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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431st] 물망초

레무이 2017. 10. 11. 03:16

지금부터 말하는 이야기는 3년 전, 내가 아직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시절의 이야기이다.


그 무렵, 나는 어느 편의점에서 알바를 했다.


그 아르바이트는 동갑 여자와 50대 초 정도의 점장, 그 외에 4명 정도 일하고 있었다.


여름 방학에 들어간 다음날 아침, 나는 언제나처럼 아르바이트로 향했다.


가게에 들어가자 그날 아침 담당인 동갑 여자와 3살 연상의 선배가 이미 계산대에 있었다.


내가 "좋은아침."


선배 "그래, K군 (내 이름)! 어서와~."


나는 "네."


평소처럼 대화를 맺은 후, 가게의 안쪽에서 유니폼을 갈아입고 일을 시작했다.


그날 나의 주요 업무는 물건 정리였다.


아침 바쁜 시간이 끝나고 손님들이 잠시 끊긴 시점에 동갑이라서 사이좋았던 여자가 말을 걸어 왔다.


"K군, 여름 방학에 뭐 예정있어?"


"아니, 없어. 일단 알바 이외는 빈둥대는데 (웃음)"


"K군, 요 근처 폐가 알아?"


"아, 알고있어. 귀신나온다는 소문!"


확실히 알고있었다. 그 폐가는 편의점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작은 집이었다.


옛날 집주인이 자살했다는 이야기에, 거리에서는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 있는 집이었다.


이전에 동급생이 목격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만, 나는 귀신 같은건 믿지 않는 편이라서 웃어넘겼다.



"그 집이 어쨌다는건데?"


"나온다..라는 소문은 알고 있지?"


"알고있어. 자살한 집주인의 영혼이라잖아."


"아니래. 그게 말이야, 귀신이 아니라 벌레가 나온대."


"풉!"


나는 폭소했다. 그 아이가 워낙 진지한 얼굴로 "벌레"라고 했으니까.


"그게 아니라고! 그 벌레라는게 보통 벌레가 아니라 그 집에 찾아온 사람을 홀리는 벌레라나봐."


"뭐어?"


드르르륵.. 자동문이 열리고 손님이 들어왔다. 여기서 일단 잡담 시간은 종료.


다음에 그 아이와 폐가에 대해 이야기 한 것은 저녁이 되고나서, 다음 알바와 교대한 이후였다.


여름이라서 아직 밖은 밝았고, 나와 그 애는 가게 옆의 강변에서 수다를 떨고 있었다.


"어.. 아까 이야기인데."


또? 나는 생각했다. 솔직히 관심이 없었고, 게다가.. 생각 해보니 뭔가 이상했다.


이 녀석은 평소 상당히 얌전한 아이인데, 수다를 떠는 나의 학교에서 있었던 바보같은 이야기를 들을 뿐이었는데,


어째서인지 이 화제에 집착하고 있었다.


"내 친구가 말이야, 씌어버렸나봐 그 벌레에."


"···?"


"그 아이가 여름 방학 전에 학교를 오래 쉬었거든, 걱정되어서 병문안에 갔더니.."


"갔더니?"


"그 녀석, 완전히 야위어서, 나한테 그 집에서 벌레에 홀렸다고 말하잖아. 게다가 벌레가 꿈속까지 침식해왔다고. 이젠 잠을 잘 수도 없다고."


"··그리고 걔는 어떻게 됐는데."


"지금은 아파서 입원해 있어."


"그거 안된 일이네. 마음의 병이잖아. 학교에서 왕따라도 당하던거야?"


그러자 그 아이는 크게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 않아! 오히려 밝고 클래스의 리더같은 아이 였어. 그런데도 저렇게 되어버리니까 오히려 섬뜩하다구··."



나는 침묵했다.



"어떻게하면 좋을까?"


"그렇게 말하더라도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 아이의 마음의 문제니까."


"그렇지 않아. 그 폐가에 가볼거야. 절대로 뭔가가 있어."


역시 행동이 이상하다. 표정도 평소의 그녀와는 다른, 뭐랄까 너무 무섭달까, 낯선 위화감이 느껴졌다.


나는 말했다.


"그럼 갈까?"


"어?"


"가면 알거아냐. 있는지 없는지? 아, 별로 이상한 짓은 안할테니까 괜찮습니다요."


"바보!"


그 미소는 평소의 그 아이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나는 조금 안심했다.


"하지만 무섭네··. 그 아이처럼 홀려버리거나 하면 안되잖아."


스스로 이야기를 털어 놓고는 이제 와서 무서워 하는 것이 뜻밖이었지만, 심령 스팟에서 의지가 되는 남자라는 것을 어필하려고 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나는 고 2.


폼을 잡고싶은 마음이 절정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것이 실수였다.


그냥 여자아이의 농담따먹기 정도로 받아들이고, 그 이야기를 흘려버렸다면 좋았을텐데.


무난한 분위기로 주변은 어둑어둑 해지고 있었다. 아까까지 일하던 편의점에 들어가 손전등을 샀다.


안면이 있는 점원이었기 때문에 "어디에 사용하려고?"라고 웃으며 물어왔지만 목적은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폐가에 도착했을 때는 근처는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다.


"역시 그만둘까."


라고 그 아이는 말했다.


"여기까지 왔으니까 조금 안쪽을 들여다보자. 괜찮다니까."


나는 지극히 냉정했다. 무섭다는 기분은 조금도 없었다. 아니, 있다면 오히려 아까의 그녀의 표정이었다.


그 표정을 떠올리면 왠지 몸서리쳐진다.


미닫이 문, 보통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문이 녹슬어 있어서 열 때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났다.



안은 깜깜했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복도가 있었고, 손전등으로 비추어 방 4개 정도가 있는 복도를 나아갔다.


전부 미닫이 문이었다.


"기분이 나빠.. 이젠 싫어."


그녀는 말했다. 나는 그녀에게 조금 미소를 지어주고는 가장 가까운 문을 열고 안을 비추었다.


안은 거미줄이 쳐 있었고, 아래에는 목재 조각들이 많이 떨어져있었다.


"역시 아무것도 없잖아."


나는 말했다. 그녀는 아무 말도 없었다. 좀 심하게 겁을 먹었나? 그렇게 생각한 나는 다음 방 안을 보고 돌아가려고 생각하고, 그 다음 방 문을 열었다.


역시 아무것도 없었다.


"여기까지로 하고 돌아갈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네."


그녀에게 말을 걸고는 처음 들어왔던 현관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밖은 완전히 암흑이었다.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아 조금 실망했지만 나는 돌아가기 위해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아까부터 그녀는 한마디도 말하고 있지 않다.


그래도 바로 옆에 있었다.



모습은 이상했다. 말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녀의 머리카락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그녀의 표정을 가리고 있었다.




비정상적인 공포가 나를 뒤덮었다.



폐가의 귀신이나 벌레 때문이 아니었다.





그녀 때문에.





나는 고개를 숙인 그녀를 폐가 앞에 내버려두고 달렸다. 어쨌든 무작정 달렸다.


그 날 집에 도착했을 때도 안심이 되지 않았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참으로 이상한 행동이었다. 익히 알고있는 아이에게 그만큼의 공포를 느끼고 도망치다니.


하지만 그때는 확실히 무서웠다.


어쩔 도리가 없었다.


뭐랄까, 진정한 미지를 조우하는 감각을 느꼈다.



그 때의 나는, 본능적으로 "도망"이라는 행동을 했다. 그랬다고 생각한다.





그 날은 그녀에게 연락을 취하지 않았다.


"내일은 낮부터 그녀와 같이 알바니까.. 내일 사과하면 되는거야."


나는 자신을 타이르듯 그대로 잠을 청했다.




그날의 꿈은 기묘했다.


모르는 사람이 내 주위에서 뭔가 말을 걸고 있다.


모두 한꺼번에 말을 하고 있어서 나는 무슨 말인지 전혀 알아 들을 수 없었다.


그 와중에..


"운이 좋네."


그것만이 명확하게 들렸고, 들림과 동시에 깨어났다.




그날 알바에 갔다.


하지만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다. 점장에게 물어보니 무단 결근이라고 한다.


진정할 수가 없어서, 그 날의 알바는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생각해보니 꿈속의 목소리는 그 동갑인 여자의 목소리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날부터 그 아이는 아르바이트에 오지 않게 되었다.


점장에게 한 번 이유를 물어봤지만, 병때문에 그만 두었다고 알려줄 뿐이었다.


그 후 그 아이와 다시 만날 수 없었고, 시험을 위해 고 3이 되었을 때 아르바이트는 그만 두었다.



지금에 와서는 소문의 귀신의 정체도, 그녀가 말했던 "벌레"의 의미도, 꿈속의 그녀의 "운이 좋네."라는 말의 의미도 모른다.


하지만, 그 날 느꼈던 '세상의 것이 아닌 무엇인가"와 마주한 감각을 나는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여기에서 내 예상을 붙여보는데, 어쩌면 그녀는 "벌레"에 홀린게 아닐까?


그리고 나는 벌레에 홀리지 않았기 때문에 "운이 좋네"인 것이 아닐까.


예상이 너무 얄팍하네, 라고 한다면 그럴 뿐이겠지만, 나는 그렇게 밖에 생각이 들지 않는다.


미지와의 접촉, 가깝다고 생각했던 존재가 갑자기 미지로 바뀐다.


이렇게 끔찍한 경험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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