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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454th] 암시 게임

레무이 2017. 11. 3. 23:03

아직 내가 BL같은걸 모르던 순수한 중학생 시절의 이야기.



검도부였던 나는 방과 후 언제나처럼 부 활동 장소인 도장에 갔는데, 고문 선생님이나 부장이 아직 오지 않은 틈을 타서, 부원들이 곳곳에서 놀고있거나 이야기하거나 하고 놀고 있었다.


그것은 항상 있던 일이니까 아무것도 이상한건 아니었지만, 그 중에 어째서인지 두 명씩 마주보고, 무엇인가 꺄- 꺄- 떠드는 몇 개의 무리가 있었다.


잘 보니 거기에 함께하지 않는 다른 부원들도 멀리서 빙 둘러서는, 흥미 깊은 듯이 그 무리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분명히 연습이 시작되기 전까지 도장의 전등은 켜지 않는다는 규칙이 있었다고 기억한다.


보통 교실보다 조금 더 넓었던 도장은 큰 창문이 있다고는 해도 자연광에만 의존한 상태에서는 조금 어둑했다.


평소엔 그런 건 신경 쓰이지 않았는데, 그날은 뭔가 불쾌한 느낌이 들었다···는 정도까지는 아니었던가. 어쨌든 평소와는 뭔가 다른 느낌이 들었다.


문득 입구에 멈춰서는 뭔지 모를 위화감에 당황했고, 수수께끼의 2인조 중의 한명이 비교적 친했던 Y였는데, Y가 나를 발견하고는 언제나처럼 웃는 얼굴로 다가왔다.



"O(나)도 해볼래? 완전 무서워!"


조금 흥분한 기색의 Y.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를 물어 보자, 방금까지 하던 놀이를 즐겁게 설명해 주었다.




"우선 둘씩 짝이되어 마주보는거야. 일단 두 사람을 A와 B로 할게.


A는 B를 향해 손을 내밀고 B는 뻗은 A의 좌우 손목 각각에 실이나 끈 같은 것을 묶는 느낌으로 그런 동작을 하는거야.


묶는게 끝나면 A는 "집중하는" 상태로 손을 되돌리고는 다시 힘을 빼.


그리고 B는 가슴 앞에서 자신의 양손을 빙글빙글(*) 하고 돌려.


(* 빙글빙글: 양 팔을 몸 앞에서 = 자 모양으로 만들고 물레방아처럼 돌리는 모양)


그러면 A의 손목에 감긴 보이지 않는 끈이 감겨지는 것 처럼 제멋대로 A의 양손을 앞으로 나오는거야."



"정말 올라간다!"


건성으로 들었던 나는 물론 믿지 않았지만, 의심의 시선을 돌리는 나에게 발끈한 듯, Y는 거기서 직접 보라는 느낌으로 조속히 시연하기 시작했다.





감는 역할의 부원이 손을 빙글빙글 돌리자 실을 연결 한 (것으로 되어있는) Y의 손이 흔들흔들하고 딸려왔다.


"이거봐!"라며 Y가 과시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Y가 스스로 팔을 움직이는 걸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네가 스스로 올리는 거 아냐?"


라고 물어봤는데,


"아냐, 제멋대로 올라가는거야, 이건 영혼이 움직이는거야."


라고 우기는 Y.



요컨대 분신사바(**) 같은 것인가. 검쟁임녀서도 공포물을 좋아했던 나는 언젠가 읽었던 분신사바의 실체를 떠올렸고, 눈앞의 놀이와 비교하여 마음 속으로 납득했다.


(** 분신사바: 일본은 콧쿠리 상)


영혼이 움직인다고 믿고 무의식적으로 스스로 팔을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믿음이라는 격렬한 암시에 걸리기 쉬운 나이에만 할 수 있는 놀이.



그런 것을 생각하다보니, Y가 앞으로 내민 팔을 천천히 내리면서 "너도 같이 하자" 라고 권해왔다.


왜 바로 팔을 내리지 않는 거냐고 생각했는데,



"놀이가 끝나면 B가 처음에 한 것과 반대 방향으로 손을 돌려서 감았던 실을 풀고 A의 손을 원래 위치로 내려야만 해.


언제까지나 감기만 계속하면 올라가는 팔은 결국 A 자신의 목을 졸라 버리게 되거든."



라고 한다. 유치한 것 같지만, 조금 무시무시한 규칙이다.




종료의 의식을 마친 Y가 다시 한번 나에게 졸라왔다. 'O도 해봐, 재미있어-' 라면서.


예나 지금이나 나는 영혼의 존재에 대해 관심은 있었지만 반신반의로 있을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정말 팔이 움직이면 무서울 것 같아서 할 수 없었다.



둘러보니, 이 이상한 놀이는 완전히 도장에 침투한 모양으로, 마주보고 떠드는 부원이 아까보다 늘어나 있었다.


너희들 단순한 것도 정도가 있잖아.



"그러니까, O도 같이 하자고!"


여전히 Y가 권유했다. 그만두겠다며 떨어져 있어도 팔에 달라붙어서 따라왔다. 너무 끈질겼기 때문에 짜증이 난 나는,


"알았으니까!"라면서 강하게 Y의 손을 떨쳐냈다. 비틀거리며 겨우 떨어진 Y에게 마무리로 강하게 째려보는 시선을 선사했는데, 오히려 내가 쫄아버렸다.




Y의 눈 아래가 보라색이 되어 있었다. 수면부족에 생긴 다크서클 같은, 검은 자주색이다.




조금 전까지 그런 것은 없었다. 놀라서 굳어있는 나에게 Y가 더욱 다가왔다.


"딱, 한 번이니까!"라고 말하면서.



Y가 이렇게까지 끈질긴 녀석이었던가. 가녀리고 귀엽고, 굳이 말하자면 심약하고 부드러운 타입인데.


평상시라면 내가 여기까지 싫어하기도 전에 이미 그만뒀을 것이다.



평소대로의 귀여운 미소지만, 분명 평소와는 뭔가 다르다는 것이 그 다크서클로부터 보이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구해보려고 해도 모두들 이 이상한 놀이로 들썩이고 있어서, 누구도 우리들의 상태에 대해서는 신경쓰고 있지 않았다.



뭔가 이상하다.


이제는 무서워져서 나는 도장을 뛰쳐 나왔다.




Y는 따라오지 않았다. 안심 한 것도 잠시, 결국 방금 건 뭐였던거냐고 생각하니 무서워서 도장에도 돌아갈 수 없었다.


학교 정원의 가장자리에 위치한 도장의 근처에서 안으로 다시 들어갈까 어떻게 할까 우왕좌왕 하는데,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같은 검도 부원인 T 였다.




"뭐하는거야, 안 들어가고."


신기한듯 이쪽을 바라보는 T, 나는 울며 매달렸다. T는 나의 친구 중 단 한명 뿐인 영감이 있는 소녀였다.


미인에다가 얼굴도 작고, 날씬한데다가 조금 영감이 있는 아이였다. 그래서 난 T를 우러러봤다.


지금 생각하면 그야말로 어린이인 나는, 영감소녀인 T에게 속고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당시의 나는 T를 보고는 이제 이것으로 어떻게든 되겠다고 생각했다.



빠른 말로 사정을 설명했더니. T는 "응"이라고 무심하게 대답하고 서슴없이 도장에 들어갔다.


당황해서 나도 뒤를 따라 들어갔다.


2층 건물이었던 도장은 들어가서 신발을 벗으면, 바로 검도부가 사용하는 도장이었다.


들어가자마자 Y가 또 그 놀이를 하고있는 것이 보였다.


도장 입구에서 T는 부원들의 노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빨리 어떻게든 해주기를 바라는 나는 T에게 다가갔다.




"어때 이거 정말로 영혼이 움직이고 있는거야?"



"응~··· 대부분은 착각이지만. 좀 불러버렸네."



불러버렸다는건 뭐야.




"나도 해볼게"


T의 충격 발언에 깜짝 놀라서 말리기도 전에, 재빨리 Y가 이쪽을 눈치채고는 달려왔다.


그 눈 밑은 여전히 ​​어두운 자주색이었다.



"T도 할거야?"


"응."



권유를 받자마자 놀이를 시작한 T.


Y가 손을 빙글빙글 돌리자, T는 양팔을 천천히 들었다.




대충 일을 마친 T와 도장을 나왔다.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어땠어?"


"음, 하얀 손이 뒤에서 내 손을 붙잡고는 끌어왔어."


T는 태연하게 대답했지만 다시금 이쪽은 대혼란에 빠졌다. 그게 사실이라면, 꽤 큰일아니야?


"뭐! 그거 어떡하지!"


"역시 좋은 놀이를 아닌 것 같은데, 그만두면 괜찮을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말하고 T는 도장 입구에 서서 기세좋게 손을 두드렸다.


"이제 선생님 오신다! 갈아입고 연습 시작하자!"


T의 말에, 김이 빠진 듯 투덜대며 부원들이 탈의실에 들어갔다.



이것으로 이제 괜찮다. 정말일까? 탈의실로 향하는 부원들 중에 Y를 찾아냈다.



"Y의 다크서클은 그 영혼과는 상관없는거야?"


걱정이 되어 물어봤더니, '아 그랬었지'라고 중얼거리고는, T는 Y를 불렀다.


"뭐야? 역시 O도 할거야?"


끈질긴 Y.


그 웃는 얼굴이 묘하게 공허해 보여서 무섭다.


그런 것은 조금도 걱정하지 않는 모습으로, T는 Y에게 뒤를 향하도록 했다. 뭔가 새로운 놀이를 시작할 거라고 생각했는지, Y는 순순히 우리들에게 등을 보였다.


그러자 T는, Y의 목 관절의 뿌리부분을 통통- 하고 두 번 정도 가볍게 두드렸다. 털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지도 모른다.


"그래, 이쪽을 봐봐."


T가 이쪽으로 돌아서라고 한 Y의 얼굴은 완전히 깨끗해져 있었다. 그렇게 진했던 기미가 말끔히 사라져있었다.


어안이 벙벙한 나를 내버려두고 Y를 탈의실로 밀어넣고 돌아온 T는,


"지금은 누구나 할 수있는 간단한 제령이니까 기억해 둬"


같은 느낌으로 이야기했다. 기억이고 뭐고 더 이상 그런 제령해야 할 경험을 하고싶지 않다.



하지만 이상한 일은 이것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대단하다. 이거, 정말로 심령현상이잖아. 처음 봤어. 어떡하지.


내 머릿속에 쓸데없이 생각이 맴돌고 있는 옆에서, T는 별반 평소와 다름 없는 상태로,


"갈아입기 전에 화장실에 다녀올게."라고 말했다.


나는 흥분 상태였지만, 지금 T와 떨어지는 것은 불안하니까 따라갔다.



도장 화장실에 들어갔다.


T는 개인 실에. 나는 특별히 용무가 없었기 때문에, 손을 씻고 거울을 보며 머리를 고치거나 하고 있었다.


그러자 갑자기 T가 개인 실에서 "우왁!"하고 소리를 질렀다. 아까 일이 있었기 때문에 수직으로 뛰어오를 듯이 놀랐다.


곧 비틀거리며 T가 개인 실에서 나왔다.


뭐냐고 어떻게 된거냐며 가까이 가자,


"지금 등을 밀렸달까, 얻어맞았달까··· 진짜 아팠어."


라고 말했다.


아니, 아니, 아니.


그렇게 사람을 놀리면면 재미있냐고 쫄았으면서도 웃어넘기고 있었더니,


"그럼 직접 봐."


라면서 T가 체육복의 등을 걷어서 보여줬다.




확실히 그 등에는 지금 바로 생긴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새빨간 양손 자국이 생겨 있었다.


누군가가 뒤에서 힘껏 손을 내리친 것으로 보이는 손의 방향. T의 손보다 훨씬 큰 어른 손의 흔적.


나는 말이 막혔다. 뭐야 이거.



"내가 이 놀이를 중단시켰기 때문에 '방해하지 마'라는 말일지도 몰라."


T는 한숨을 쉬며 사건을 정리했다.




그리고 나는 귀신의 존재를 믿게 되었다.






이상입니다.


오탈자 있으면 죄송합니다. 장문 읽어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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