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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4월. 대학이라는 대학은 떨어지고 나는 재수학원을 다니는 몸이되었다.
'재수생'이라는 이름의 별 볼일 없는 19세의 남자, 부모님은 또 다시 헛된 기대와 돈을 지불하는,
그다지 의미없는 "새로운 생활"이 시작되었다.
3월 중순 염불처럼 "하면 된다"라고 반복하는 어머니에게 휩쓸린 인간 쓰레기의 표본 같은 나는, 테이블의 신문 광고에 눈의 초점을 맞췄다.
"신문 장학생"
그것이 이 이야기의 시작이었다.
재수학원 입학금을 내주는데다가, 집세는 공짜. 식사도 제공되어.
부모님에게 아무말만 안하면 부모님이 맡긴 돈은 전부 용돈이된다.
어떤 말이 더이상 필요하지 않은 천국 같은 이야기였다.
물론, 수험 공부따위는 처음부터 할 생각도 없었다.
신문 배달은 알바정도겠지- 라는 나의 예상이 빗나간 것은 첫날 인사할 때 부터였다.
우선 320부 아침 석간 배달을 선고 받고,
그날 저녁에는 "오늘부터 신문에 끼우는 광고도 해줘."라고 판매 점포의 사장님에게 선고 받았다.
즉, 매일 2시에 기상해야 하는 것이다.
오전 3시, 배달을 시작한다.
낯선 도시, 이런 일이 아니라면 평생 엮일 일이 없는 거리를 "배달지도"에 의지하여 뛰어 다닌다.
코를 꼬집더라도 알 수 없는 어둠 속을
"빨간 우체통에서 2m 왼쪽, 안쪽으로 구부러져 3번째, 그대로 뒤쪽의 두 번째 문'
배달지도는 이 거리를 하나의 선으로 바꾸어 버린다. 배달원은 그것을 오로지 달리는 쥐인 것이다.
마치 거대한 미로를 헤매는 듯한 기분이었다.
밤의 어둠은 인간은 본능적으로 무서워 하는 것이다.
하지만 배달원은 죽은 인간 = 귀신보다 살아있는 인간이 더 무섭다.
거의 매 달, 이 지역 어딘가에서 절도와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는 말을 들었고,
어둠에 몸을 숨기고 있는 모습을 보아도 모른 척해라, 라는 조언을 들었다.
오사카의 신흥 주택지라고하면 평판은 좋지만, 요컨대 옛날부터 정착하는 빈민과 세속에 섞이지 못한 젊은 세대의 똥통일 뿐이다.
거리가 무관심과 외로움의 냉기에 가라앉아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당연했을 뿐인 F주택 501에서 "그것"은 나의 세계에 비집고 들어왔다.
아니, 정확하게는 "그것"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겨우 일에 익숙해진 5월 나는 수금 업무까지 맡고 있었다.
수금의 괴로움은 해본 사람이 아니면 모른다.
일부러 신문 대금을 내고 이사하는 인간은 이 도시에는 거의 없다.
며칠 간의 배달된 신문이 쌓인 뒤에야 없다는 것을 발견한다.
501도 그렇게 쌓인 상황이었다.
"또냐, 어쩔 수가 없구만."
나는 오늘 몇 번째인지, 이젠 더이상 들어가지도 않는 신문함에 짜증을 내며 예전 것들을 뽑아내고 새로운 것을 넣으려고 했다.
그때 끼어있던 오래된 신문과 함께 문이 약간 열렸고, 면도기를 주욱 끌어나는 모양으로 현관의 불빛이 쑤욱 늘어났다.
"어? 열려 있어···"
평소의 나라면, 그곳에서 비명이 들렸더라도 절대 문을 열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비명 따위는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소리 하나 없이, 쥐죽은 듯이 조용했다.
"그래그래, 도망갔구만. 또 나만 혼나게 됐잖아."
나는 문을 열고, 쌓여있던 신문을 현관으로 걷어차 되돌려줬다.
평소와는 뭔가가 달랐다.
아니, 그 다음 일을 생각하면, 이 때에 이미 "그것"에게 이끌렸는지도 모른다.
501의 주인은 벽과 자전거 사이에 웅크리는 모양으로 앉아 있었다.
주시하지 않으면, 그것이 인간이었다는 것을 모를정도로 변색되어 썩어 문드러져있었다.
기억하고 있는 것은 맹렬한 냄새와 엄청난 파리 떼.
이상하게도 시체에 대한 기억이 없다. 기억에 있는 것은 그 주변 뿐.
작은 신문 기사에서,
501호의 주인은 전 교원으로 외로운 노인이었음, 자녀 부부와 불화로 혼자살고 있던 것,
사후 2주가 지나고 있었다는 것 등을 알게 되었다.
도시에서 고독하게 가라앉은 노인의 처지에 19세의 나는 아무 감정도 생기지 않았다.
이 도시의 독기에 물들기 시작했던 것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수금 때문에 혼나지 않고 끝났다는 것이 더 중요했다.
그리고 "그것"은 왔다.
신문 배달을하는 자에게는 비는 천적이다.
슬슬 장마 기운이 감도는 이 시기, 월세방 주택의 지붕에 떨어지는 빗소리는 그 자체만으로도 우울해진다.
신문의 비닐 봉지를 계산하면 1시간 일찍 나가야하기 때문이다.
501 사건 다음날 자정, 나는 자려다가 빗소리에 눈이 떠졌다.
"비인가 젠장."
나는 벽장에서 비옷을 꺼내어 주택의 1층에 있는 신발장에서 장화를 가지고는 다시 2층으로 올라갔다.
1층의 현관에는 열쇠가 걸려 있고, 배달원은 2층의 문으로 출입하도록 되어있기 때문이다.
내 방은 2층의 동쪽 끝. 출입구는 바로 옆이다.
나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별이 빛나고 있었다.
"맑잖아···."
잠결에 잘못 들었던 것일까? 하며 비옷과 장화를 내버리고, 광고지를 끼워넣는 작업을 나갔다.
아무 일도 없는 평범한 하루였다.
그리고 그날 밤, 나는 빗소리에 눈이 떠졌다.
"어? 비가 오는···"
나는 또다시 벽장에서 비옷을 꺼내어 1층 신발장에서 장화를 가지고 밖으로 나왔다.
별도 없는 어두운 밤 이었지만, 비가 내리지 않았다.
"웃기지마! 뭐야 이거?"
누구에게 불평할 수도 없었고, 비옷과 장화를 버리고는, 이번에도 광고지 작업을 나갔다.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별로 아란곳 하지는 않고 그날도 밤에 잠을 잤는데, 무려 그날 밤도 빗소리에 눈이 떠진 것이다.
이번엔 이불 속에서 잠시 가만히 있어봤는데,
지금까지 빗소리라고 생각했던 소리가, 나뭇 잎이 붙은 가지를 잔뜩 모아서 지붕을 문지르는 듯한 소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바람에 나뭇잎이나 뭔가가 있는건가?"
나는 이불에서 나와 전등도 켜지 않고 그대로 창문까지 가서 오래된 창틀을 열었다.
당연히 비는 내리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 소리는 그쳐 있었다.
허리를 관통하는 불길하고 기분나쁜 느낌, 그리고 장마 철의 불쾌한 공기가 우르르 흘러 들어왔고, 심장 박동이 경보기처럼 빨라졌다.
창문에서 고개를 내밀어 위를 볼 수도 있었지만, 그 호기심에는 터무니없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 것 같았다.
그 유혹을 멈춘 것은, 옆방에서 갑작스레 들려온 처절한 비명소리였다.
그것은 비명이라기보다 고통에 발버둥 치는 소리 였을지도 모른다.
발꿈치로 바닥을 때리는 소리까지 났고, 심상치 않은 기색이었다.
아래층 주인집 아줌마가 불평하면서 올라왔다.
이웃한 방의 직장인도 일어나서 오고,
문을 두드려 "K씨. 무슨 일이예요? 괜찮아요?"라고 해보았지만, 아무런 응답도 없었다.
잠시 그런 상태가 계속 되었는데 5분 정도만에 겨우 K씨가 문을 조금 열고 얼굴을 내밀었다.
그리고 공동주택의 거주자들에게 한 말은 "어쩐일이죠? 다들 모여계시고···" 였다.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M 공동주택의 집주인은 온갖 욕설을 다 들리는 혼잣말로 쏟아내면서 아래로 내려갔다.
이웃방의 직장인도 관심 없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나는 빗소리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다.
지금부터 잘 수고 없었고, 혼자 담배를 피우다가 오늘도 어김없이 광고지 작업을 하러갔다.
그날 아침, 나는 조간 신문의 배달을 마치고 학원에 가기 위해 역에 서 있었다.
내 시야의 구석에서 사람의 그림자가 부자연스럽게 움직였다.
통근 특급에 뛰어드는 순간이었다.
그 사람이 K씨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학교에서 돌아온 후 였다.
밤, 평소보다 더욱 쥐죽은 듯이 조용한 방에서 나는 좀처럼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그 빗소리에 대해서도 신경쓰이고 있었다.
낮 동안에 공동주택 주위를 둘러봤지만 지붕에 닿는 나무같은 것은 없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뭐였던거야 소리는? 하는 의문, 그리고 정체모를 기분나쁨에다가 아침의 사고의 광경까지 겹쳐져 아무래도 잠이 오지 않았다.
내가 "그것"을 인식 한 것은, 이날 밤부터 였다.
빗소리가 아니었다.
비유 해서 말한다면, 루빅스 큐브를 양쪽에서 꽉누르고 돌리는 것과 비슷한 소리.
삐걱대며 뒤틀리는 소리가 방 전체에서 나기 시작한 것이다.
오래된 건물은 낮과 밤의 온도 변화로 삐걱거리는 일도 있다는 모양이다.
그러나 이 소리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
나는 소름이 끼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자신의 의사로 일어날 수 없다는 것도 깨달았다.
가위 눌림이 아니라 "움직이면 안된다"라고 누군가에게 제지 당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잠시 후, 그 삐걱거리는 소리는 사라졌다.
무정하게도 일은 해야한다. 오늘도 언제나처럼 어둠의 도시에 배달해야만한다.
이 날은 정말 기분이 무겁고 어둠이 무섭게 느껴졌다.
이 도시에는 기세가 좋았던 방직 회사의 주택단지가 잔뜩있다.
지금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고, 주민도 드문데다가, 한 건물이 통째로 비어있는 그런 것도 있다.
그런 단지 하나에 뛰어올라 갔을 때, 나는 꼼짝 달싹 못하고 말았다.
그것은 그 위치에서 그 501주택이 보였기 때문이다.
어둠 속에 불이 켜져있었다.
"사람이 들어왔나? 아니 그럴리가 없어, 조금 전에 지나갈 때는 아무도···"
응시하는 나의 눈에는 그 빛이 흔들 흔들 거리다가 깜박이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불빛은 사라졌다.
나는 신문 매장의 사장에게 말했다. 배달 지역을 바꿔 줄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사장이 나에게 말한 것은 놀라운 내용이었다.
"이야~ 잠시 잠잠했는데, 또 나오게 된 거구만. 거기는 귀문이야. 굿이라도 하고 나서 들어가야 하는 거지."
이미 동네에서 죽은 사람이 몇 명이나 나왔다는 것이다.
어쨌든 후임을 찾을 때까지 잠시 계속해 달라는 것이라 어쩔 수 없이 물러났지만,
지금까지 절대 믿지 않았던 불제라는 것을 받으러 이 지역에서 오래된 MT신사에 가기로했다.
그래서 대충의 불제를 받은 후, 부적을 받아 오긴 했는데, 아무래도 내 방에 있을 때에 마음이 불안한 것을 어쩔 수 없었다.
미신을 잘 믿는다거나 자기 암시가 강하다는 그런 것은 없었지만,
실제로 나의 눈과 귀, 나의 몸으로 느낀 것들이 설명될 수 없다는 것이 불안했다.
그리고 다섯 번째 밤.
"그것"은 마지막 동반자를 찾아왔다.
같은 공동주택의 Y씨는 평소 나에게 친절하게 대해주는 좋은 형님이었다.
이날 밤, 업무용 아이스크림 팩을 갖다주고는,
"어쩐지 여기, 최근 사람이 죽는 일만 일어나네."라면서 10시경까지 이야기를 나눴다 있었다.
나는 내 방의 이야기, 빗소리 이야기, 501의 등불 이야기를 Y씨에게 했다.
"야야, 지나치게 생각이 많아서 그래. 안돼 안돼. 스트레스가 쌓인거야.
아무래도 기분 찜찜한건, 방 때문인거잖아? 이쪽은 북쪽이고 나는 반대잖아.
오늘 여기에서 내가 자도 괜찮지? 확인해보자구."
나는 거절했지만, Y씨의 마음이 강해서, 결국 두 사람이 내 방에서 자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설정 해둔 알람 시계로 일어나지 못하고, 신문 매장에서 불러낸 집주인 아줌마의 비명소리에 눈이 떠졌다.
Y씨는 옷걸이에 끈을 걸어 목을 매고 죽어 있었던 것이다.
이후 나의 주위에서 죽은 사람은 없다.
아니, 그 날 신문 장학생을 그만 둔 나는, 그 도시에서 그 이후로 몇명이나 죽었는지 알 방법이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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