년 전의 이야기.

친구가 박스카를 산 기념으로 여자사람친구들과 함께 단풍 놀이 하러 갔다.

산속에 호수가 있고 산책할 만한 곳이었는데, 상당히 유명한 곳이라고 했다.

통나무 계단이나 난간이 만들어 있는 등 정비되어 있어서 걷기 쉬웠고, 기온도 딱 좋고 정말 기분 좋았다.

잠시 걷다보니 노란색과 검은색으로 된 로프가 엄중하게 쳐져있어 통행 금지인 곳이 있었다.

코스를 따라 가다보니 그쪽으로 와버렸는데,

이쪽으로 오지 말라고 물리적으로 막아둔 것이긴 했지만, 로프가 매어있는 나무를 좀 올라가면 넘을 수 있을 만한, 운동 신경이 있다면 갈 수 있는 느낌.

단풍도 질리기 시작했기 때문에, 나는 그 너머로 굳이 가보기로 했다.

운동 신경에 자신이 있고, 여자들에게 멋지게 보이고 싶었다.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너무 깊이 들어가지 않겠다고 로프를 넘어 들어갔다.

그랬더니 의외로 바로 벼랑이 되어있어서,

떨어지면 30~40M 아래 호수에 빠지게 되는, 화요 서스펜스에 나올 것 같은 곳이었다.

뭐 확실히 위험하지만 별 것도 아니구나-라고 생각하며 주변을 보니, 절벽 쪽의 나무 밑둥에 사진이 끼워진 액자가 절벽 방향으로 놓여있는 것을 발견 했다.

절벽 쪽의 액자는 평범한 가족 사진이었고 웃는 얼굴의 아버지, 어머니, 자녀까지 3명이 찍혀 있었다.

혹시나해서 주위를 둘러봤는데 꽃이라거나 향은 없었다.

하지만 액자는 아무렇게나 버려진 모양은 아니었다.

조금 소름이 끼쳐서 곧바로 친구들의 곁으로 돌아갔다.

모두 먼저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어보길래,

"절벽이 있고, 사진이 있고, 꽃이 놓여 있었다"라고 장난으로 진짜 이야기에 조금 거짓말을 부풀려서 대답했다.

장난은 대단하게 실패였다.

여자 아이들은 저주받지 않을까 하며 금방이라도 울 것 처럼 무서워했다.

그럭저럭 '특별히 나쁜짓 한 건 아니잖아.' 라고 말하고는 나머지 코스를 걷고 차량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먼저 차에 올라탄 여자애가 절규했다.

곧바로 차를 보자, 뒷좌석에 액자가 놓여있었다.

등골이 얼어붙었다. 확실히 기억나지는 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절벽에 있던 것과 똑같아 보였다.

연쇄적으로 다른 여자들도 비명을 지르고 아비규환의 지옥도가 펼쳐졌다. 남자들도 모두 망연자실한 상태.

어떻게든 자동차의 주인인 친구가 "내 친척의 사진이야. 미안. 미안"하고 상황을 바로잡고,

용감하게 액자를 트렁크에 넣었다.

무리한 지원사격이었지만, 당장은 괜찮아졌고, 어떻게든 무사히 귀가했다.

다음날 그와 만났는데, 어제의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았다.

액자가 아무래도 신경쓰였기 때문에 물어보았지만, 트렁크는 커녕 차안 어디에도 없었다고 한다.

그날 그가 마구 찍어댔던 인스턴트 카메라의 사진을 졸업할 때까지도 나눠주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나보다 더 엄청난 것을 보았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