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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 괴담

스승시리즈 - 비

레무이 2017. 1. 15. 16:11

대학 1학년 여름 즈음.

쿄스케씨라는, 오컬트계 인터넷 친구인 선배에게 신기한 이야기를 들었다.

시내 한 여고의 부지에 밤중, 한 곳에만 좁은 범위로 비가 온다는 것이다.

쿄스케씨는 이 지역 사람으로, 그 여고의 졸업생이었다.

‘쿄스케’라는 것은 닉네임으로, 나보다 키가 크지만, 버젓한 여성이다.


“거짓말-”


하는 나를 노려보고는, 그럼 따라와, 하고 나를 데리고 갔다.

한밤중에 여고에 잠입하는 데에는 각오가 필요했지만,

건물 안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는 점과, 보안이 허술하다는 쿄스케씨의 말을 믿고 따라갔다.


문제의 장소는 학교 건물에 가려져 있는 곳으로, 원래는 소각로가 있었던 모양이지만,

지금은 가까이 가는 사람도 거의 없다고 한다.


“왜 비가 오는 건데요”


하고 숨을 죽여서 묻자,


“옛날 학교 건물 옥상에서 여기로 뛰어내린 학생이 있다고 해.

그 때 튀어서 땅에 스며들어간 피를 씻어내기 위해서 비가 내린다고”


“이른바 7대 불가사의 같은 거네요. 거짓말 냄새가 풀풀”


쿄스케씨는 발끈 해서, 발걸음을 멈췄다.


“다 왔다. 저기야”


학교 건물 벽과, 부지를 둘러싼 담 사이의 적막해 보이는 모퉁이였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는다.

가까이 간 쿄스케씨가 ‘어’ 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봐. 땅이 젖어 있어”


나도 만져 보았는데, 확실히 사방 1미터 정도의 범위가 젖어 있다.

하늘을 올려다보았지만, 달이 중천에 떠 있고, 구름은 없다.


“비가 온 흔적이야”


쿄스케씨의 말에, 석연치 못함을 느낀다.


“정말로 비예요? 누가 물을 뿌린 거 아니에요?”


“왜 이런 데다가”


머리를 쥐어짜 보았지만, 마땅한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주위를 둘러보아도 아무것도 없다.

부지의 구석에, 특히 여기에 무슨 볼일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 소문을 만들기 위한 장난이라든가”


무엇보다, 이런 좁은 범위에 비가 내릴 리가 없다.


“내가 1학년 때, 3학년 선배한테 들었어. ‘1학년 때 3학년 선배한테 들었다’고”


즉 아주 예전부터 있었던 소문이라는 것이다.



눈을 감고, 여기에 좁게 좁게 비가 내리는 광경을 상상해 본다.

달이 훤하게 뜬 하늘에서 땅의 단 한 곳만을 향해 내리는 비.

무섭다기보다는 환상적이고, 역시 현실감이 없다.


“오랫동안 계속되었다는 건, 결국 범인은 학생이 아니라 교직원이라는 거 아닐까요”


“어떻게 해서든 사람이 한 짓으로 하고 싶은가 보군”


“그야, 내리는 걸 본다면 모르지만 이걸로는...

예를 들어 잔업하던 선생님이 야식으로 라면을 먹고 남은 뜨거운 물을 창문에서 부어버렸다든지”


그렇게 말하면서 위를 쳐다보면, 새카만 건물 벽은 밋밋해서, 창 하나 없는 것을 깨닫는다.

건물 끄트머리에, 창문이 없는 구획인 듯하다.


비. 비. 비.

중얼거려 본다.

꼭 수수께끼를 풀고 싶다.

쏟아져 내리는 물. 쏟아져 내리는 물.

젖은 부분은 건물 벽으로부터 1미터 정도밖에는 떨어져 있지 않다.

다시 올려다본다.

역시 건물 어디선가에서 내려온 거라는 생각이 든다.


“저 위는 옥상인가요”


“그야 그렇지만 누가 물을 뿌린다는 거야”


눈에 힘을 주어보면, 옥상 가장자리는 낙하 방지용 난간 같은 것으로 둘러싸여 있다.

더 보면, 한 곳, 그 난간이 끊겨 있는 부분이 있다. 이 바로 위다.


“아, 저기만 왜인지 옛날부터 난간이 없어. 그래서 저기에서 뛰어내렸다는 거지”


그것을 듣자, 짚이는 구석이 있었다.


“옥상은 청소하나요?”


“청소? 글쎄, 했던가. 바닥이 반들반들해서 언제나 꽤 깨끗했던 것 같기는 하지만”


나는 마음속으로 승리의 포즈를 했다.


“옥상에서 청소한 기억이 없는 건, 업자한테 맡겨서 그런 게 아닐까요”


몇 년이고 한달에 한번 정도의 빈도로, 방과후, 학생들이 돌아간 후에 파견되는 청소부.

바닥 청소를 하고 난 물을 게으름을 피워 옥상에서 버리려고 한다.

자연히, 몸을 밖으로 내밀지 않아도 되도록, 난간이 없는 곳에서...


“다음날 젖은 땅바닥을 보고 소문을 좋아하는 여고생이 말하는 거죠.

여기만 비가 내리고 있다고“


나는 내 추리에 자신이 있었다.

유령의 정체는 의외로 시시한 법.


“너, 오컬트는 좋아하는 주제에 꿈이 없는 녀석이구나”


멋대로 말하라구.


“하지만, 그 결론은 틀렸어”


쿄스케씨는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물에 젖은 땅을 보고, 좁은 범위에 내리는 비에 대한 소문이 돌았다는 전제부터가 틀려”


무슨 말일까.

쿄스케씨는 진지한 얼굴로,


“비가 내리는 걸 봤으니까”


내 뇌의 회전이 정지했다.

그런 건 먼저 말해줬어야지.


“그런 소문이 있으면, 갈 수밖에 없잖아. 오컬트 소녀로서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이런 식으로 밤중에 숨어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눈앞에서 폭포처럼 쏟아지는 비를 보았다고 한다.

수도수 냄새라면 알지, 하고 쿄스케씨는 말했다.

나는 무릎을 덜덜 떨면서,


“피 따위는 벌써, 다 씻겨나갔을 텐데”


“그럼, 어째서 비는 온다고 생각해?”


모르겠다.

쿄스케씨는 고개를 기울이듯이 웃고,


“씻어도 씻어도 빠지지 않는, 피의 감각은 남자는 모르겠지”


그 소문의 여자애는 강간당했기 때문에, 스스로를 없애고 싶었던 거야.

내 눈을 보며, 그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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