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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 괴담

스승시리즈 - 피 (후일담)

레무이 2017. 1. 15. 16:10

대학 1학년 때의 가을.

빌린 채 돌려주지 않았던 탤리스만을 돌려주러 쿄스케씨의 집에 찾아갔다.


‘아직 갖고 있어’


라는 예상 밖의 진지한 태도에, 감사하게 호의를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러고 보니, 들었어요.’


애차인 임프레자를 가드레일에 들이박았다는 소문이 내 귀까지 흘러들어온 것이다.

쿄스케씨는 뚱한 표정으로 끄덕일 뿐이었다.


‘초보운전 마크 달고 무리해서 운전하니까 그런거야’


오토바이 운전에는 자신이 있는 것 같아보였으니 스피드를 내지 않으면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드는 거겠지.


‘그래도 어째서 갑자기 자동차 면허같은걸 딴 거예요’


쿄스케씨는 오토바이 운전자였지만 단기집중 코스로 어느샌가 자동차 면허를 따더니 중고 스포츠카 같은 걸 대출로 구입한 것이다.


‘그녀석이 오토바이를 타기 시작한건지도 모르지'


이상한 대답이 돌아왔다.

그녀석이라는 건 마사키 쿄코를 말하는 거겠지 하는 짐작이 들었다.

하지만 대체 무슨 일인걸까.


‘쌍둥이란 말이지, 자기가 바라던 바라지 않던간에 서로가 서로를 닮아가고, 그게 평생 따라붙겠지.

그게 운명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쌍둥이가 아닌 사람이 서로를 닮아가는 걸 무서워 한다면 어떡하지 싶어’


그건 아마 마사키 쿄코와 쿄스케씨를 말하는 것 같았다.



‘옛날부터야. 그녀석이 아버지를 파파라고 부르니까, 나는 아버지라고 부르게 됐어. 그녀석이 코카콜라를 마시니까 난 펩시.

알고 있어. 그런 표면적인 저항, 의미 없다고 생각해도 자연스레 몸이 그녀석이랑 다른 행동을 취하곤 해.

다르다고, 정말 자매라는 웃기는 엔딩일리 없어. 어쨌든 싫은거야. 뭐라고 할까, 영혼의 레벨로’


고등학교를 졸업할 즈음 머리를 자른 것도, 그녀석이 기르기 시작했기 때문이야.

숏컷의 머리카락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말했다.


‘지금도 알 수 있어.


무언가를 하려고 해도 그 앞에 그녀석이 있을 때는, 알 수 있어.

떨어져 있어도 같은 부분이 아프다는 쌍둥이의 신기한 감각과는 정반대의 힘처럼.

그래도 정반대라는 것은 결국 같다는 거겠지.

쿄스케씨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이상한 표정으로 보지마. 너도 그렇잖아’


손가락질 당했다.


‘요즘 태도가 건방져졌다고 생각했더니, 그런 건가’


혼자서 납득하고 있어.

대체 무슨 말이지.


‘너, 언제부터 ‘나(俺)*’라고 말하게 된거야’


쿵, 하고 심장이 큰 소리를 낸 것만 같았다.


‘그 변태가 ‘나(僕)*’라고 말하기 시작하고서 부터겠지’

(*역주: 나(俺)와 나(僕)는 모두 일본 남자들이 쓰는 1인칭으로, 전자는 보다 건방지고, 후자는 비교적으로 좀더 얌전한 느낌이다.)


그렇다.

나 자신은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런지도 모르겠다.



‘너, 그 변태한테선 떨어지는 편이 좋지 않을까’


기분나쁜 땀이 난다.

가만히 입을 다문 채 내 얼굴을 바라보고 있다.


‘뭐, 상관없지만. 용건이 없으면 그만 돌아가. 이제부터 목욕이나 해야겠어’


나는 뭐라고도 하지 못할 기분으로 무거운 발걸음으로 현관으로 향하려 했다.

문득 생각이 나서 마음에 걸렸던 말을 입에 담는다.


‘어째서 ‘쿄스케’라는 닉네임 인가요’


물어볼 것도 없는 일인가 하고 생각했었다.

아마도 전혀 벡터가 다른 이름으로 정할 순 없었겠지.

쿄코와 쿄스케.

정반대이면서도 같은 것.

그것을 영혼이 선택해버리는 것이다.

그렇지만 쿄스케씨는 얼굴의 표정을 굳히곤 나직히 말했다.


‘팬이야’


믿어지지 않게도, 그건 부끄러워하는 표정이었나 보다.


네? 라고 되묻자

‘BOφWY*의 팬이야’

(*역주: 1988년도에 해산한 일본의 록그룹. 그 그룹의 보컬 이름이 히무로 ‘쿄스케’였다.)


나는 무심결에 뿜었다.

아니, 전혀 이상하지 않다.

가장 자연스러운 닉네임 결정법이니까.

하지만, 쿄스케씨는 얼굴을 굳힌 채로 말을 덧붙인다.


‘B’z도 좋아하지만, ‘이나바’라고 하지 않았던 건......’


역시 노 페이트 인건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중얼거리곤, 돌아가라고 내게 손을 흔드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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