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1st] 똑똑

아직 10대였던 시절 난생 처음으로 독신 생활을 했다.

살기 시작한지 3~4개월 지났을 무렵, 한밤중에 화장실에 갔는데 현관 문을 '똑똑'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인터폰도 있는데, 모르는 건가? 생각에 현관 문 들여다 구멍을 봤는데 아무도 없었다···

그 때는 기분 탓이겠지 생각하고 그냥 잤다.

그런 일은 까맣게 잊은 몇 달 후, 나는 심야의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어느 날 심야에 귀가 해 현관에서 신발을 벗고 있었는데, 또 현관 문을 "똑똑" 두드리는 것이다.

살짝 구멍을 보면 아무도 없다.

문을 열어 봐도 아무도 없다.

조금 오싹했지만, 시간도 시간이었고,

귀가 소리가 시끄러웠기 때문에 이웃 사람이 소극적으로 항의를 한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때부터 귀가가 늦은 밤에는 거의 매일 문을 노크했다.

장난이라고 해도 기분이 나빴기 때문에, 관리인에게 연락해서 아파트 전체에 안내하거나 이런저런 방법을 써봤는데도 노크는 멈추지 않았다.

그러던 와중에 점점 익숙해졌고, 노크하는 것은 심야 3시 반에서 4시 사이에 집중되는 것을 알게되었다.

어느 날, 아무래도 범인을 밝히고 싶어졌던 나는 3시 10분부터 문 앞에 붙어서 구멍을 계속해서 들여다보고 있는 한가한 수단을 썼다 ㅋㅋ

들여다보기 시작으로부터 30분 정도 지났을 때 "똑똑" 소리가 났다.

내다보는 구멍에는 아무도 비치지 않는다.

그렇다기보다도 문에서 소리가 나지 않았다.

뒤에서 들렸다.

열어놓은 원룸 문을 지나 베란다의 문을 두드렸다.

내가 내다보는 구멍을 들여다 보고 있는 것은 그 시점에서 나 밖에 모른다.

그런데 그 구멍쪽이 아니라 베란다 문을 두드렸다.

나는 그 때까지 노크는 인위적인 것이라고 밖에 생각하지 않았다.

인간이 아닌 것이 노크하고 있다니, 생각한 적도 없었다.

나는 그 때 처음으로 등골이 서늘해졌다.

그러나, 이사 비용 따위 마련할 수 없는 나는, 이후에도 그 방에 살고 있었다.

노크는 계속되었다.

가끔 현관에 붙어 봤지만, 보고있을 때에는 베란다를 노크했다.

노크 이외의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서움도 사라졌다.

살기 시작한 지 2년이 지났을 무렵, 우리집 베란다 쪽 유리창에 차가 들이받는 사고가 있었다.

집이 1층이었는데, 앞쪽 주차장에 주차하려던 자동차가 실수로 돌진해 온 모양이다.

내 방의 유리창은 프레임까지 대파 ㅋㅋ

얼마동안은 합판으로 붙여놓았다.

사고 때에 집에 없었는데, 관리인과 경찰로부터 사정을 듣고, 합판을 끼울 때는 직접 볼 수 있었다.

대충 끝나고 방에서 맥주 마시면서 합판을 보고 있었더니 웃음이 올라왔고,

문득 '똑똑'하는 녀석은 현관에 있는건지 주차장 쪽에 있는건지에 생각이 닿아서,

무심코 "괜찮아~?" 라고 중얼 거렸다.

그랬더니 합판 쪽을 "똑똑"하고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ㅋㅋㅋㅋㅋㅋ

시간은 언제나의 시간이 아니었다.

왠지 기분이 좋아져버렸고,

그 때부터 녀석이 싫지않다는 생각에, 5년 정도 그 방에서 신세를 졌다.

혼자 살았지만, 어딘지 모르게 녀석을 인식하고는

"다녀오겠습니다.", "돌아왔어요."라고 말하게 되었다.

이사하기 전날에 "건강...하라고 하면 좀 이상한가. 잘있어 ㅋㅋㅋㅋ"라고 말했더니,

확실히 '똑똑'하고 평소와 똑같이 2회, 평소보다 천천히 노크가 돌아왔다.

조금 울었어 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