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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614th] 개 울음 고개

레무이 2018. 4. 17. 18:13

당시 학생이었던 저는 A라는 친구와 자주 방과 후에 남아서 시시한 잡담 따위를 즐겼습니다.


동아리 따위는 들지 않았으니까요.


뭐, 저도 A도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하는 편이라 자주 무서운 이야기 책을 사와서 즐겼습니다.


가끔 여자도 들어와 캬- 캬- 말하면서 방과 후의 황혼의 시간을 보냈던 것입니다.



결국 수험을 앞둔 마지막 여름 방학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저와 A는 언제나처럼 잡담하고 있었는데, 어쩌다보니 여름 방학과 시험의 우울증으로부터 뭔가 이벤트를 일으키자는 이야기로 흘러,


개 울음 고개를 밤에 가보자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개 울음 고개라는 것은 큐슈에서는 매우 유명한 심령 스팟인데, 위험한 곳이라 들어가면 안된다고, 성인이라면 누구나 말할 정도의 위험한 곳입니다. (현재는 출읍금지 되어 있습니다)


그 곳의 터널을 빠져 나가면 반드시 무언가가 일어납니다.


솔직히 저는 묘한 고양감으로 들떴지만, 동시에 위축되었습니다.


하지만 어리기도 했고 무섭지는 않았습니다. 하물며 친구인 A에게도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황혼의 선명한 실루엣에서 A의 얼굴이 시커멓게 보였습니다.





촌동네 학생인 우리들에게 면허 따위 있을리 없습니다.


그래서 지역노선을 타고 현지의 역에 집합했습니다.


그리고는 오로지 걷고 또 걸을 뿐 입니다. 가는 길 중간 부터는 버스가 온다고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름 방학이 시작되었고, 나른한 더위 속에서 그 결행의 날이 다가오면서 저는 무엇을 해도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몇번이나 전화로 A와 이야기를 했지만, 분하게도 A는 전혀 아무렇지 않아 보였습니다.


한번은 이야기를 하다보니 제가 가는 것을 그만두는거 어때? 라고 했을 때, A의 바보 취급하는 듯한 웃음이 귀에 울렸습니다.


이후, 당일까지 전화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무섭다기 보다는, 무서워 하는 모습을 보여줄까보냐! 라는 결심이 굳어졌습니다.







그 날이 왔습니다.





얼마 전부터 시작된 비는 아침이 되어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저는 약속시간인 저녁까지 침대에서 빈둥거리고 있었습니다.


이윽고 시간이 되기까지, A에게 그만두자고 하고 싶어서 몇번이나 수화기를 들었지만, 말하지 못하고 나갔습니다.


"어째서 이런 벌칙게임 같은 걸···"



저는 처음가는 곳이었기 때문에 역무원에게 묻거나 하면서, 어떻게든 현지의 역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이미 어둑해지고 있었습니다.


비는 이슬비가되어, 우산을 쓰고 있는데도, 몸이 축축히 젖어갔습니다.


약속했던 역에 도착한 것은 약속 시간보다 30분 이상 이른 시간이었습니다.


사람이 거의 없는 역이었습니다. 역무원도 오래된 역사에 들어가 굽은 등만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저는 여름이었지만 비에 젖어서 떨렸습니다.


솔직히 무서웠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윽고 약속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A는 오지 않았습니다.


저는 다음 기차로 오겠지 생각하고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A는 오지 않았습니다.


"이 자식···"


솔직히 나는 기뻤습니다. 돌아갈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바람 맞았다는 분노는 어린 마음에 강했습니다.


"그 녀석 등 세게 때려줘야겠어."




그 때,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분노한 얼굴의 A였습니다.


"너! 언제까지 기다리게 하는거야! 현지 집합이라고 했잖아??"


"어?? 현지 역아니었어?"


"···너, 나는 계속 고개의 기슭에서 기다렸다구?"


"미안"


A는 혼자 기다린 탓인지 굉장히 짜증을 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빨리 가려고 앞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당황해서 따라갔습니다.


A는 이미 한 번 다녀왔기 때문에 저를 안내해주었습니다.


그러나 A도 역시 무서웠던 모양인지 말이 없었습니다.


얼굴도 창백해 보였습니다.




이윽고 우리는 고개에 접어들었습니다.


그러나 거기부터는 갑자기 흙길이 되어있었습니다.


저는 어둑한 가운데에도 A를 필사적으로 따라가고 있었습니다만, 그 앞에 철책이 쳐져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우리는 그저 젊었으니까 라고 하기엔 부끄럽지만, 철책에 걸린 자물쇠를 흙길에서 주운 큼직한 돌을 사용해 부쉈습니다.


A는 체력이 없기 때문에 제 역할이었습니다.



시간은 걸렸지만, 어떻게든 자물쇠는 부술 수 있었습니다. 꽤나 오래된 자물쇠였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입니다..


양쪽에 풀이 무성하게 자라난 흙길의 가운데, 희게 떠오르는 길을 오로지 걸어 올라갔습니다.


비 때문인지 하루가 빨리 저물어 가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손전등을 켜고 올랐습니다.


30분 정도 올라가니 거기에는 어둠에 한번 더 검은 칠을 한 것 같은 터널이 보였습니다.


안쪽은 깜깜합니다. 지금껏 본 적도 없는 어두움이었습니다.


저는 등골이 스스스스스스스스··· 하면서 추워졌습니다.


"이··· 이거구나······"


A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아까 여기에서 기다리던 때엔 이정도까지 어둡지는 않았는데···"


우리는 몸을 맞대고 안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어쩌면 지옥으로 이어져 있는게 아닐까요.


낮이라면 반대편 출구쪽의 밝음이 보였을텐데,


이 정도로 밤이 되어있었기 때문에, 정말로 끝이 없이 계속되는 터널 같았습니다.


"이 여기에 들어가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A는 불필요한 침묵을 지키며 어느새 제 옷을 움켜쥐고 있었습니다.


"ㄴ··· 너 먼저 들어가봐······"


A는 떨리는 목소리로 저에게 말했습니다.


"바, 바보야··· 밀지 마."


비 때문에 벌레 소리도 없는 산의 밤입니다.


우리의 손전등의 불빛 만이 켜져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빛도 어둠에 녹아들고 있었습니다.





저는 더 이상 할 수 없었습니다. 그저 무섭다는 정도가 아닙니다. 솔직히 눈물이 나올 것 같았습니다.


저는 A에게 말했습니다.


"미안. 내가 무리야. 이제 돌아가자."


하지만 A는 손을 떼지 않았습니다.


"바보냐! 여기까지 와서 돌아간다고?"


저는 A에게 밀려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무리라니까! 나, 더이상 안돼."


"네가 안와서 계속 여기서 기다렸다니까!"


"그렇게 말해봤자!! 나는 돌아갈거야!"


"안돼!"


A는 제 옷이 찢어질 정도로 당기며 터널로 들어갔습니다.


저는 필사적으로 버텼습니다.


"그만둬!"


"괜찮으니까 와! 빨리!"


A는 점점 저를 터널 속으로 끌어당기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제 참을 수 없어서 A를 내팽겨치는 기분으로 끌어당겼습니다.


제 쪽이 A보다 체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A의 힘은 평소보다 강해서 저는 뿌리칠 수 없었습니다.


"괜찮다니까. 그렇게 무서운 건 없어. 함께 가자"


······그때 저는 뭔가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너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던 거지?"


"······"


"여기 오는 길··· 철책 자물쇠 있었잖아···"


"······"




"내가 약속 장소에 도착한게 30분이나 빨랐는데 계속 기다리고 있었어··· 


넌 언제부터 기다리고 있었던거야?"




그 때, 저는 터널의 안쪽으로 끌고있는 것이, A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뒤에서 옆에서 많은 손이 저를 터널로 끌어들이고 있었습니다.


비명이 목구멍에서 나오지 않는 저를, A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빨리 죽어···"






후일담



저는 정신을 잃었고, 그 지역 주민이 산나물을 채취하러 왔올 때 발견했다고 합니다.


저는 심한 열로 며칠 누워있었습니다.



병원에서 A가 그날, 무서워서 약속에 나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후 A와는, 말을 섞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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