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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595th] 세미나에 갈거야

레무이 2018. 3. 23. 18:30

이것은 내가 유치원 상급반(?)에서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에 겪은 이야기입니다.



유치원 상급반(아마도) 시절의 어느 날 밤, 어머니에 살짝 깨워져서, 옷을 갈아 입혀지고는 차에 탔다.


자동차는 본 적도 없는 어두운 골목길을 지나 어딘가로 향해 갔다.


작은 소리로 "어디로 가는 거야?"라고 묻자 어머니는 "세미나에 갈거야"라고 중얼 거렸다.



얼마정도 달린 뒤 거기에 도착했다.


건물의 현관에는 엷고 흐릿한 불빛을 발하는 램프가 놓여져 있었고, 안에는 불빛 하나 없었다.


어린 나는 왠지 공포를 느꼈다.



나는 거기에서 여러 가지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곳에서는 먼저 부모와 헤어져 암실에서 다른 몇 명의 아이들과 함께 영상을 보았다.


눈이 한개인 여성의 얼굴이 날아다니고 있었고, 그저 회전하는 블루 스크린이라거나, 동물의 얼굴에 인간의 몸인 사람이 걷고 있는 그런 느낌의 영상이었다고 기억한다.


나도 다른 아이들도 겁이 났는지 떠들지도 않고 조용히 보고 있었다.



영상을 본 후 다른 방에서 메달을 받거나, 컬러링 같은 것을 하기도했다.


그것이 끝난 뒤에는 부모가 방에 데리러 와서 돌아갔다.



결국 나에게 어떤 사건이 일어난 날까지, 1년 정도 그곳에 다니고 있었다.


심야에 차를 타고 어딘가로 나간다는 재미도 있었고, 돌아오는 길에 편의점에서 과자를 사주기고 했기 때문에, 상당히 흡족한 마음으로 다녔다고 기억한다.



그 날, 언제나처럼 세미나에 갔다.


암실에서 영상을 보고있을 때 괜시리 화장실에 가고 싶어져서, 방 밖으로 나왔다.


그러나 언제나 사용하던 화장실이 사용 중지였다.


그래서 위층의 화장실에 갔는데, 처음 온 층이었기 때문에 돌아가는 길을 잃어버렸다.


어떻게든 누군가 어른에게 물어보면 될거라고 생각하며 적당히 걸었는데 층계참이 나왔다.


4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에는 진입 금지 팻말이 달려있었다.


2층으로 계단을 내려가면 아마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갈 수 있었을 것이지만,


어째서인지 그때는 위층으로 가고싶어서 조금 두근두근하면서 진입금지 팻말을 지나쳐 올라갔다.



4층에는 복도의 막 다른 곳에 낡은 셔터가 있을 뿐, 아무것도 없었다.


실망하며 시시하다고 생각하고 가려고 했는데, 셔터 옆에 또 다른 계단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계단에는 또다시 침입금지 팻말이 달려있었고, 전등도 전혀 켜져 있지 않았다.


나는 이번에도 팻말을 지나서 계단을 올라 갔다.



5층에도 역시 불빛 하나 없이 어둑했다.


복도는 4층과 같이 일자가 아니라 문이 많이 있었고, 모두 닫혀 있었다.


왠지 불안했지만 어쨌든 막다른 곳까지는 가보려고 앞으로 나아갔지만 좀처럼 막힌 길까지는 도착하지 않았다.


이제 돌아가야하나 생각하기 시작했을 무렵에 겨우 막다른 곳까지 도착했다.


그 곳에는 문이 하나 있었고, 잠겨 있지 않고 반쯤 열려있었던 데다가,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분명 누군가 어른이 있을거라고, 원래 있던 곳까지 데려다 줄 것이라고 생각해서, 반쯤 열려있는 문으로 안을 들여다봤다.


안쪽에는 남자가 몇 명 테이블을 둘러앉아서 뭔가 심각하게 논의하고 있었다.


조명은 테이블에 하나 있었다. 어둑했기 때문에 얼굴은 볼 수 없었다.


나는 왠지 얘기하기를 주저하고, 잠시 방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결심하고 말을 걸려고 했을 때, 논의하던 남자 중의 한 사람이 갑자기 이쪽을 보고 "뭐하는거냐!"라고 외쳤다.


나는 놀라서 아무 말도 못하고 그대로 서 있었는데 남자는 일어서서 확 문을 열었다.


그리고 어린 나를 보고 안심했는지 표정을 풀고는 "어떻게 된거니? 길을 잃었구나?"라고 물었다.


나는 "네, 화장실에 갔다가 길을 잃어서, 어른을 찾고 있었어요···" 라고 했는데, 그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이봐, 이 아이를 아래로 보내주고 와." 라면서 문을 닫았다.


그 남자는 상당히 젊었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아저씨는 아니었다.



그래서 남자와 둘이서 복도를 터벅터벅 걸어가다가 복도에 자동 판매기가 여러 대의 나란히 서있는 곳으로 나왔다.


남자는 "주스 마실래?"라고 말했다.


내가 마신다고 하자, 남자는 돈을 주면서 "원하는 것을 사렴"이라고 말했다.


그 자동 판매기에서 판매되는 주스는 뭐였는지, 아무데서도 본 적이 없는 것들이었다.


이상하게 생각하면서도 적당히 골라서 샀다.



산 뒤에도 본 적 없는 주스 뿐이었기 때문에, 모처럼 이니까 다른 것도 보려고 했고, 자동 판매기의 열을 계속해서 따라가자 막 다른 곳에 문이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손잡이에 손을 뻗어서···


[철컥- 철컥-]


그 순간, 손잡이가 격렬하게 돌기 시작했다.


나는 깜짝 놀라서 손을 놓았다.


소리를 깨달은 남자가 굉장한 기세로 달려왔다.


"열지 말아!"



그대로 남자는 내 손을 끌어당겨 어두운 복도를 걸어갔다.


뒤에서는 아직도 손잡이가 빙글빙글 돌고있었다.


자동 판매기에서 상당히 떨어진 곳에서 남자는 드디어 내 손을 놓아주었다.


그곳은 문이 많이있는 곳이었다.


머지 않아 계단이 있는 곳이다··· 안심하는 나.


그러나 다음 순간, [철컥 철컥], 뒤의 손잡이가 엄청난 기세로 돌기 시작했다.


또한 거기에 공명하는 것처럼 오른쪽 손잡이도 왼쪽 손잡이도 [철컥 철컥]하고 돌기 시작했다.


남자는 또다시 강하게 내 손을 끌고가기 시작했다.


작은 목소리로 "무슨 일이예요?"라고 묻자 남자는 "시끄러워! 아무 것도 아냐!"라고 고함을 쳤다.


하지만 손잡이가 돌아가는 소리는 점점 커져갔고,


오른쪽 문도 왼쪽 문도 뒤쪽의 문도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철컥-]



그 날은 평소보다 빨리 돌아왔다.


그리고 그날 이후 다시는 세미나에 갈 수 없었다.



그때 문 손잡이 너머에는 무엇이 있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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