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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가 아직 어렸던 시절의 이야기.
그 때의 할아버지는 매년 여름 방학이 되면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사는 시골, 풍부한 산록의 마을에 가족모두 방문했다고 한다.
그 해에도 할아버지는 농촌에 가서, 여러 놀이를 잘 아는 당시 초등학교 고학년이었던 형과 매일 매일 아침부터 해가 질 때까지 놀곤 했다.
어느 날, 논을 따라 나 있는 길을 형과 벌레 망을 가지고 걷고 있었다.
어렸던 할아버지는 눈앞에 펼쳐진 멋들어지게 푸르른 벼의 물결에 감동하여 무심코,
"멋지다. 이게 전부 쌀이 되는걸까"
라고 소리내어 말했다.
그러자,
"그렇지. 이 마을의 모두가 일년 동안 먹을만큼 말이야."
라며 할아버지의 밀짚 모자에 손을 올렸다.
잠시 둘이서 그 풍경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형이 입을 열었다.
"저기, 켄지(할아버지의 이름). [자는 벼를 깨우지 말아라] 라는 말 알고 있어?"
갑작스런 질문에 할아버지는 당황하면서도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자는 벼]는 이 마을에 전해지는 선문답 같은 것이야. [벼가 잠든 것 처럼 이삭을 숙여도 병든 것이 아니니까 헛 걱정은 하지 말라]는 의미를 가지는 말이지."
"헤에..."
라고 할아버지는 놀라움과 납득이 섞인 듯한 대답을 했다.
이 벼가 모두들 자는 것이라고 생각하자 정말 뭐라 말할 수 없는 이상한 기분이 되었다고 한다.
그날 밤 저녁 밥을 먹고 할아버지가 툇마루에서 기분 좋은 포만감을 느끼고 있을 때, 갑자기 형의 목소리가 들렸다.
"켄지, 불꽃놀이 할래?"
뒤돌아 보면 큰 가방을 들고있는 형이 서있었다.
할아버지는 즉시 "그래"라고 대답했다.
이 나이의 아이들은 집안에서는 항상 지루함을 느끼는 것이다.
두 사람은 신발을 신고는, "슬슬 어두워지니까. 조심하거라-"라는 당부를 뒤로하고 밖으로 나갔다.
논 길을 불꽃 놀이를 하면서 걸었다.
빨간색과 노란색의 불꽃에 넋을 잃으며 종종 불을 붙이려 멈췄다.
그대로 일대를 산책 할까 하던 때 였다.
할아버지가 특별히 큰 불꽃을 기뻐하며 휘두르고 있는데, 근처의 민가에서 창문을 열고 어떤 할아버지가 소리쳤다.
"이런 애새끼들! 그런거 휘두르다가 벼가 불타면 어쩔거냐!"
갑자기 모르는 어른이 고함을 쳐서 할아버지는 물론 형도 깜짝, 울상이 되어 도망쳤다.
할아버지는 지금도, 집에 돌아와서 형이,
"그 노인네. 두고보자."
라고 중얼 거리던 것을 기억한다.
- 심야에 할아버지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눈을 떴다.
눈을 뜨자 서서히 윤곽이 보이는 어둠 속으로 형의 얼굴이 보였다고 한다.
"이봐. 재미있는 것이 생각났다구."
도대체 무엇을 이런 한밤 중에 떠올린 것인가.
"지금부터 그 노인네의 논에 가서 허수아비를 뽑아버릴거라고.. 켄지도 갈래?"
할아버지는 너무 놀라 필사적으로 고개를 흔들며 거부했다.
"그런가, 안가는건가. 그래도 괜찮아. 절대로, 어른들에게 내가 했다는거, 이르지는 않은거지?"
할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형 혼자서 다녀 오는 것일까?
형이 방을 나가는 기척을 느낀 것을 마지막으로, 또다시 할아버지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 다음날 아침.
뭔가 나쁜 꿈을 꾼 것 같다.
할아버지는 눈을 문지르며 가족이 기다리는 1층으로 내려갔다.
이상하게 조용하다. 그보다 아무도 없었다.
할아버지는 나쁜 예감이 들었다.
형이 붙잡혀버린게 아닐까?
잠옷인 채로 서둘러 짚신을 신고, 밖으로 뛰어나갔다.
논을 따라 난 길을 달린다.
이윽고 그 농가가 가까워지자 이상하게도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나쁜 예감은 점점 강해져, 사람들의 틈을 필사적으로 헤쳐낸 할아버지는 논을 보았다.
- 거기에는 허수아비가 있었다.
아니, 형이었다.
양발을 논의 진흙에 틀어박고는, 양손을 균형을 맞추듯 수평으로 들고있었다.
입에서 침이 늘어져 있고, 눈의 초점은 없었다.
"형이야······?"
할아버지는 그렇게 말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가족은 형을 집에 끌듯이 데려왔고, 심각한 얼굴로 이야기 했다.
"자는 벼를 깨웠구나···"
"저건 실성해버렸어···"
어린 할아버지는 무슨 일인지 알 수 없었다.
결국 할아버지는 아무 것도 모른 채, 그 해에는 예정보다 빨리 집으로 돌아갔고,
이젠 매년 형이 사는 시골에 갈 일은 없다고 한다.
"자는 벼를 깨우지 말아라"
이 말의 진의를 할아버지가 알게 된 것은 형의 장례식을 위해 마지막으로 시골에 갔을 때.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절대로, [벼가 이삭 숙여도~]라는 것이 아니었다.
"초목도 잠을 자는 한밤 중에, 논에 가서는 안된다."
라는 마을의 암묵적인 규칙이었던 것이다.
한밤 중의 논에 갔던 형.
금기를 저질렀던 형에게 그날 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어쩌면, 괴물에게 습격당한 것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인간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정체를 가지는 전승은 지역 곳곳에 조용히 숨을 죽이고 있다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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