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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669th] 원숭이 아저씨

레무이 2018. 6. 13. 07:30

내가 초등학교 시절 통학로에 아이들이 "원숭이 아저씨"라고 부르는 수상한 사람이 살았다.


수상한 사람이라는건, 언제나 잠옷같은 차림새를 하고, 등교중인 초등학생의 뒤를 비틀비틀대며, 5미터 정도 멀리에서 따라오는 정도였는데,


기분은 나빴지만 실제 피해는 없었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불그스름한 얼굴에 대머리, 언제나 앞으로 구부정했기 때문에, 원숭이 아저씨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었다.





그 원숭이 아저씨가 어느 날을 경계로 모습이 보이지 않게되었다.


학교 친구들은 저마다 "체포 된거야", "정신 병원에 갔다", "죽었대" 등의 이야기가 나왔다.


나도 원숭이 아저씨가 기분 나쁘다고 생각했지만, 특별히 무서운 행동을 보지도 못했고, 보통과 다른 사람에 대한 차별 의식과 같은 부분에서


원숭이 아저씨가 사라진 것을 조금 아쉽다고 생각했다.



원숭이 아저씨를 보지 못한지 1주일 정도 경과 한 어느 날.


당시 함께 놀던 친구 3명이서 "원숭이 아저씨 집에 가자"라고 권유받았다. 나는 흔쾌히 승낙했다.


원숭이 아저씨의 집은 학교에서 100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단층의 가설 주택 같은 허름한 작은 집이었는데,


집을 에워싼 블록 담장과 집 사이에 욕조와 쇠 파이프 같은 잡동사니들이 산처럼 쌓여있었다.



입구의 미닫이 문은 잠겨 있지 않고, 쉽게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안에 원숭이 아저씨가 있을지도 모르는데, 당시 우리들을 모두 '원숭이 아저씨는 이미 집에 있지 않다'고 믿고 있었다.


모두 신발을 신은 채로 진입.


집안은 좁고 원룸 모양의 저렴한 공동주택 같은 느낌.


황량하고 쓰레기로 넘치는 바깥과는 달리, 거의 아무것도 없었다.


거실에는 이불이 씌워지지 않은 코타츠, 오래된 카세트 라디오, 등유 폴리 탱크 등이 아무렇게나 놓여져 있었고,


주방에는 작은 냉장고가 놓여있을뿐.


가전 ​​제품은 전부 콘센트가 빠져 있었다고 기억한다.


뭔가를 기대했던 것은 아니지만, 너무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실망했다.


"TV도 안사는거냐, 원숭이 아저씨 ㅋㅋ"라면서, "시체도 있으면 좋았을 텐데 ㅋㅋㅋ"라고 입을 모아 떠들며 집안을 물색했다.


그러자 주방을 보러갔던 친구가 갑자기 "우왁!"하고 외쳤다.


무슨 일인지 모두가 주방에 집합.


소리친 친구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니 냉장고의 문이 열려 있었다.


몸을 구부려 안을 보니 냉장고에 검은 가방이 쏙 들어가 딱 맞에 끼어 들어가 있었다.





조금 떨면서 가방을 냉장고에서 꺼내었다.


가방은 의외로 무거웠다.


그리고 덮개 쪽은 칼 같은 것으로 베어낸 것처럼 큰 × 표시가 있었다.


"열어볼까···"


"···열어보자."


나는 가방을 열고 내용물을 바닥에 쏟았다.


노트와 교과서, 필통이 어지럽게 흩어졌다.


노트에는 "1학년 1반 ○○ ××"라고 이름이 쓰여 있었다.


교과서도 노트도 본 적이 없는 디자인으로 우리들이 사용하던 학교의 지정된 것이 아니었다.


나는 꺼림칙하게 되었다. 아마 모두 같은 기분이었을거라 생각한다.


그저 가만히 바닥에 흩어진 가방과 그 내용물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 분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원숭이 아저씨의 어린 시절인가?"라고 우스갯소리를 하면서, 한 권의 노트를 주워다가 훌훌 넘겨 보았다.


적당히 중간 정도의 페이지에 봉투가 끼워져 있었다.


봉투는 입구가 붙어있었는데, 상관하지 않고 찢어서 안에 들어있는 것을 꺼냈다.


내용을 보자마자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봉투 안에 들어 있던 것은 한 장의 사진이었다. 소년의 얼굴을 가까이서 찍은 사진.


소년은 두 눈을 감고 입이 반쯤 열려있는 상태였고, 자고있는 것 같았는데,


눈꺼풀이 부풀어 오르고 코와 입 주변에 피 같은 것이 잔뜩 달라 붙어 있었다.


"보통이 아니잖아 이거···"


누군가가 그렇게 말한 순간 갑자기 덜컹! 소리가 욕실 쪽에서 들려왔다.


모두 달려서 원숭이 아저씨의 집을 뛰쳐 나왔다. 물론 문제의 사진을 내던지고 나도 도망 쳤다.


그리고 그대로 그 날은 자연스럽게 해산.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 처럼, 원숭이 아저씨의 집에 간 것과, 거기서 본 것은 모두 두번 다시 입에 올리지 않았다.


우리가 원숭이 아저씨의 집에 잠입한 며칠 후 그 집은 허물어졌다.





그러고 나서 벌써 12년이 지났다.


솔직히 그렇게 무서운 경허을 한 것은 전에도 후에도 그 한 번뿐. 오컬트와도 관련없는 생활을 해왔다.


그런데 최근까지 완전히 원숭이 아저씨도 원숭이 아저씨의 집에서 본 것도 잊고있었다.


아마 무의식 중에 잊으려고 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그걸 왜 이제와서 떠올렸느냐면.


그저께 이사를 위해 집에서 짐을 싸고 있었는데,


한참 사용하지 않았던 책상 안쪽에서 발견해버렸다.





···그 소년의 사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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