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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438th] 나무 상자의 내용물

레무이 2017. 10. 18. 23:19

이것은 선배의 친구가 겪은 이야기다.



그 친구는 아직 십대의 여동생이 있었다.


여동생은 고등학교 중퇴 후, 우연한 계기로 호스트 놀이에 빠져 어느정도의 빚이 생겼다고 한다.


그리고 정해진 코스대로, 호스트에게 뒷세계 돈벌이를 소개받아서 유흥업소에 근무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삼일도 견디지 못하고 궁지에 몰려서 집의 돈에 손을 대었다.



원래 집은 토건업을 하고 있었고, 버블 시절에는 위세도 좋았다


그렇지만, 그 무렵에는 상당한 경영난인 모양이었다.


돈을 유용당한 것이 계기가 되어 부모의 회사는 부도가 났고, 결국 도산했다고한다.



살던 땅도 빼앗기고 일가족이 흩어졌다.


그녀는 자신이 저지른 일을 자살로 속죄했다고 할까?


도망친 것일지도 모른다.



여동생을 아끼던 오빠는 깊은 슬픔이 격렬한 분노로 바뀌어, 뒷세계 돈벌이를 소개한 호스트에게 복수할 것을 다짐한다.



다만 실의에 빠진 부모를 더 이상 궁지에 몰아 넣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선배에게 상담했는데, 조금 무서운 계획을 세우게 되었던 것이다.




어느 날 아침 일찍, 술에 취해 가게를 나오는 호스트를 매복했다가 습격하여 선배들 셋이서 납치했다.


차 트렁크에 밀어넣어, 데려간 곳은 산속의 폐허가 된 모텔.


황량한 방에 수갑을 채 호스트를 감금.


선배의 친구는 미리 준비하고 있던 것을 꺼내 호스트의 앞에 내려놓았다.



"이 사진의 여자를 기억하고 있나?"


그것은 죽은 동생의 영정이었다.


"○○는 너에게 사과받기 전까지는 성불 할 수 없다고, 밤마다 머리맡에 서있는다."


영정 옆에는 흰 천으로 감싼 나무 상자를 내려 놓았다.


"하루동안 사죄해라. 오늘 밤 머리맡에 나타나지 않는다면, 데리러 오겠다."



이 이야기가 어디까지 사실인지, 선배는 몰랐다고 한다.


다만 갈증을 호소하는 호스트에게 그 친구는 스스로 생수를 줬다고 한다.


그 모습은 정말로 여동생이 사죄받도록 하고 싶어하는 모습 같았다고 한다.



다음날 아침, 새벽에 셋이서 모여서는 다시 산속의 폐허로.


모두 상당힌 긴장해서 방 문을 열었더니,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수갑은 한쪽이 세면대의 배관에 걸려있어 자유롭게 풀려날 수 없었을 것이었다.


그래도, 조잡한 수갑 쯤은 꼬챙이 하나로 쉽게 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지갑과 휴대폰은 그대로 있었지만, 모텔의 앞은 오래된 길.


뜸하기는 해도 자동차가 지나기는 한다.


"도망가버렸네."


선배들은 주위의 탐색을 포기하고 차에 돌아가기로 했다.


그 친구는 영정을 겨드랑이에 끼고 양손으로 나무 상자를 잡으려다가 깜짝 놀랐다.


"어, 뭔데 이거"


나무 상자 속에 유골함이 들어있을거라고 선배는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아니, 그냥 상자야. 납골는 끝났다고. 그냥 겁주려고 했던거야."


친구가 흰 천을 풀자 뚜껑이 있는 나무 상자가 드러났다.


"안은 텅 비어있지만 말이야."


뚜껑을 열자, 상자의 안에는 검은 흙같은 것이 가득 들어있었다.


"뭐야 이거."


상자를 뒤집어 흙을 쏟아버리자 주먹 크기의 덩어리가 하나 나왔다고 한다.



선배와 친구가 가까이서 확인하려고 했더니 코를 찌르는 악취가 났다.


옆에 있던 나뭇가지로 찔러보니, 그것은 에마른 미라처럼 보였다.



"이거 태아잖아···."



선배와 같이온 사람은 얼굴을 마주보고 있는데, 떨리는 목소리로 친구가 이야기 했다고 한다.





"동생이 녀석을 데려갔는지도 몰라···."




두 사람에게 소름이 끼쳐 올라오는데, 친구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유서에 쓰여있었어. 그 놈과 아이와 함께 셋이서 살고 싶었다고."





나중에 선배가 말하기로는, 어쩌면 그 친구가 호스트를 죽인게 아닐까,


라는 것이었다.





선배도 그 친구와 연락이 닿지 않은 채로 몇 년이 지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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