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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2학년 교실에서 미술 시간에 '자신의 가족을 그려라'는 과제가 나왔다.
다들 이야기를 하면서 색연필로 도화지 가득 그림을 그렸다.
들판에 아버지와 어머니와 여자애가 싱글벙글 웃으면서 서 있는 그림.
미끄럼틀 같은 것을 타고 놀고 있는 어린애 둘을 아버지와 어머니가 보고 있는 그림.
아버지와 어머니 뿐 아니라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함께 늘어서 있는 그림.
기르고 있는 고양이나 개도 함께 그리고 있는 아이가 많았다.
그 연배의 아이들은 애완동물도 가족의 일원이라는 인식이 강한 것이리라.
수업이 끝나고 다 그린 작품을 하나하나 보고 있던 선생님은 문득 어떤 아이가 그린 그림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것은 반에서도 어른스럽고 눈에 띄지 않는 남자아이가 그린 것으로, 겉보기에는 여러가지 색의 색연필을 풍부하게 사용해 떠들썩하고 즐거운 그림이었다.
그렇지만 그것에는 기묘한 위화감이 있었다.
도화지에는 가족이 테이블 같은 것을 둘러싸고 앉아 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식사 때의 단란한 풍경일까.
다들 이쪽을 보고 있지만, 그 편성이 어딘가 이상했다.
왼쪽부터 아버지로 보이는 안경을 쓴 어른과 어머니로 보이는 파마 머리의 어른, 그리고 남자 아이가 한 명. 거기에 더해 오른쪽 끝에는 한 명 더 어른이 있다.
다들 웃고 있었기 때문에 입 속의 빨간 색이 호쾌하게 색칠되어 있는데도, 오른쪽의 어른만은 입을 다물고 있는 채로 무표정하게 앉아 있었다. 눈은 실처럼 가느다랗다.
어른이라는 것은 몸의 크기를 보면 알 수 있다.
반의 아이들은 모두 아이인 자신과 어른을 확실히 크기로 구별하고 있었다.
그 오른쪽 끝의 무표정한 어른은 연령을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주름을 표현한 선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적어도 노인은 아닌 듯 했다.
세 명의 어른과 한 명의 어린이.
......
그것은 어딘가 사람에게 불안한 기분이 들게 하는 그림이었다.
선생님은 그 남자아이의 가족편성을 기억해냈다.
단지의 아파트 한 방에 살고 있는 가족으로 아버지와 어머니와 외동아들로 구성된 삼인가족이었을 터.
그러면 이 세 명째 어른은 도대체 누구일까.
최근 친척이라도 놀러왔던 것일까?
그렇게 생각한 선생님은 들러붙는 듯한 나쁜 기분을 떨쳐낸다.
자신을 추스린 뒤 다음 그림을 보러 다닌다.
그렇지만 머리의 한켠에는 그 세 명째 어른이 어째서 웃고 있는 가족들 사이에서 혼자 무표정하게 그려져 있었을까 하고,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2주가 지났다.
그 날은 참관일로, 교실의 뒤에 옷을 잘 차려입고 주루룩 늘어서선 어른들에게 아이들은 들떠 있었다. 평소에는 힘차게 장난을 치는 아이도 그 때만큼은 빠릿빠릿하게 긴장해서 얌전하게 있었다.
선생님은 수업이 끝날 때, '요전에 미술 시간에 모두 가족을 그렸지'하고 말했다.
꺅, 하는 아이들의 환호성.
그리고 선생님은 수업참관을 하고 있는 학부형들의 뒤를 손으로 가리키며 '뒷쪽 벽에 붙여놓은 것이 그 그림입니다'하고 말했다.
학부형들은 일제히 고개를 돌려 자기 아이의 작품을 보려고 그림 밑에 붙은 이름을 의지하여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머니들은 '이야~'하고 입을 모아 말하며 야단스러운 움직임으로 부끄러워했다.
아버지들은 조용히 쓴웃음을 지었다.
아이들은 제각각 떠들기 시작해서 난리법석.
그런 광경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던 선생님은, 학부형들에게 말을 걸기 위해 교단을 내려와 걷기 시작한다.
그 순간, 거세게 찢어지는 듯한 비명소리가 났다.
비명은 교실 안에 울려퍼져, 어른도 아이도 숨을 삼키며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 목소리의 주인은 벽의 구석에 있는 그림을 보고 있던 파마 머리의 여성이었다.
선생님이 달려가 보니, 그 여성은 눈을 크게 열고 손가락을 갈고리처럼 꺾어 구부려 입을 가린 채 계속 소릴 질러대고 있었다.
그 시선 끝에는 그림 가운데 테이블의 끄트머리에 앉은 세 명째 어른의 무표정한 얼굴이 있었다.
"그런 괴담이 있어서 말이야."
하고 스승이 말했다.
막 대학에 들어간 봄의 일이었다.
그는 대학의 동아리 선배였지만 동아리 활동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중증 오컬트 매니아였고, 나는 그 뒤를 아장아장 쫓아가는 제자라고 할까, 어린애 같은 존재였다.
"여긴 어디에요."
일단은 물어보지만, 답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우리들은 인기가 없는 단지의, 방치되어 폐허나 다름없이 되어버린 아파트 방 한 곳에 숨어 들어와 있었다.
우리들이 쭈그려 앉은 다다미에는 흙이 묻은 발자국이나, 빈 캔, 무언가가 탄 흔적등이 있다. 적어도 사람이 살지 않게 된지 5년 이상은 지난 모습이었다.
스승이 말했다.
"그 세 명째 어른을 그린 애가 가족하고 살았던 방이야."
실화입니까.
그걸 듣고 있자니, 고개를 끄덕이며 "원래 근방에 괴담으로 퍼져있는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연고로 수집한 이야기야."라고 말하고는, 방을 밝히고 있던 회중전등을 껐다.
심야 1시 너머. 주변은 암흑에 덮여 있다.
어째서 전등을 끄는 걸까 하고 생각하면서 슬금슬금 공포심이 고개를 들어 올리기 시작했다.
"괴담의 의미는 알아 먹었지."
하고 스승으로 짐작되는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들려온다.
어쩐지, 알 수 있다.
모친이 마지막에 비명을 지른 것은 그 세 번째 어른이 본래 그곳에 그려지는 것이 이상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전혀 짐작가는 데가 없는 인물이 아니다. 그렇다면 '누구일까'하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정도로, 그 정도로 과잉 반응을 일으킬리가 없다.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곳에 있어선 안 될 인물.
그것도 죽어버린 가족 같은 것이라면 그것을 그림 속에 그린 남자아이의 감성이 눈물을 글썽이게 만들지언정, 공포를 이기지 못해 비명을 지른다거나 하진 않겠지.
알고는 있지만 가족이었던 적도 없고 심지어 테이블을 둘러싸서는 안 될 인물.
어두운 방에서 가물거리는 달빛이 스며들 듯 들이 비치고, 기둥이나 벽이나 눈 앞에 앉아 있을 터인 스승의 윤곽을 어슴푸레 비춰주고 있다.
한 때 테이블이 놓여 있었을 터인 6 다다미 거실에서 나는 몸을 굳힌 채 앉아 있다.
어둠 속에서 창백하고 무표정한 얼굴이 떠오를 것만 같아서 어찌할 수가 없는 한기가 엄습해왔다.
스승이 긴장된 공기를 떨리게 하듯 속삭였다.
"실은 알아챘을 지도 모르겠는데, 이 이야기를 들은 인간에게도 어떤 영향이 자연히 미치게 돼."
후우- 하고 숨을 내뱉는 소리.
나도 숨을 들이 마셨다가 뱉는다.
"이야기를 듣는 것 뿐인데, 너는 어째서인지 이미 그 얼굴을 상상하고 있지."
심장이 펄떡이고, 귀를 막고 싶어지는 충동에 사로잡힌다.
"어른이라고 들었을 뿐인데, 어째선지 넌 그 얼굴을 여자가 아니라 입을 닫고 있는 무표정한 남자의 얼굴로 상상하고 말았지."
나는 귀를 막았다. 그리고 눈을 감는다. 머리가 멋대로 허공에 떠오른 얼굴을 상상하고 있었다.
어디서 들리는 지도 모를 목소리가 들려 온다.
그것이 여기에 있어선 안 될 세 명째의 얼굴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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