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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426th] 잘그락잘그락···

레무이 2017. 10. 2. 12:05

그때는 내가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시절.


당시 장난 심한 꼬마였던 나와 친구 K는 자주 혼나기 일쑤였습니다.




여름 방학 어느 날 호되게 혼난 K는 나에게 가출하자고 권유했습니다.


그런 재미난 일에, 내가 이견을 내놓을리가 없었습니다.




우리는 여행용 큰 배낭에 과자와 주스, 만화책 등 어린애들이 생각할 수 있는 소중한 것을 집어넣고는, 저녁 식사가 끝난 후 인근 공원에서 만났습니다.


분명히, 오후 8시경이었다고 기억합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그런 곳에 꼬맹이들이 오갈만한 곳이 있을리가 없습니다.




"어떡하지?"


회의한 결과, 밭의 오두막에 가기로 정했습니다.


내가 살고있는 곳은 나가노의 벽촌이라서, 마을에서 나오면, 주위는 논밭, 들판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밭에는 농사기구와 짚단들이 쌓아두는 오두막이 군데군데 있었습니다.


그 중 사람이 오지 않을 것 같은 낡아빠진 오두막에 들어갔습니다.




한참 사용하지 않았을 것 같은 경운기?가 있었고, 뒤에는 침대로 딱 좋아보이는 짚 더미가 있을 뿐이었습니다.


우리들은 가져온 건전지 손전등을 켜고 과자를 먹거나 주스를 마시거나 서로가 가지고 온 만화를 읽으며 자유를 만끽하고있었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요?


밖에서 소리가 났습니다.


나와 K는 화들짝 놀라서는 황급히 랜턴의 불빛을 껐습니다.


찾아 온 부모라거나 오두막의 주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둘이서 짚 속에 기어 들어어가서는 숨을 죽이고 있었습니다.




"잘그락잘그락···. 잘그락잘그락···"


뭔가 이상한 소리가 났습니다.


자갈에 뭔가를 질질 끄는 듯한 소리입니다.


"잘그락잘그락··· 잘그락잘그락···"


소리는 오두막 주위를 맴도는 것 같았습니다.


"···뭐지?"


"···뭔지 봐 볼까? "


나와 K는 짚더미에서 나와서, 유리 창문 가까이에 들러붙어 내다 보았습니다.




"·····!"


거기에는 어떤 노파가 있었습니다.


허리가 굽었고 뼈와 피부만 남은 앙상한 모양입니다.


머리카락은 백발의 긴 머리를 지저분하게 기르고있었습니다.


"··· 뭐야, 저거!···"


K가 작은 목소리로 나에게 물었지만, 저도 모릅니다.


할머니는 뭔가 가방 같은 것을 끌고 있었습니다.


큰 마대자루 같은 느낌인데, 입구가 묶여 있었고, 긴 끈의 끝을 노파가 잡고 있었습니다.


아까부터 나던 소리는 이것을 끄는 소리 같았습니다.




"···위험해, 이거. 산 마귀할멈(*) 아니야?"


(* 산 마귀할멈: 야마우바 (일본어: 山姥 やまうば)는 일본 민속에서 깊은 산중에 산다는 마귀할멈 요괴이다. 처음에는 예쁜 부인의 모습을 취하여 산속을 떠도는 나그네에게 숙식을 제공하거나 하지만 나그네가 잠이 든 뒤에 잡아먹는다고 한다. - 출처 위키백과)


우리는 두려워져서, 천천히 창문에서 떨어지려고 했습니다.




찰그랑!!


그때 K라는 바보가 기대어 있던 괭이인지 쟁기를 쓰러뜨렸습니다.


내가 당황해서 창 밖을 내다봤더니, 노파가 엄청난 기세로 이곳을 향해 오고 있었습니다!


나는 K를 끌고는 짚 더미에 뛰어 들었습니다.




쾅!!


우리가 지푸라기에 뛰어 드는 것과 노파가 입구의 문을 여는 것은 거의 동시였습니다.


우리는 입에 손을 대고, 비명을 참았습니다.




"누우가아아아···있느은것이냐아아아아···"


할머니는 쉰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묘하게 빛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오두막 안을 둘러보고 있었습니다.


"··· 아무것도 하지 않을테니, 이리 나오거라··· "


나는 짚의 틈새에서 노파의 행동을 응시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할머니가 끄는 마대자루에 눈을 고정했습니다.


뭔가 꿈틀 꿈틀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거기서 확 하고 뭔가가 튀어나왔습니다.




(·····!)



나는 눈을 의심했습니다.





그것은 틀림없는 인간의 손이었습니다.


그것도 어린이 정도의···.




"얌전히 있어!"


할머니는 그것을 발견하자 발로 마대자루를 냅다 걷어 차고는, 손을 붙잡고 자루에 다시 넣었습니다.


그것을 본 우리들은 이제 죽었구나 하는 생각 뿐이었습니다.




"거기냐···"


노파는 기대어 있던 포크같은 큰 같은 농기구를 손에 들고는 우리들의 숨어있는 짚 더미에 가까이 왔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푹, 푹! 하고 더미에 꽂는 것입니다.


우리는 반쯤 울면서, 포크에서 몸을 피했습니다.


큰 짚 더미가 아니었다면 이미 꼬치가 되었을 것입니다.


짚이 무너지는 움직임에 맞추어, 나와 K는 가장 안쪽의 벽까지 파고들어 갔습니다.


역시 여기까지는 포크를 찌르지 않았습니다.




얼마나 오래동안 견뎠을까요.


"으음~, 기분탓인가아아···"


노파는 포크를 던져버리고는 또다시 마대를 끌고 오두막에서 나갔습니다.


"잘그락잘그락···. 잘그락잘그락···."


소리가 멀어져갔습니다.




나와 K는 소리가 없어지고 나서도


잠시동안 짚에서 움직일 수 없습니다.


"··· 간··· 걸까?"


K가 드디어 말을 꺼냈습니다.


"어쩌면···"


그러나 아직 지푸라기에서 나갈 마음이 생기지 않았고, 거기서 멍하니 있었습니다.





문득 깨달아보니 허리 춤의 벽에서 공기가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답답하지 않았던 것인가···)



나는 벽에 5센치 정도의 구멍이 뚫려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바깥의 상태를 보려고 얼굴을 가까이 한 순간.








"먹음직한··· 아이구나아아아아···!"








할머니의 목소리와 함께, 쭈글쭈글한 손이 들어왔습니다!!




나는 얼굴을 꽉 잡혀서 구멍으로 끌려갔습니다.



"우와아아아아아악!!!"



짙은 피 비린내와 공포로 나는 정신을 잃고 말았습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인근 소방단의 초소였습니다.


나와 K가 그 오두막에서 정신을 잃고있는 것을 부모의 요청으로 출동한 지역 소방단에 의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호되게 혼나면서도, 나와 K는 안심되어서 울어 버렸습니다.






지난 밤의 사건을 모두 부모에게 이야기 했더니, 꿈이라고 하면서 또 꾸중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럴리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내 얼굴에는 아직, 할머니의 손가락 자국이 멍처럼 선명하게 남아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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