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번역 괴담

[436th] 독신 생활

레무이 2017. 10. 18. 02:04

친구인 스즈키(가칭)의 집에 놀러 갔을 때 지독한 일을 겪었다.


조금 길지도, 미안.



녀석은 대학 입시에 성공해서 그 때부터 독신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집에서 통학하는 나는 그게 상당히 부러웠다.



그런데 새로운 생활이 시작한지 얼마 후, 오래간만에 만났을 때, 녀석이 자꾸 집에서 자고가라고 권유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그놈이 가족과 함께 살때에는 몇 번 가 본 적이 있었지만, 혼자 살고부터는 처음 이어서 가고 싶다고는 생각했지만, 너무 끈질기게 꼬셔대니까 왠지 미심쩍었다.


그래서


"무슨 일 있는거냐?"


라고 내가 묻자 스즈키는 약간 눈살을 찌푸리며,


"와보면 알아. 근데 괜찮으니까 와달라고. 부탁해."


고 말했다.


나의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이런건 순순히 따라가지 않는 게 좋다는 것 쯤은 알고있었다.


하지만 왠지 오래간만에 만났기도 하고, 무엇보다 나는 혼자 사는 방이라는 것을 보고 싶었다.


그래서 나중에 자러가기로 했다.



그 자고가는 날 말인데, 녀석의 방은 의외로 보통이었다.


더러웠지만, 뭐 혼자라면 이런거겠지, 좁은 것도 혼자라면 딱히 괜찮다는 느낌.


벽이 얇은 것인지, 자꾸 옆집에서 물을 흘리거나하는 생활소음이 들렸지만, 그렇게 신경이 쓰이지는 않을 정도.



그리고, 간 것도 저녁이었고, 그럭저럭 시덥잖은 이야기를 하거나 텔레비전을 보다보니 순식간에 한밤 중이되었다.


방에서 거의 널부러지듯 있었는데, 그 때 스즈키가 대단히 불안한 듯한 표정으로 문 쪽을 보고 있었다.


시간은 새벽 두시가 되기 전, 이른바 '무언가'가 나올 듯한 시간.


그런데 그 심각한 표정을 풀지 못하고 있길래,


"어떻게 된거야."


라고 말하자,


"슬슬이야."


라고.




끔찍하게도 나쁜 느낌이 들었다.


자러오라고 말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러다, 시계 바늘이 두시가 되는 순간, 현관 문의 손잡이가 돌아갔다.


물론 잠겨있었기 때문에 열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찰칵하고 분명히 누군가가 열려고 하는 느낌.



이불에서 몸을 일으켜서


"뭐야 그거···"


라고 묻자, 스즈키는 이불에 들어간 채로,


"내가 묻고싶은 말이야. 이거 이사와서부터 매일이거든."


라고 말하는 것이다.


"······ 혹시, 이거 때문에 날 부른거야?"


"으······ 응, 이것 뿐이긴 하지만, 일단은 실제 피해는 없으니까······"


"뭐?"



찰칵찰칵은 5분 정도 후에 그쳤다.


그 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그것이 인간이거나, 인간이 아닌 것이라고 하더라도 기분이 매우 불길했지만, 나는 다시 이불에 숨어들었다.


녀석의 말투로는 절대로 이 밖에도 뭔가가 일어날 것 같았기 때문에 억지로 눈을 감고 자려고 했다.


나는 괴담 같은 건 좋아하지만, 직접 체험하는 것은 제발 좀 봐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러다보니 졸기시작할 즈음에, 어쩐지 오른쪽 볼이 간지러운 느낌이 들었다.


머리카락이라고 생각했지만, 스즈키가 자고있는 것은 내 오른쪽 옆.


그래서, 그럼 이건 뭐냐고 생각해서 실눈을 뜨자 뭔가가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그것이 무엇인지 잘 기억나지는 않는다.


아마도 순간적으로 보자마자 눈을 감았기 때문이겠지만, 분명히 살아있는 여자가 아니라는 것만은···.


아, 그래도 일단은 여자였을거다. 아마도.


다음에는 아무리 뺨이 간지러워도 눈을 감고 참았다.




그리고 창문을 탕탕 두드리는 소리도 들려왔지만, 더 이상 확인 하는 것도 싫어져서 자는 척을 했다.


왜냐하면 더 이상 이상한 걸 본다면 진심으로 쫄아버릴 것 같았고.


덮쳐오는 것은 예쁜 누나 뿐이었으면 하니까.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스즈키에게 화를 냈더니,


"아, 역시 너한테도 보인거야?"


라고 했다.


결국 잠들지 못한 채 아침을 맞이한 나는 녀석에서 짜증을 내며,


"어떻게 된 일이냐니까!"


처럼 불평했지만, 열심히 사과해대기에 점점 분노도 사그라들었다.


그리고 다음에 한 대화.




"뭐냐면 말이야, 이사한 날부터 계속 이러는거야.


근데 이게 만약 나한테만 보이는 거면 어쩌나 생각해서.


누군가에게 상담하려고해도 부모님은 그런거 믿지않는 분들이고.


그래도 말이야, 너도 겪은거면 나만 그러는건 아니라는 것 같으니까 다행이다."


"너는 그거 하나만을 위해서 날 부른거야?"


"더 이상 혼자서 그 방에서 자는거, 솔직히 무리였어. 그래서 너도 똑같은 경험했으면, 믿어주시지 않더라도 네 이름을 대고 우리 부모님을 설득해서 이사하려고 한거야."


"그러면 처음부터 부모님을 모셔왔으면 되는거잖아!"


"갑자기 그런 말을해도 스트레스에서 오는 정신병 같은 걸 의심할거야 우리 부모님은!


게다가 부모님에게 보이지 않는다면 어떡하지!? 나는 감옥같은 병원에 들어가고 싶지않아, 정말로!"


처음부터 괴상한 일이 일어나는 것을 알고있으면서도 자고가도록 한 스즈키에게 다시 분노가 치밀었지만,


그 후 아침 겸 점심밥을 한턱 쐈기 때문에 용서했다.


무서웠지만, 아마 놈도 상당히 무서웠을테니까.


나 못지않은 겁쟁이기도 하고.




그 후, 곧바로 스즈키는 다른 주택으로 이사했다.


"다행이네."


내가 말하자, 녀석은 크게 긍정하고는 불쑥 말했다.


"저기 말이야, 거긴 벽이 얇았잖아."


"응."


"그래서, 상당히 옆집의 생활소음이 들려왔었지?"


"그래."


"그래서 말이야, 일단 교류는 없었지만 그래도 나갈 때에는 인사정도는 하는게 좋겠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싼 과자 사들고 인사하러 갔는데······."


"갔는데?"


녀석은 느낌이 좋지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옆집은 빈집이었어······"


"······"




같은 층에 다른 사람이 살고 있는 방도 있던 모양이지만, 그정도로 그렇게 생활소음이 들릴 수 있는건가.


내가 들었던 생활 소음은 발걸음이나, 물소리도 났고, 실제로 사람이 사는 소리였는데.




일단은, 나의 독신 생활에 대한 열망은 사라졌다.


우리집 최고.



이것으로 끝.


내용이 길어서 미안. 문자로 적어보니 평범하고 별거 없지만 솔직히 대단히 무서웠다.


이런게 실제로 있구나······ 귀신같은게 실제로 있는건가.


사람이 죽은 방이라거나 하는 말은 못들었다고 하는데, 주택 자체가 상당히 낡아보였으니까.



내가 겪은 것 이외에도 그 방에 있는 동안에 스즈키는 여러가지 체험했다는 모양인데, 무서워서 무슨 일이 있었냐고는 거의 묻지 않았다.

'번역 괴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438th] 나무 상자의 내용물  (0) 2017.10.18
[437th] 어떤 장의사 이야기  (0) 2017.10.18
[435th] 거울 속 이야기  (0) 2017.10.13
[434th] 기생충  (0) 2017.10.12
[433rd] 쿠네쿠네 걸음  (2) 2017.10.12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