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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분명히 이사 후 였으니, 초등학교 4학년 무렵이었다고 기억한다.



사육 위원이라서 닭장(안에는 투견이 있었다)과 토끼 우리의 청소를 마치자, 해질 무렵이 되어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학교 뒷편에 있는 빨간 지붕의 놀이기구가 있었는데, 함께 사육 위원을 하는 여자아이와 공원에 들러서 돌아간 날의 일.


저녁 노을이 지는 중인데도 왠지 몹시 어두운 날이었다.


그네에서 조금만 놀면서 그 아이와 이야기하고 있는데, 빨간 지붕의 놀이기구 안에서 고양이의 소리가 들렸다.


가까이 가보니, 대단히 비릿하다고 할까, 짐승 냄새라고 할까, 그런 냄새가 났다.


안을 들여다 보니 동네 슈퍼에서 받아 온 것으로 보이는 야채 박스 안에 고양이가 들어 있었다.


병약한 울음 소리였는데, 입도 움직이지 않고 표정도 바꾸지 않고 고양이가 울고 있었다.


여자아이가 선생님에게 데려가보자고 해서 내가 골판지를 안고 출발했다.



학교에 돌아온 무렵에는 이미 날은 저물어 있었고,


노을의 빨간색에서 코발트 색인지, 검푸른 색의 하늘로 변해 있었다.


가로등도 켜져 있었으니 돌아가면 혼날 것 같은 시간이었다고 기억한다.


이미 신발장 앞에 문은 닫혀 있었으므로, 비상 계단으로 2층에 올라가서는 골판지 상자의 뚜껑을 닫아 2층 문의 앞에 놓고 교무실로 가서 담임 선생님을 불러 사정을 설명했다.



선생님은 일단 어떻게 된 일인지 보려고 따라와 주셨는데, 정말 뭐라고 말도 꺼내지 못할 음식물 쓰레기를 맡게 된 것 같은 표정을 한 것을 잘 기억하고 있다.


어린 마음에 귀찮은 것을 가지고 와서 싫어하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런 것도 아닌 모양이었다.


진지하게 이야기를 들어주고, 경우에 따라서는 사육장에서 맡아 줄 수 있도록 부탁해 준다고 했다.



하지만··· 선생님을 데리고 문을 열어 보니 고양이 소리가 나지 않는다.


데려올 때까지는 비 정기적으로 병약한 울음 소리를 내고 있었다.


설마 죽어버린 것이 아닐까 생각하고 뚜껑을 열려고 하는데,


"발견해주길 바랐나보구나."


선생님이 나직이 한마디 중얼거렸다.


여자아이와 내가 얼굴을 마주하고, 뚜껑을 열어 보니 고양이는 축 늘어져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잘 보면 배꼽 근처에서 끈 같은 것이 나와 있고, 무엇인가 벌레 같은 것도 꼬여있었다.



선생님은 까마귀 또는 뭔가에 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나와 여자아이는 울었다.


하지만 울면서도, 상자를 끌어안고 가지고 있었을 때에는 따뜻했다는 것을 떠올리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발견했을 때, 그 상태로 살아 있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게다가 발견 당시에는 그런 비정상적인 상태를 알지 못했다 않았다.


분명히 평범한 고양이로 보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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