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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나이가 3살 위인 형이 대학에 다니던 시절에 들은 이야기.
형은 공학부에 다녔는데, 자주 오컬트를 좋아하는 친구를 집에 불러다가 영혼과 초상현상의 화제로 뜨거운 분위기였다.
과학적인 관점에서 영혼과 초상현상의 정체는 과연 무엇인가 술을 마시며 상당히 진지하게 이야기 하던 것을 기억한다.
형이 대학 4학년이 된 무렵부터 그 오컬트를 좋아하는 친구가 집에 오지 않게되었다.
어떻겐가 병에 걸렸다고 하고, 대학도 그만두고는 입원했다는 모양이다.
그리고 몇 개월이 지나, 나는 형의 오컬트를 좋아하는 친구를 까맣게 잊고 있던 어느 날.
형이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그 친구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3일 전에 그 녀석이 우리집에 왔었어."
내용은 이렇다.
그 친구는 암이었다고 하는데, 반년 남았다고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았으며,
얼마 동안은 병원에서 치료를 계속하고 있었지만, 최근에는 자택 요양을 하게 되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는 항암제의 탓인지 몹시 여위었고, 머리카락도 눈썹도 없고 몸도 창백하게 말라 있었지만,
유난히 눈만은 또렷하게 살아있었다.
오랜만에 만난는데 그 친구는 인사를 하자마자,
"사실 할 말이 있어서 왔어!"
라고 기쁜 듯이 말문을 열었다.
"세상은 영원히 돌아가는 비디오 테이프 같은거야!
그리고 언제나 녹화하고 있는 그 테이프에 지금이라는 순간을 과거 위에 겹쳐서 녹화하는거야!"
형은 이해할 수 없는 말에 아연실색 할 수 밖에 없었다.
친구는 신경쓰지 않고 이야기를 계속했다.
"테이프가 한바퀴 돌아가는 주기가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어. 1년 1개월 아니면 1주일 일지도? 어쩌면 1시간이나 1초인지도 몰라"
어쩐지 형도 그 이야기에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다.
"인간의 신체는 미약한 전기로 움직인다는거 너도 이미 알고있지?
평소에는 미약하지만, 정신적, 심리적으로 뭔가 강한 감정이···
그러니까··· 기쁨과 슬픔, 후회와 아쉬움, 분노와 증오.
그런 감정이 강하면 강할수록 미약했던 전기가, 강력한 무언가가 되고,
때로는 그 무언가가, 장소와 공간에 감정의 흔적을 남길 수 있는거야.
감정의 흔적이 깊이 각인되면 먼저 말한 것처럼 녹화로 덮어써도 사라지지 않는거야.
자, 가끔 덮어서 녹화한 비디오 테이프를 재생하면 이전의 영상이 희미하게 비치거나 소리가 남아있기도 하잖아?
바로 그거였어! 영혼과 초상현상의 정체는! 영혼과 원한따위가 아니야!
단순한 흔적이었던거야! 어이 ○○(형의 이름)! 알겠냐!?"
갑자기 감정적으로 말하는 친구에게 형은 이야기를 정리하지 못한 채로 수긍 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순간.
"오오 오오오! 해명했어! 우오오 오오!"
친구가 갑자기 일어서며 환희와도 같이 우렁차게 외쳤다.
마치 경기에 이긴 선수처럼 주먹을 하늘로 들어올리고 있었다.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친구의 변모와 행동에, 형은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었고, 어째서인지 웃어 버렸다.
그 모습을 본 친구는 눈물을 흘리며 한마디
"고마워"
웃는 얼굴로 그렇게 말하고 돌아갔다고 한다.
형은 말하고나서 하하 웃으며
"이상한 놈이야. 원리 공학부 주제에 말하는 것이 과학적이 아니잖아.
표현은 그럴 듯하긴 한데, 말하는건 엉망 ㅋㅋㅋㅋㅋㅋ
그렇지만 이상하게도 그 녀석이 말했던 그게 한 마디 한 마디 전부 기억나는거야."
형에게 이야기를 해 준 다음날, 그 친구는 집의 침대에서 조용히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얼마 후 일까? 가끔 형이 자신의 방에서 죽은 친구의 모습을 보게 된 것은.
그때처럼 환희의 우렁찬 외침과 함께, 주먹을 하늘로 들어올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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