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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593rd] 원망하고 있을지도

레무이 2018. 3. 21. 07:38

나와 돌아가신 할머니의 이야기입니다.



할머니는 가벼운 당뇨병이었습니다.


집에서 인슐린 주사를 맞고, 다리 건강이 좋지 않아서 걷기 힘드셨기 때문에 식사 준비도 내가 하고 있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맞벌이였던 부모님은 저녁 때까지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에 철이 들었을 때부터 할머니께 보살핌을 받았습니다.


초등학생 시절 부모님께 혼나고는 울면서 할머니의 방에 가서 자기도 한 것입니다.


부드러운 할머니를 매우 좋아했습니다.



그런 할머니의 간병은 내가 하겠어! 그렇게 생각하고, 가끔 가족과 고모의 도움을 받으면서도 매일 열심히 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일상 속에서 조금씩 스트레스도 쌓였고, 자기 멋대로 말씀하시는 할머니에게 화를 참는 등, 세월이 흐르면서 할머니에게 야박하게 대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할머니가 돌아가신 날 밤입니다.


병원에서 돌아온 할머니의 시신은 할머니의 방에 뉘어놓았습니다.



나는 어머니 옆에 이불에 들어가 휴대 전화를 만지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유리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습니다.



우리집은 목욕탕에 가려면 할머니의 방을 가로질러야 했는데, 내가 좀처럼 씻지 않고 있으면 할머니가 침실 유리 문을 두드려 빨리 들어가라고 부추기곤 했습니다.




바로 그 소리 였습니다.



유리 문을 보아도 물론 할머니의 그림자는 없었고 복도를 걷는 발소리도 들려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분명히, 평소 할머니가 두드리는 그 소리였습니다.



나는 겁이 나 어머니에게 달라 붙었습니다. 그러자 어머니도 그 소리에 깨어나신 듯, 유리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으신 모양입니다.


"바람일거야. 다시 자거라."


그런 말씀을 듣고, 억지로 눈을 감고 잠을 청했습니다.



장례식 등 이런저런 일이 끝난 어느 날, 처음으로 할머니가 꿈에 나왔습니다.



친척 몇 명에게서 할머니가 꿈에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내 꿈에도 드디어!


꿈 속에서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1층에 친척이 모여 북적대는 가운데, 나는 2층 창문에서 정원을 보고 있었습니다.


거기에 할머니가 계셨습니다.


난 어째서인지 숨어서 보고 있었습니다.



친척들이 할머니를 발견해서 즐겁게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렸고, 나는 2층 창문에서 그것을 내다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할머니가 이쪽을 돌아봤습니다.




움찔했습니다.




이쪽을 바라보는 할머니의 눈은 시커먼 그림자만 있을 뿐, 거기에 눈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노려보고 있는 것을 느꼈습니다.



너무나도 무서워서 심장이 격렬하게 소리를 내고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나를 원망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죽기 직전, 내가 귀찮게 생각했던 것을 할머니는 알고 계셨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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