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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에게들은 이야기.



내가 아기 시절의 우리집은 직장 때문에 아버지가 집에 거의 계시지 않았다고 한다.


나와 어머니만으로 집을 지키는 날이 많았는데,


밤에 어머니가 나를 재우고 욕실에 들어가려고 곁을 떠나면, 흡사 불이라도 켠 것 처럼 내가 울었다고 한다.


심상치 않은 울음에 무슨일인지 욕실에서 달려와봐도 어머니가 옆에 오면 그쳤다고.



그러던 어느 날 밤.


그날은 드물게 아버지도 집에 있었기에, 어머니는 한가롭게 목욕을 하고, 현관 앞을 지나가는데, 누군가가 문 앞에서 중얼 거리고 있었다.


역시 꺼림칙하게 생각해서 아버지를 불러 밖을 살피도록 해봤지만, 아버지는 소리도 듣지 못했고, 바깥에는 아무도 없었다고 말한 이후로는 상대 해주지 않게 되었다.



그런 느낌으로 몇 개월이 경과.


변함없이 나 혼자가 되면 심하게 울어댔고,


밤에 현관 앞을 지나 가면 누군가가 중얼 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었지만,


어머니가 동네 회의에 참여했을 때, 이웃집의 주민이 몹시 당황하며 등장.


심령 사진이 찍혔다는 모양이다.


실물 사진을 보여줬다고 하는데, 초등학생 딸의 뒤에 머리 긴 여자가 서있었다고.


주변은 난리가 았고, 어머니도 몹시 큰일이 일어났다고 생각되어 마음 속에서 무서워하고 있었다고 한다.



며칠 후에 그 이웃집 딸이 급사.


심령 사진도 있었고 해서 여러가지로 소문이 났는데,


그 이웃집은 주인이 바뀔 때마다 불제로 떠들석한 '사정이 있는 집'이라는 것도 이때 밝혀진 것 같다.


실제로 이웃집은 딸의 갑작스런 죽음 후에 이사를 갔고, 불제가 왔다고.



지금이라면 육아 노이로제에서 오는 환청과 우연이 겹친 것이 아닐까 생각하지만,


(진위는 일단 미뤄두고서라도) 심령 사진을 본 것도 사실이고,


이웃집 딸이 그 급사하고 불제가 온 것도 사실.


내가 밤에 심상치 않은 울음을 해댄 것을 감안하면


"만약 조금 잘못되었다면, 이웃집에 나온 여자의 영혼은 우리집에도 왔었는지도···" 라고···


평소 농담은 좀처럼 하지 않으시는 어머니께 이 이야기를 듣고는 소름이 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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