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4th] 죽은 거리

영상 제작 전문 학교가 있는데, 나는 거기에서 강사의 조수 같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1학년 수업에서,

'카메라를 주고, 강사가 정한 주제에 따라 다음 수업 날까지 영상을 찍어 온다'

라는 것이 있어요.

그리고, 그 선생님의 제 1회 수업 과제의 테마는 항상 같았습니다.

"죽은 거리"

라는 주제예요.

그리고, 이 수업의 목적은

"고객의 막연한 요구에 어떻게 구체적인 영상으로 답하여 납득시킬 것인가" 같은 것을 공부하는 수업이었고,

이번 죽은 거리의 경우라면 가장 흔하다고 하면 퇴락해 보이는 영상을 찍어 오면 되는 셈입니다.

하지만 학생들은 모두 아직 학교에 들어와서 반년 정도 밖에 경과하지 않은, 아마추어나 다름없는 인간이기 때문에,

그런 의도는 좀처럼 짐작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상당히 이상한 것을 모두들 찍어 오더라고요.

죽은 벌레를 찍어오고, 자살하는 사람의 단편 드라마를 만들어 보거나.

어느 학생이 찍어 온 영상 속에 한가지, 묘한 것이 섞여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영상에는 "별관"이라고 하는, 우리 학교의 부지 내에 건물이 비치고 있는데,

황혼 무렵에 학생들이 카메라를 가지고 그 빌딩 속을 걸으며 여기에서 여자가 자살했다거나, 귀신 운운하는 이야기를 끝없이 한다는 것.

뭐 어쩐지 실화 괴담 같은 기이한 괴짜 영상이었습니다.

결말이 상당히 잘되어있어서,

최상층의 교실에서 괴담 이야기가 끝난 후에,

카메라가 갑자기 앵글을 바꾸고 고정되고나서 화면 상단에 창문이 비치고 있었습니다만,

그 창문 밖에 여자가 붙어있는 겁니다.

창문에 손을 바짝 붙이고...

즉, "귀신이야기를 하면 실제로 귀신이 나와버린다."라는 결말을 붙인 것이라고 생각해서 감탄했죠.

창 밖도 어두워졌고 카메라의 초점이 그 여자에게 맞지 않기 때문에,

표정 따위도 좀 흐릿해서 알 수 없어서 그것도 귀신같고, 정말 무서웠네요.

그래서 다음번 수업이 끝나고,

"지난번 그 주제에서 벗어났지만 흥미로웠어."

그런식으로 말하고는 그것을 찍은 학생과 대화했습니다.

그렇게 말하고있는 사이에 묘한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는 "창밖의 여자같은건 몰라요"라고 하더라고요.

"물론, 그 빌딩에서 괴담을 하면서 찍은 건 맞지만, 결말 후에 그 창문이 비치는 컷은 단순히 촬영을 마치고 카메라를 바닥에 놓을 때 녹화 스위치를 끄지 않았을 뿐,

짐을 정리를 마쳤을 때 카메라가 돌고있는 것을 깨닫고 카메라를 중지했지만,

아직 본인은 편집 장비는 사용하지 못하고, 그 위에 다른 영상을 덮어씌우는 것도 이상해서 그 상태로 과제를 제출해 버렸을 뿐이다."

라고 하는겁니다.

나는 틀림없이 그 학생이 나를 겁주려고, 결말의 일을 숨기는거구나라고 생각하고,

"그 여자는 여친?" 라거나,

"저런 높은 곳의 창밖에 서있게 하다니, 화나게 하진 않았어?"라든가, 놀렸습니다.

그러자 그가 "무슨 말을하는겁니까!"라고 분노하기 시작해서,

함께 그가 찍어온 작품을 편집실에서 보기로 했죠.

그리고, 여자가 비치는 장면을 보며, 내가 '이것 보라고!' 하며 창문 쪽을 가리키자, 그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이 되어,

"이런 건 찍지 않았어!"

"나는 모릅니다."

라고 말하고는, 그대로 돌아가 버렸습니다.

그리고, 나는 혼자 편집실에 남겨진 채로,

"끝까지 연기 잘 하는 녀석이구나."라고 히죽히죽대면서 그가 찍은 창밖의 여자의 영상을 보고있었는데,

그러다가 눈치챘습니다.

영상에 비치고 있는 교실의 창문의 크기로부터 역산해보니, 그 여자의 얼굴 크기가 70cm 정도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