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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402nd] 벽장에 있다

레무이 2017. 9. 4. 02:49

개인적으로 트라우마가 된 이야기.



가족 이외는 모르고 누구에게도 말한 적이 없다.



우리 가족은 전근이 잦아서, 어릴 때는 2~ 3년 간격으로 이사하곤 했다.



초등학교 3~4학년 때 살았던 곳은 교토의 한 도시였는데, 아파트(관사?)의 뒷면은 산이었다.



이웃집 친구와 곧잘 뒷산을 탐험했는데, 부모님들이 주의를 주는 것도 있어서, 너무 안쪽까지는 들어가지 않았다.




어느 날, 부모님들에게는 비밀로 친구 3명 정도와 뒷산 깊숙이 들어간 적이 있었다.



아마 30분 정도를 적당히 걸어들어갔더니, 폐가가 있었다.



특별할 것 없는 보통 폐가였다.



우리들은 텐션이 올라서, 폐가의 안에까지 들어가서 탐험하고 있었다.



단층 3LK 정도의 구조였다고 기억한다.



폐허의 거실로 보이는 방에 에로 책이 몇 권 굴러다니고 있어서, 에로꼬맹이였던 친구들은 환호하며 그것을 읽어댔다.



나는 아직 거기까지는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적당히 친구가 에로 책 읽고있는 것을 뒤에서 보다가 다른 방을 탐험했다.



옆방에 들어 갔지만, 특별한 가구같은 건 없었다고 생각한다.




벽장이 있을 뿐이었다.




나는 어째서인지 벽장의 맹장지 문을 열었다.



그러자 벽장의 윗 칸에 좀 뚱뚱한 아줌마(?)가 뒤돌아서 정좌를 조금 힘을 뺀 느낌으로 앉아 있었다.



너무도 뜻밖이었기에, 두려움이나 의심보다 그때의 나는 혼나겠구나!!! 라고 생각해서 당황했다.



하지만 2~3 초 기다려봐고 아줌마는 이쪽으로 등을 돌린 채 그대로 였고, 아줌마는 나를 아직 눈치채지 못한거구나, 이대로 조용히 미닫이 문을 닫으면 들키지 않을거야,라고 생각한 나는 조용히 미닫이 문을 다시 닫으려고 했다.



그리고, 미닫이 문에 손을 댄 순간, 아주머니가 갑자기 뒤를 돌았다.




지금도 똑똑하게 기억하고 있는데, 아줌마의 얼굴이 너무 괴이했다.



안구가 없고, 눈 부분엔 뻥 하고 검은 구멍만이 뚫려있었다.



입은 열려 있었지만 치아도 없었다.




그리고 얼굴 곳곳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나는 비명을 지르며 쏜살같이 폐가를 뛰쳐나갔다.



친구들을 두고.




돌아갔던 길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어떻게든 집으로 돌아왔다.



그저 달리면서도 계속 울고있을 뿐이었다.



집 앞까지 와서는 조금 냉정해졌는데, 부모님에게 이야기할지를 고민했다.



말하면 혼날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음대로 뒷산의 깊은 곳까지 가다니!" 라고.



결국 조용히 있자고 생각했다.



이미 친구의 일 따윈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리고, 집에 돌아가서는 무서움을 떨쳐버리기 위해 패미콤 게임을 시작했다.



확실히 드래곤퀘스트3 였다고 기억한다.



우리집의 게임기가 방에는 미닫이 문이있다.



드퀘하는 도중에, 미닫이 문 쪽에서 소리가 들린 것 같아서 돌아 보니, 미닫이 문이 조금 열려 있었고, 안쪽에서 아까의 얼굴 엉망 아줌마가 보였다.



나는 다시금 비명을 지르고 부엌에있는 어머니에께 울며 매달렸다.



"벽장에 아줌마가 있어!"라고 말했다.



어머니는 나를 달래신 뒤에 게임기 방의 벽장을 확인하러 갔다.



나는 그저 무서웠기에 부엌에서 굳어 있었다.



곧바로 어머니가 "아무것도 없잖니."라고 말하셔서 조심 조심 확인하러 갔다.



어머니는 미닫이 문을 연 채로 "어디에 아줌마가 있어?"라고 물으셨지만, 아줌마는 아직도 있었고 안구가 없는데도 내 쪽을 보고 있었다.



어머니에게는 보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나는 그 때 기절했다고 한다.




그 이후, 벽장이 있는 방은 쓸 수 없게 되었다.



여행을 가서도 숙소의 방에 벽장이 있었던 때는 정말로 곤란했다.



지금도 벽장에 아줌마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무서워서 확인할 수 없다.



없는게 아니라 하고싶지 않다.





지금까지 세번, 그 아줌마를 보았는데,



볼 때마다 조금씩 벽장에서 나오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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