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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440th] 범인

레무이 2017. 10. 22. 18:06

초등학교 6학년 때의 나쁜 기억입니다



불량배 같은 놈이 학급에 있었는데 (여기서부터 M이라고 합니다) 그 녀석이 굉장하게 괴롭힘 같은 것을 당하던 시기가 있었다.


일단은 물건의 분실부터, 처음엔 지우개같은 작은 물건이었는데 그러다가 실내화, 체육복이 사라져버려서 이상한 일이라고 소동이 되었다.


옷 같은게 사라지고 나서부터는 물건을 훔쳐가는 일은 사라졌는데, 수영장 수업이 끝난 뒤에 옷이 젖어있다거나, 이상한 편지가 책상에 들어있거나 해서 장난이라기엔 도를 넘는다고 생각되었다.


편지라는 것 또한 굉장했는데, 뭔가 쏟은 듯한 더러운 종이 같은것에 붉고 지저분한 글씨로 "너는 몇월 몇일에 죽는다"라는 기분 나쁜 내용이었다.


담임 선생님이 방과후 남아서 모두 책상에 엎드리게하고는 "누가 했는지 손을 들어라."라고 했다.


한사람 한사람 호출되어 질문당하는 등 여러가지로 조사했지만 결국 범인은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M은 "어째서 이러는거야?"라면서 이성을 잃었고, 누군가 범인 취급당할까봐 교실의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나빠졌다.



그러다가 "그 녀석이 범인이 아닐까?" 같은 뒷담화가 나왔고, 학급에서 어두운 성격에 평판이 나빠서 미움 받는 놈이있었는데 (앞으로 T라고 합니다), 게다가 그 녀석은 가끔 M에게 당하는 성격이었어서 의혹의 화살은 그 녀석에게 향했다.


그래서 M은 T에게 "네녀석이 한거냐" 라면서 윽박질렀지만 당연히 T는 부정하고 있었다.


그 후로 M은 T를 괴롭히기 시작했고, 책상에 낙서하거나 해서 다시 수렁에 빠졌다.


학급에 상당히 상냥한 녀석이 있었는데 (A라고 합니다) 그럴때마다 T를 감싸주어서 조금 감동했다.


덧붙여서 A이외에는 모두들 M이나 T에게도, 그 소동에도 관련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대부분 노터치.


A는 평소부터 T에게도 상냥했기 때문에 좋은 놈이라고 생각했지만, T는 역시 견딜 수 없었는지 학교에 오지 않게되었다.


원래부터 자주 쉬는 놈이었기도 하고 이런 분위기 속에서는 오지 않는 것이 차라리 녀석에게 다행이라고 생각했기에 딱히 여파는 없었는데, T가 오지않고부터 딱 괴롭힘이 멈췄고, 결국에는 학급의 전체를 뒤덮었던 불편한 분위기가 끝났다.


분실된 것은 결국 나오지 않았다.


M도 중간부터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이러니 저러니 하다가 어쩌다보니 상당히 A와 친해졌다.


친구들과 A의 집을 놀러가게 되었는데, 그 때 우연히 A가 음식을 가지러 방에서 나갔을 때가 있었다.


A가 금방 돌아오지 않아서, 그 시절의 나쁜 손버릇으로 친구들과 방안을 마음대로 뒤져봤다.


야한 책이라도 없나 생각하고 침대 밑을 뒤져보고 있었는데면··· 어째서인지 M의 체육복과 신발 같은 것이 나왔다.


찢어져 있고 엉망진창의 상태라서 엄청 놀랐지만, 혹시나 또 뭔가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고, 그래서 책상같은 곳도 몰래 뒤져보았다.


그랬더니 수학 여행이나 운동회 사진이 서랍에서 나왔는데, M과 T가 찍힌 부분에만 흡집이라던가 빨간색과 검은색 펜으로 낙서되어 있었다.


흠집은 상태가 심각했는데, 목까지 일직선으로 잘려있기도 했고, 눈 부분이 펜으로 찍혀있거나, 압정이 박혀있는 것 같은 것도 있었고, 평범한 웃는 얼굴에 눈에만 새까맣게 칠해놓아서 불길해보이는 사진이 되어있었다.



무서웠기 때문에 되돌려 놓았고, 그리고 아무도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중학교는 다른 곳으로 떨어졌기 때문에, 졸업 후에는 A와 만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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