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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302nd] 신이시여

레무이 2017. 6. 22. 02:11

내가 아직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의 이야기이다.



그 무렵에는 빌라에 살고 있었는데, 우리집 바로 아래 층에 동급생 A가 이사왔다.


특별히 사이좋지는 않았지만 집이 한 층 차이이고 같은 학교였기 때문에 나름대로 친해지게 되었다.



어느 날 A가 "우리 집에는 신이있다"고 말했다.


나는 별로 신경쓰지 않았지만, 그날 저녁 식사 때 무심코 그 말을 부모님에게 말씀드렸다.


그러자 어머니는 A의 집이 수상한 종교 단체에 들어가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셨다.


A의 어머니는 대부분 집에서 나오지 않고, 그 종교 단체의 회의 때만 외출한다는 느낌이었으며,


시간을 불문하고 아래층에서 이상한 기도가 들려와서, 기분이 몹시 안좋다고 하셨다.




며칠 후 저녁에 학교에서 돌아왔는데 집에 아무도 없어서 혼자 만화를 읽고 있었다.


그러자 아래층에서 무서운 기세로 기도소리가 들려왔다.


그 날은 평소보다 심했고, 그건 기도라고 할까? 어쩌면 신음소리로도 들렸다.


전혀 멈춰질 기미도 없이 점점 더 심해졌기 때문에 걱정이 되어 A의 집에 가보았다.


한번도 A의 집에 들어간적이 없어서, 머뭇거리며 초인종을 눌렀다.


곧 A가 문을 열고 나왔다.


문이 열리자, 뭐라고 문자로는 쓸 수 없는 신음소리가 가득차 있었다.



A는 나를 보자마자 필사적인 얼굴을 하고 "신님이 날뛰기 시작했다! 도와 줘!"라고 말했다.



방안은 아직 저녁 이른 시간인데도 커튼을 쳐놓아서 어둑어둑했다.


A가 안내해 주는 대로 가장 안쪽의 다다미 방으로 갔다.


거기에는 호화스러운 제단이 있었고, A의 어머니가 필사적으로 누군가를 달래고 있었다.



그것이 신님이었다. 신음소리의 주인은 신님이었다.



신님은 제단에 올려져 있었다.


손발은 의자에 묶여 있었고, 머리카락은 깨끗이 밀려있었다.


심하게 쇠약해 보였고 신음소리도 쉬어있었지만, 희미하게 알아들을 수 있었다.





"신··· 이··· 시··· 여···"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후문.


A의 부모는 딸이 태어났을 때, 종교의 지도자에게 "이 아이는 신의 환생"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그 이후, 그들은 딸을 신님이라고 믿어버리고는 제단에 모신 것이었다.


보호 될 때까지 5년 가까이 손발을 의자에 묶어 놓은 채였다.


그 때문인지 손발은 크게 틀어져 있었다.



딸이 태어난 후 가정에서는 거의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그들은 매일 "신님"에게 제물로 소량의 음식을 먹게했다.



딸은 말은 하지 못했지만, 매일 듣고 있었던 말인



"신이시여"



라는 말만은 기억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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