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th] 희고 밋밋한 것

고교 시절부터 현재 (27 세)까지 매일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자주 다니는 길이라서,

그날도 딱히 아무 생각도 하지않고 자가용으로 출근.

이 때는 아무 일도 없었다.

문제는 퇴근 길.

그날은 급한 일로 조금 귀가가 늦어졌다. (23 시경)

가로등도 별로 없고 시간도 시간이므로 차도 거의 없었고, 물론 보행자는 한 명도 없었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한 명, 키가 큰 사람이 횡단 보도 앞에 멈추어 서있었다.

이런 시간에 이런 어두운 길을 산책하는구나~ 유별난 사람이네~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차에서 신호등이 녹색이 되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니 신기하다.

내가 자동차 용 신호에 걸려 멈춰 있으니까 보행자 신호가 파랑일 텐데 왜 건너지 않는거야?

어둡기 때문에 눈을 뜨고 그 사람을 보니 전신 흰색.

흰 옷을 입고 있는 그런 것이 아니라, 오로지 흰색.

다음 순간 나는 오싹했다. 이 녀석 양팔이 없어!

게다가 키가 크다는 차원의 이야기가 아니다, 엄청낙 가늘고 길다.

나중에 생각해 보면 얼굴까지 하얗고 밋밋한 모양이었던 기분이 든다.

섬뜩하더라도 어쩔 수 없었는데, 신호가 파란색으로 된 순간 나는 악셀을 꽉 밟고 급발진.

저런 것을 본 것은 처음 이었기 때문에 한시라도 빨리 그 자리를 떠나고 싶었다.

사이드 미러에 비친 하얀 녀석이 점점 작아져갔다,

흔해빠진 괴담처럼 쫓아오는 기색도 없어서 나는 안심했지만, 몸의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따뜻한 음료라도 사려고 바이패스 길에 있는 세븐일레븐에 차를 주차.

차에서 내렸는데,

근처의 버스 정류장에 녀석이 있었다.

이쪽을 보고 있는지 여부는 전혀 알 수 없었지만, 편의점의 빛 때문에 조금 더 선명하게 녀석의 모습이 보였다.

역시 양팔이 없었으며, 상체만 좌우로 흔들흔들 흔들거리고 있다.

'위험하다'

직관적으로 그렇게 생각한 나는, 막 내린 차에 뛰어 올라 타고 집까지 돌아갔다.

집에 도망치듯 달려가 보니 거실에 어머니가 앉아 있었다.

어머니가 돌아서서 나에게 말했다.

"너 무슨 일 있었어? 코피 흘리고 있잖아."

코피가 나온 건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그 녀석의 탓인지, 공포에 질려서 코피가 나온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우연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그 길은 다시는 사용하지 않는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저 녀석을 처음 목격한 교차로의 조금 안쪽에는 계단이 있고,

그 곳에는 잔디가 무성하게 자라 관리가 전혀되지 않은 신사가 있다.

그 녀석은 그 신사와 관련된 무언가일지도 모른다.

문장으로 써보니 전혀 무섭지 않네요.

하지만 실제로 체험해서 뭐라 할 수 없게 무서웠기 때문에 써올려봤습니다.

신통찮은 글이라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