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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664th] 사건 사고

레무이 2018. 6. 8. 07:30

아버지가 경찰이라서, 사건사고의 경우에는 아버지의 출동이 뉴스 속보보다 빠르다.


그래서 지역 사건사고 속보가 흘러나오면, 무섭다기보다는 "아버지의 일"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도요하마(일본 아이치 현의 지역) 터널 붕괴의 경우는 조금 달랐다.


긴급 출동을 받고, 정장으로 갈아입는 아버지의 얼굴이 묘하게 어두워보였다.


갈아입는 중의 아버지에게 "이번에는 뭔가요? 사건같은거예요?"라고 묻자,


평소에는 "네게 알려줄 만한 것이 아니다"라고 하시며, 절대로 출동 내용을 말하지 않는 아버지가


"사고"


라고 불쑥 말하셨다.


그리고 어머니에게 "이번에는 아마 금방 돌아오기 힘들거야. 길어진다."라고 전하셨다.



아버지가 나가신 뒤, 얼마 후 뉴스속보로 현장 중계를 본 순간,


아버지의 그 표정의 이유가 밝혀졌다.


아마 사건이 일어난 시점에서 이미 생존이 절망적이었던, 그런 사고였던 것이다.




아버지는 4일간 집에 오지 못하셨다.


5일 째 저녁, 갈아입을 옷을 가지러 돌아온 아버지에게 상황을 묻자,


"직격이야. 버스 위에서 정확히 말이다. 방법이 없다. 대부분의 가족들도 포기하고 있어."


라고 말하셨다.


나는 또,


"카메라로 영상은 확인해본거야? 사고 안쪽은 어떤 느낌이야?"


라고 질문했다.


"5센티미터"


"무슨 말인데?"


"카메라로 확인된 시체의 키 말이다."






* 실제 도요하마 터널 붕괴 사건 기사 중,


"며칠이 지난 현장의 복귀 작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확인 된 버스의 두께는 약 30cm 정도가 되어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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