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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425th] 자세한 해설

레무이 2017. 9. 30. 16:10

A현에 있는 유명한 심령 스팟인 구 이누나키 터널에 갔을 때의 이야기.


당시 고교생이었던 나는, 여름 심야에 불량한 남자 5명이서 모여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흔한 패턴대로 "심령스팟 갈까 ㅋㅋ"라고 이야기가 나와서는, 모두함께 오토바이를 타고 1시간 정도 달려갔다.


도착한 것은 새벽 2시. 쫄아버린 나는 산길에서도 그랬지만 엄청난 분위기의 터널을 눈 앞에 두자 졸도 직전. "여유 만만"이라고 허세떨던 놈도 가볍게 몸이 뒤로 젖혀있었다 ㅋㅋ


아무튼, 불량아였던 만큼 모두들 강한 척하면서 깜깜한 터널에 들어가려고 했는데, 평소하면 가장 먼저 들어갔을 이노우에(가명)가 가장 뒤쪽에서 안절부절 하는 것이다.


솔직히 모두 쫄아있었을텐데, 자기보다 겁먹은 놈을 발견하여 마음에 여유를 찾은 우리들은 "이노우에, 뭘 쫄고있냐 ㅋㅋ"라고 농담을 하면서, 고개를 숙이고 새파란 얼굴로 "안쫄았거든!"라고 강한 척하는 것을 우스워하며, 우리들 4명은 일제히 돌진해서 안쪽으로 들어갔다.


당연히 따라올거라고 생각했는데 뒤에서는 발소리가 없었고, 눈앞은 10센티미터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깜깜하고, 역으로 우리들이 깊은 곳에서 진퇴양난에 빠졌다.





"큰일이야, 돌아가자"


하며 온 길을 또다시 달려서 황급히 빠져나가려고 했는데, 밖으로 나가기까지 얼마 남지 않은 곳에서 한 사람이


"아, 아파 아파 아파아파!!!"


라고 절규하면서 웅크렸고.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파악하려고 되돌아 보니 필사적으로 오른팔을 누르면서 외치고 있었다.


"야, 무슨 일이야?!"


그렇게 물어봐도 아프다고 밖에 말하지 않았고 입구 쪽에 서 있던 이노우에가 우리들을 보고,


"빨리 끌고 나와!"


라고 소리쳤다. 그걸 듣고, 3명이서 끌고나가려고 했는데도, 전혀 움직이지 않는거였다.


체중 60킬로 정도였을텐데, 남자 3명이 힘껏 당겨도 움직이지 않고 그동안에도 계속해서 아프다고 비명.


심상치 않은 공기에 우리들은 패닉이었는데, 갑자기 웅크 리고 있던 놈이 미친 듯이 "햐하하하하···"라고 웃음을 터뜨렸다.


눈은 흰자위를 보이고 있었고, 얼굴은 제멋대로일 정도로 뒤틀려있었다.



그 순간 녀석의 몸이 가벼워졌고, '지금이다'라고 생각한 우리들은 밖으로 끌어냈다.


끌어내도 계속해서 웃고있을 뿐인 그 녀석에게 이노우에가 다가가서



"정신 안차리냐!"



하고 고함을 치며 짝짝 얼굴을 때렸다.



그러자 깜짝 놀란듯한 녀석이 제정신을 찾고는 "어, 뭐하는거야? 여기 어디?"라고 병신같은 말을 하는 것으로 상황 종료.




아무도 농담할 분위기가 아니어서, 평범하게 지금 있었던 일을 알려주자


"그러고 보니 얼굴하고 팔이 아프잖아"


이렇게 말하며 오른팔의 셔츠를 걷어올리자, 뼈처럼 얇은 손자국이 선명하게 생겨 있었다.



우리들 질려버려서 "빨리 돌아가자"로 의견을 모았고, 오토바이 5대가 세로로 산길을 달려 돌아갔다.


팔에 손자국 생긴 녀석이 맨 앞으로, 두 번째로는 이노우에 달렸는데, 아무것도 없는 평탄한 길에서 손자국 녀석 화려하게 넘어져버렸다.


이노우에도 뒤에 있던 우리들도 급 브레이크로 어떻게든 2차 추돌은 피할 수 있었는데, 넘어진 놈은 피투성이. 비참한 상황을 겪으면서 우리들은 집에 도착했다.





손자국 녀석은 근처의 응급병원으로 직행, 우리들은 이노우에의 제안으로 절에 불제를 지내러 가기로했다.


하지만 아직도 새벽 4시 였고, 아침이 될 때까지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으면서 기다리자고 했다.


그러던 와중에, 이노우에가 아까의 사건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냈다.





"너희들, 터널 속에 서있는 할머니가 보이지 않았어? 깜깜한데도 할머니만 확실히 보였는데 말이야. 무서워서 들어갈 수가 없잖아.


그런데 너희들은 스스로 달려서 들어가는데 할머니도 따라서 같이 가는거야.


그리고, 너희들이 돌아오는데 그녀석(손자국)의 팔을 잡고 안쪽을 향해 당기고 있었던거였어.


스윽하고 할머니가 사라진 순간, 녀석이 웃기 시작했던더고. 그리고 넘어졌을 때 녀석의 뒷바퀴가 옆에서 밀린것 처럼 미끄러지더라고.


그렇게 되면 넘어질 수 밖에 없지."




우리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손자국 녀석의 연락을 기다렸고, 타박상과 찰과상일 뿐이라 입원할 필요는 없다는 소식을 듣고는 합류하여 아침 일찍부터 불제를 지내러 갔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난 우리들은 여전히 잘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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