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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424th] 교환 일기

레무이 2017. 9. 30. 01:12

올해 설날 고향에 돌아온 나는 고등학교 후배 K의 상담신청을 받았다.


본인에게 승낙을 얻었기 때문에 그의 이야기의 내용을 거의 충실하게 기록하려고 한다.


이제부터는 K의 이야기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내가 전문학교에 다닐 무렵부터 였습니다···


전문학교에 입학하고 몇 개월 지나서 여자를 사귀게 되었습니다.


그 아이는 같은 클래스였는데 매일 얼굴을 마주치는 아이였어요.


당시에는, 여자끼리 또는 연인사이에의 교환일기가 유행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도 반쯤 장난 삼아서 그녀와 교환 일기를 하기로 했습니다.


그때는 어차피 2~3 개월 정도면 질리지 않을까 생각했네요.


그런데 말입니다. 웬일인지 상당히 오래 계속된거예요.


일기라고는 해도 제대로 된 일기장이 아니라 흔해빠진 노트에 서로 일기를 쓰고 교환했는데요.


소녀틱한 일기장을 가지고 다니면 왠지 부끄럽잖아요.


그래서 나의 요청으로 평범한 노트에 일기를 쓰자고 했던 것입니다.





그렇게··· 그녀와 사귀기 시작하고 반년 정도 지난 어느 날 갑자기 그녀가 학교에 오지 않게 되었죠.


혼자 사는 그녀의 집에 찾아가거나 전화를 해보고, 어떻게든 그녀와 연락을 취하려고 했습니다만 결국 끝내 그녀와 연락을 취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경찰에게서 전화가 와서 그녀가 자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산중에서 그녀의 시신이 발견되었다는데요··· 그 때 그녀가 소유하고 있던 유품 속에 나의 일기가 있었기 때문에 경찰에서 연락이 왔던거예요.


교환 일기라고해도 보통은 일기를 교환하는 것은 학교에 있는 동안이잖아요.


하지만 마지막에 그녀와 만난 날, 나의 일기를 집에 가져가 천천히보고 싶다고 했고, 그대로 그녀는 내 일기를 가지고 돌아가 버렸습니다.


그날 교환 일기가 끝나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했던 행동이었던 것입니다.


내 일기의 마지막 페이지에는 그녀의 것으로 보이는, 떨리는 글씨로 "죄송합니다"라고 쓰여져 있었습니다.


그녀 선천적으로 몸이 약해서 어릴적부터 계속 병원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유서에는 "답답하고 괴로워서 더이상 견딜 수 없어···"라는 내용이 적혀있었습니다.



아픈 것도 알고 있었는데, 그 때 가장 그녀의 근처에 있었는데.


그녀를 구할 수 없었던 자신을 원망했습니다.


그녀의 장례식 때 처음 그녀의 부모와 만났습니다.


그 때 나는, 가지고 있던 그녀의 일기를 그녀의 부모님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처음에는 이대로 내가 그녀의 일기를 가지고 있어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부모가 자신들이 보관하고 싶다고 말했기 때문에 그녀의 일기는 그녀의 부모에게 전달했습니다.


그런 일이 있고 나서 바로 나는 학교를 그만 두었습니다.



아르바이트를 찾아 백수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아르바이트에서 새로운 연인을 찾아 조금씩이지만 자살한 그녀도 잊혀져갔습니다.


1년이 지나서는 자살한 그녀를 기억하는 일은 거의 없어져 있었습니다.


그렇게 새 여자친구와 동거하게 되어서 살던 아파트를 이사하게 되었습니다.


이사 전날 짐을 정리하던 중에 낯선 노트가 나온거예요.


무슨 노트지? 하고 페이지를 펼치자,



그녀의 일기였습니다.



자살한 그녀의!




확실히 그녀의 일기는 그녀의 부모에게 전달 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내 수중에 있다.




혼란한 나는 자살한 그녀의 집에 전화했습니다.


그녀의 부모에게 얘기했는데,


장례식 날, 내가 일기를 건네준 그 날에 그녀의 일기장이 행방불명이 되었다고 합니다.


내가 무의식 중에 다시 꺼내어 온 것인가? 하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그녀의 일기를 펄럭펄럭 넘겨 보았습니다.




바로 깨달은 것인데, 그 일기는 이상했습니다.



노트의 거의 모든 페이지가 일기로 채워져 있는겁니다.


마지막으로 일기를 교환했을 때에는 노트의 절반 정도 밖에 채워져 있지 않았던 거예요.



일기의 날짜를 보니 그녀가 죽은 날 이후에도 일기가 계속되어있었습니다.


게다가, 그녀가 죽은 날 이후의 일기의 내용은, 지금 여친과 데이트한 내용이나 이야기를 한 내용같은 그런 일들이 적혀 있었습니다.



그런 일이 있다보니, 결국 당시에 사귀던 애인과도 금세 헤어졌습니다.


그 이후로 누구와도 사귀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누군가와 사귄다면 또다시 일기가 계속해서 쓰여져 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자살한 그녀가 어디선가 나를 지켜보는게 아닐까···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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