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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2학년의 봄이었을 것이다.
내가 다니던 대학에는 크고 작은 수십 개의 동아리방이 모여 있는 3층짜리 건물이 있었다.
여기서는 학생에 의한, 어느 정도의 자치권이 보장되어 24시간 개방이라는 꿈 같은 공간이 있었다.
24시간이란 말 그대로 24시간으로, 아침까지 동방에서 철야 마작을 하고서, 그 후에 강의실 건물로 가서 수업 중에 푹 잔 후에 동방에 돌아와 다시 마작을 하는 등의 학생의 귀감이라 할 만한 생활도 가능했다.
밤에 동아리건물에 있으면 여기 저기에서 술자리의 환성이나 마작패를 섞는 소리, 콘솔게임의 전자음 등이 들려왔다.
어디선지는 모르지만 라쿠고(落語: 해학을 주제로 하는 만담, 역자주) 소리도 들려오곤 했다.
그것들이 평일과 휴일의 구분 없이, 때로는 밤새도록 계속되곤 했다.
어느 날 밤이었다.
갑자기 귀를 찌르는 듯한 비명이 들려왔다.
슈퍼 마리오의 타임 어택을 줄곧 하고 있던 나는, 패드를 손에 쥔 채로 방 안을 둘러 보았다.
동아리 회원 몇 명이 따로따로 뭔가에 열중해 있었다. 그 누구도 반응이 없었다.
“지금 비명이 들리지 않았나요?”
라고 물었지만, 만화를 읽고 있던 선배가 고개를 들고 “어?”하고 말했을 뿐이었다.
기분 탓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건물 전체에 울려 퍼질 듯한 굉장한 소리였으니까.
그리고 그 증거로 아직 심장 근처가 싸늘해진 감각이 있었다. 닭살마저 들 정도로.
방 구석에 있던 선배가 찡긋 윙크를 하는 것을, 나는 놓치지 않았다.
그 순간, 나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안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 선배 옆으로 다가가, “뭔가요, 방금 그건.”이라고 속삭였다.
내 오컬트 스승님이다. 이 사람만 반응했다는 것은, 그런 것이라는 거겠지.
“들렸냐?”라고 말하길래 고개를 끄덕였더니 “무시해, 무시.”라고 말하며 바닥에 드러누웠다.
궁금하다.
그렇게 큰 소리였는데, 어떤 사람에겐 들리고 어떤 사람에겐 들리지 않다니 보통 일이 아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정신을 가다듬고 비명이 들려온 방향을 찾으면서 방문을 열었다.
스승님이 뭐라 말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드러누운 채 고개도 들지 않았다.
문에서 나와 더러운 복도를 걸어갔다.
각 동아리의 당번제로 청소는 하고 있을 테지만, 오랫동안 쌓여온 먼지나 쓰레기, 토사물이나 눈물 등으로 어떻게 할 수 없을 정도로 더러워져 있었다.
새벽 1시를 넘어가는 시간인데도 복도의 좌우로 이어지는 많은 방문 너머에서는 빛이 새어 나왔고, 괴성이나 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문에서 얼굴을 내밀어 비명의 정체를 찾으려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속을, 확실히 들렸던 비명의 잔재 같은 것을 쫓아서 걸었다.
그리고 어느 층 끝에 위치하는 공간에 발을 내딛은 순간, 등줄기에 뭔가 기어오르는 듯한 감각이 느껴졌다.
꽤나 어두운 건물 구석이었다.
천장의 전등은 꺼져 있었다. 원래부터인지, 아니면 방금 전의 비명과 관계가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어느 쪽이든 간에 인기척 없는 복도가 어둠 속으로 길게 늘어져 있었다.
멀리 등 뒤에서 비치는 불빛과, 멀리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소음이 그 어둠, 정적을 한층 두드러지게 했다.
희미한 귀울림이 들려와, 나는 “여기다”라는 감각을 강하게 느꼈다.
이 부근에는 무슨 동아리가 있었을까 하고 생각하며 발소리를 죽여서 나아가자, 제일 안쪽 방의 문 앞에 사람이 서 있는 것을 알아챘다.
그쪽도 나를 알아챈 듯, 이쪽을 돌아 보았다.
어둠 속을 조심조심 다가가자 그 사람은 머리가 긴 여성으로, 불안스럽다고 할까 뭐라 말하기 힘든 모습으로 서 있었다.
“무슨 일인가요?”
라고 소리를 죽여서 묻자, 그녀는 뭔가 납득이 갔다는 얼굴로 끄덕였다.
아마도 그녀도 반응했던 것이리라. 엉망진창으로 시끄러운 불야성 안에서 극소수의 사람에게만 들렸던 비명에.
안색을 살폈지만, 어두워서 표정까지는 알 수가 없었다.
“저도 들었어요.”
동지라는 것을 확인하고 싶어서 그렇게 말했다.
“여기 같은데요.”
여성이 연약한 목소리로 그렇게 대답하자, 나는 시선 끝에 있는 문을 보았다.
명패가 없어서 무슨 동아리인지는 알 수 없었다.
머릿속에서 동아리 배치도를 떠올렸지만, 평소에 여기 부근에는 올 일이 없었기 때문에 안개가 드리운 듯,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문 밑의 틈에서는 불빛도 새어나오지 않아서 방 안에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았지만,
쭈뼛쭈뼛하며 문에 귀를 대보았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저 멀리에 잇닿아 있는 방에서 누군가가 날뛰는 듯한 진동이 희미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머리를 문에서 떼고 소용 없다는 걸 알면서도 문고리를 잡았다.
찰칵하는 소리가 들리고 살짝 문이 움직였다.
놀라서 무의식적으로 펄쩍 뒤로 물러났다.
열린다.
잠겨 있지 않았다.
이 문은 열린다.
뒷걸음질치는 내게 동조해서 여성도 벽까지 물러나 있었다.
심장박동이 진정될 때까지 기다린 후에 “어떻게 할까요?”라고 작은 소리로 묻자, 그녀는 고개를 옆으로 저었다.
무서워하고 있는 것일까.
하지만 여기서 떠나려고도 하지 않았다.
나는 뭔가 의무감 같은 것에 휩싸여, 다시금 문으로 다가갔다.
문고리에 손을 대고 심호흡을 했다.
그 비명을 들었을 때의 심장이 싸늘하게 식는 듯한 감각이 되살아나서, 꿀꺽하고 침을 삼켰다.
이 문 저편에 비명의 주인이, 혹은 관계가 있는 무언가가 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다리가 움츠러들 것 같았다.
“열게요.”
라고 그녀에게 확인하듯이 말했다. 하지만 그건 분명 내 자신에게 한 말이었겠지.
눈을 감고 문고리를 당겼다.
아니, 감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어째선지 난 눈을 뜬 채로 문을 열고 있었다.
빨려 들어갈 것 같은 어둠이 있었고, 그 순간 그녀가 내 등 뒤에서 “꺄악~!!”하고 절규했다.
수명이 확실히 줄어드는 듯한 충격을 받았지만 나는 그래도 문고리를 놓지 않았다.
방 안은 어두워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어둠에 익숙해졌을 눈에도 보이지 않는데.
도대체 그녀는 무엇을 보고 비명을 지른 건가.
가만히 어둠을 응시했다.
안에 들어가려고 했지만, 자기장 같은 것에 몸이 거부당하는 것처럼 움직일 수 없었다.
아니, 단순히 겁을 먹고 있었던 것 뿐이겠지.
나는 잠시 동안 그 상태로 서 있었지만, 이윽고 목만 돌려서 뒤를 보려고 했다.
도대체 그녀는 무엇을 보고 비명을 지른 건가.
그 때, 어떤 것을 알아챘다.
이 복도의 구석은, 너무나도 조용했다.
처음 왔을 때와 똑같이.
방금 그녀가 지른 비명에 이 건물에 있는 누구도 무슨 일인지 알아보러 오지 않았다.
어정쩡한 위치에서 멈춰선 머리의, 그 시선 끝에서 그녀가 벽 쪽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그 목소리가 어둠 속에 섞여들 듯이 희박해지고,
나는 시야 속에서 소리도 없이, 방금 전까지 사람이었던 것이 “기척”이 되어가려 하고 있었다.
문 저편의 어둠에서 뭔가 눈에 보이지 않는 손 같은 것이 뻗어오는 이미지가 머리에 더올라, 나는 문고리에서 손을 놓고 도망쳤다.
등 뒤에서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그녀의 기척이 그 안으로 사라져 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동방으로 돌아오자, 다들 아까와 똑 같은 자세로 똑 같은 것을 하고 있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자리에 앉자, 스승님이 가늘게 눈을 뜨고 “무시하라고 했는데 말이지.”라고 중얼거리고 다시 자기 시작했다.
마리오는 타임 오버로 죽어 있었다.
그 후, 때때로 그 건물 끝의 구석이 신경 쓰여서, 지나가는 도중에 복도에서 멀직이 바라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두 번 다시 다가가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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