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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429th] 공양 인형

레무이 2017. 10. 8. 15:23

옛날 이야기라도 괜찮다면···.





내가 초등학교 시절이었던가.


계절은 8월 정도, 여름 방학의 끝 무렵이었다.



내 고향은 바닷가였는데, 해안선을 따라 제방이 있었고, 제방 근처의 둑에서 친구들과 자주 놀곤 했다.


여름 방학이 막 끝나갈 무렵, 우리들은 스케이트 보드를 들고 나와서는 그 제방의 둑 근처에서 스케이트 보드를 타며 놀았다.



얼마 후 나는 목이 말랐기 때문에, 근처의 자판기까지 쥬스를 사러 갔다.


다른 친구들은 아직도 둑에서 스케이트 보드를 타는 것이 자판기 옆에서도 보였다.


주스를 사다가 제방까지 돌아가던 길에 문득 깨달았다.



"···친구 중 한 녀석이 없잖아."



나는 어떤 녀석이 없다는 것을 다른 아이에게 말했다.


"Y가 없는 것 같은데."


하지만 다른 친구들은 모두,


"아까까지 확실히 있었어, 있었는데."


라는 느낌으로 어디 갔는지 모른다는 모양이었다.



그 시간 바다는 만조였고 바람도 강했고, 파도는 거칠어지고 있었다.


바다에 떨어졌다면 큰일이야


그렇게 생각한 우리들은 서둘러 Y를 찾기 시작했다.



제방 아래쪽은 풀로 뒤덮혀 우거져 있고, 심한 곳은 사람의 키만큼이나 자라있었다.


그곳을 헤치고 동료들과 함께 Y의 이름을 외치며 찾고 있었다.


그러다가 친구 한명의 목소리가 들렸는데.


"여기 있다---!"


우리들은 그 소리가 난 곳으로 서둘러 달려 갔다.


거기에는 Y가 쓰러져 있었고, 그 옆에는 소리쳐 불렀던 친구의 모습이 있었다.


Y의 얼굴은 사색이되어 왼쪽 발목을 누르고 웅크리고 있었다.


얼굴은 땀에 흠뻑 젖어있었고, 헛소리처럼 뭔가 중얼중얼 거리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들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바로 그 녀석을 자전거에 태워 인근 병원에 데려갔고고, Y의 부모님에게 연락을 했다.


Y는 복잡 골절이었다.


하지만 이상한 일인 것은 세로로 뼈가 부서져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한다.


Y의 부모님으로부터 감사인사를 받고는, 우리들은 집으로 돌아갔다.





2학기를 맞이한 뒤의 첫 번째 일요일, 나는 그 때 함께했던 친구들과 함께, Y가 쓰러져 있었던 풀숲을 탐험하러 갔다.


왜 저런 곳에 Y가 쓰러져 있었을까?


왜 그렇게 다친 것일까?


···약간은 탐정같은 기분이었다.


잠시 둘러보았지만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았다.


함께 탐색하던 친구들은 질려버린 모양으로, 둑에 가서 스케이트 보드를 타기 시작했다.


나도 슬슬 따분해지고 있었다.



그 때였다.


Y가 쓰러져 있던 곳의 조금 건너 풀이 자라고 있지 않은 곳을 찾아냈다.


가까지가자 거기에는 뭔가를 태운 흔적이 있었고, 숯덩이 같은 것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고무가 탄 듯한 역겨운 냄새가 났다.


다가가서 천천히 그것들을 관찰해 보았다.



전신에 소름이 끼쳤다.





그것들은 모두 인형이었다.





교토 인형 같았다는 기억이 난다. 길게 찢어진 눈과 작은 입술이 새까맣게 타들어가 있었고,


그 인형이 총 50··· 아니 훨씬 더 많았다는 기억이다.



그 중에 단 하나, 그 산더미의 앞에 떨어져있는 인형이 눈에 띄었다.


그 인형의 왼쪽 발목이 새까맣게 타서 녹아 떨어져있었다.



너무 무서워서 그 인형은 친구들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그냥 빨리 집에 가고 싶었고, 친구들을 재촉해서 그 자리를 떠났다.



귀가하여 부모님에게 그 일을 이야기 해 보았다.


부모님은 처음엔 웃으며 듣고 있었지만, 내가 인형을 봤다는 이야기부터, 얼굴이 심각해졌다.


나는 부모님으로부터 조용히 어떤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살고있는 마을은 옛날에 바다였던 것이다. 그것을 간척하여 매립 한 곳.


그 작업은 당시에는 힘들었고, 많은 사람이 희생 되었다고 한다.


희생된 사람들을 공양하기 위해서 신사에 인형을 그때마다 봉납하고 있었다.


인형을 봉납하던 신사는 지금은 관리되지 않고, 아무도 찾는 사람이 없어져 버렸다고 한다.


그리고 그 신사가, 우리들이 스케이트 하며 놀던 그 제방의 근처에 있다는 것이다.




누가 그 인형을 그 장소에서 태웠는지는 모르겠다.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Y에게 물어봐도 입을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않게 되어버렸다.




그때부터 대단히 긴 시간이 흘렀지만, 나는 지금도 인형이 싫다.


어떤 인형을 보더라도 그 때의 일을 떠올리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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