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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1학년 봄이었다.
그 무렵 나는, 예전부터 흥미를 갖고 있었던 유령 따위의 오컬트 이야기와 관련해서,
독특하고 강렬한 개성을 흩뿌리던 동아리 선배에게 심취해 있었다.
아니, 심취라고 하기엔 조금 다를지도 모르겠다. 무서운 걸 봤다, 는 것 같은 것이었을까.
스승이라고 부르며 따르고 있던 그에게서, 어느 날 이런 말을 들었다.
「별을 보는 소녀를 보고 와」
별을 보는 소녀?
순간 어리둥절했지만, 금방 그런 이름의 괴담을 떠올린다. 괴담이라고 하기보다도 도시전설 종류일 지도 모른다.
「어디로 가면 되나요」라고 물어봤지만, 대답해주지 않는다.
무언가의 테스트 같은 느낌이 들었다. 힌트는 주지 않겠다는 건가.
「알겠어요」
그렇게 말하고 거리로 나왔지만, 지방에서 올라와 대학에 막 입학한 참이라 근처 지리도 잘 모른다. 커다란 거리다.
빈손으로 돌아다니다 우연히 발견할 만큼 만만하지는 않겠지.
그렇다면, 이 근처에서는 유명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나는 가입해 있던 동아리로 발길을 돌렸다.
부실에서 수다를 떨고 있던 몇 명의 선배들에게,『별을 보는 소녀』에 대해서 물어본다.
「아. 그, 다리 쪽에 있는 맨션이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어느 방의 창문에, 베란다 너머로 별을 보는 소녀의 모습이 보인다고 한다.
「몇 호실인가요」
「글쎄, 거기까지는」
동아리에서의 정보수집을 마치고, 다음엔 대학 연구실로 향했다.
세미나 시간은 아니었지만, 역시 선배를 포함한 몇 명이, 서적에 둘러싸인 좁은 실내에서 수다를 떨고 있다.
「들어 본 적 있어」
이 지역 출신의 여자 선배가 그렇게 말했다.
「리버사이드 맨션이라는 이름이었던가」
「몇 호인지 아세요」
「글쎄. 빈방이었다고 기억하는데. 지금도 그러려나」
그다지 자세하지는 않지만, 이 정도 정보로도 충분하겠지.
연구실을 나와서, 나는 당장 그 맨션으로 향했다.
거의 한 시간 동안 자전거를 타고 달리니, 시내에 흐르는 커다란 강가에, 4층짜리 맨션의 모습이 보였다.
베란다가 강을 향하고 있어서, 정확히 다리 위에서 전체를 바라볼 수 있다. 왼쪽 제방 너머다.
그날은 봄다운 따스함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겨울로 돌아간 것 같은 쌀쌀함을 느끼는 날이었다.
바람이 강하고, 다리 위에서 내려다보니, 수면에 잔물결이 치고 있다.
다리 중간쯤에서 자전거를 세우고 맨션을 바라보니, 각방의 베란다에, 이불 등의 세탁물이 널려 있는 것이 보였다.
무심결에 하늘을 올려다보는데, 얇은 구름에 덮여 있어 햇빛은 약하다.
마르려면 시간이 걸리겠다, 고 쓸모없는 걱정을 하고 만다.
「어떤 방이 그런 걸까」 노천 다리 위에서, 어깨를 움츠리며 말해본다.
널리 알려진『별을 보는 소녀』라는 괴담의 내용, 은 일반적으로 이렇다.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돌아가던 남자 대학생이 밤늦게 집으로 향하던 도중, 어느 아파트 2층 창문에서 젊은 여자아이의 모습을 본다.
그녀는 미동도 없이, 가만히 창밖의 하늘을 보고 있다. 멋진 별이 떠있는 하늘이다.
그 아파트를 지나 집에 도착해서도, 대학생은 그 여자아이가 무척 신경 쓰였다.
별이 뜬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에, 로맨틱한 두근거림을 느낀 것이다.
다음 아르바이트 날, 다시 밤늦게 집으로 돌아가다가, 그 아파트 앞을 지나게 됐다.
그러자 저번 날과 같이, 그 여자아이가 창가에서 밤하늘을 보고 있다.
어두워서 잘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 옆모습이 너무나 멋지게 보였다.
이름도 모르는 그 여자아이에게 연정을 품은 대학생은,
그 다음번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돌아가는 길, 다시 똑같이 창가에서 별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봤을 때, 참을 수 없어서,
자신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그 아파트의 방을 방문했다.
현관문을 노크해도 대답은 없다. 안에는 불도 켜놓지 않은 것 같다.
그렇지만 그녀는 방안에 있는 것이 분명하므로, 노트 소리가 들리지 않는 걸까 하면서, 살며시 손잡이를 돌린다.
열었다.
방안을 들여다 본 그가 본 것은, 창가에서 목을 매달고 있는 여자아이의 모습이었다.
그로테스크한 결말이다.
그 이야기의 내용이 변형된 걸로 생각되는,『테루테루 보즈』이야기도 들어본 적이 있다.
창가의 목매단 시체가 이윽고 썩기 시작해, 목 아래부터 미끄러지듯 무너져 내리고,
머리와 거기에서 늘어진 척추만이 밧줄에 매달려 있다.
그 굉장한 상황이, 멀리서 보기에는 테루테루 보즈처럼 보인다, 고 하는 이야기다.
이쪽은 그다지 메이저는 아니지만, 『별을 보는 소녀』쪽은 TV나 잡지에서도 그와 비슷한 이야기를 자주 볼 수 있으니까,
전국적으로 퍼져 있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리버사이드 맨션과 관련된 『별을 보는 소녀』쪽은,
그 이름은 거리에서 제법 알려졌지만, 소문 자체는 구체성이 없는 듯하다.
오늘 들은 이야기로는,
「아무도 살지 않을 터인 방의 창문에서, 여자아이가 밖을 보고 있다」는 것과,
「그 방에서 죽은 여자아이가, 밤중에 창문에서 별을 보고 있다」는 것이 있었다.
전자는 전국판과 같이,
그 여자아이의 모습이 신경 쓰인 남자가 방을 방문해보니, 목매단 시체가 있었다는 결말이었다.
후자는 목을 매달고 있다는 결말이 없는 대신에, 처음부터 죽은 사람이었다는 걸 드러내는 것으로 괴담이 되어 있다.
완전히 다른 이야기 같지만, 시계열(時系列)이 되어 있는 것처럼도 생각할 수 있다.
목을 매달아 죽은 여자아이가, 지금도 망령으로 나타난다고 하는 줄기다.
진상은 어찌 됐던, 창문에서 소녀가 하늘을 보고 있다는 부분은 겹치고 있을 것이다.
나는 각 방의 베란다에 널어진 이불이, 바람에 펄럭거리는 모습을 바라본다.
방 대부분은 커튼이 쳐져 있고, 그 너머는 보이지 않는다. 부재중인 곳이 많을 것이다.
뭐, 낮부터 나오는 건 아니겠지.
『나온다』는 말을 떠올리고 나서, 새삼스럽게 눈치챘다.
스승은 별을 보는 소녀를 보고 와, 라고 말했으니까, 지금도 계속되는 괴담일 것이다.
그렇다는 건, 오늘 들은 두 개의 소문 가운데, 전국판에 가까운『목을 매달고 있었다』고 하는 결말은 이상하다.
그것은 누군가의 체험담으로서 이야기되는 타입의 괴담이고, 같은 체험을 하게 될지도 몰라, 라는 식으로 무섭게 하는 방법을 쓰는 것도 아니다.
그것을 들은 당신의 옆에도……라고 하면서 말려들게 하는 형태의 이야기도 될 수 없을 것이다. 전제 조건이 너무 특수하다.
역시, 죽은 것이 분명한 소녀가 창문에 비치고 있다, 고 하는 쪽이 유력한가. 그것을 보고 오라고 한 걸 거다.
그렇다고 하면 낮에 와도 소용없겠지. 밤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아무튼『별을 보는 소녀』니까.
나는 현장을 확인한 것에, 나름대로 만족하고 떠났다.
그날 밤이다.
나는 같은 다리 위에 서 있었다.
아직 바람이 강하고, 거리의 불빛이 물결치는 어두운 수면에 난반사하고 있어서, 운치 없는 느낌이다.
그 강 제방의 저편에, 4층 건물의 맨션의 모습이 보인다.
각 방의 창문에는, 커튼 너머로 불이 켜져 있다.
손목시계를 확인하니, 밤 11시. 이 시점에서 불이 꺼져 있는 방은 네 개.
집중해서 바라보니, 그 중 한 방은 세탁물을 그대로 널어놓은 것이 보인다.
나머지 세 방은, 낮에 세탁물을 말리고 있었는지 떠올리려고 해봤지만, 기억이 애매했다.
단지, 빈방이 있다고 한다면, 저 셋 중 어디일까.
가만히 응시하고 있어도, 각각의 창에는 무슨 기색도 눈에 띄지 않는다.
그렇다고 하는 것보다도, 빛이 없는 창은 너무 어두워서, 안에 사람이 있어도 보일 것 같지도 않았다.
나는, 밝은 쪽에서 어두운 쪽은 잘 보이지 않는다, 고 하는 법칙을 떠올렸다.
낮에는, 어두운 집안에서 밝은 밖의 모습이 잘 보이고, 밖에서는 집안이 잘 보이지 않는다.
밤에는 반대로, 밝은 집안이 밖에서 보이고, 집안에서는 밖이 보이지 않는다.
다리 위에도 가로등이 드문드문 있는 것뿐이라, 그다지 밝은 것도 아니었지만,
수십 미터 떨어진 맨션의, 어두운 창의 저편을 알아채는 것은 힘들었다.
지금 있는 장소는 다리 중간 정도였지만,
이 이상 맨션 근처로 다가가면, 각도가 너무 좁아져 옆에서 바라보는 전망이 되기 때문에,
방안은 보이지 않게 된다.
무언가 이상했다.
이래서는 별을 보는 소녀를 보는 게 불가능하다. 누구에게도.
만일을 위해 다리를 건너, 맨션 앞으로 가봤지만,
강의 제방과 너무 가까워서, 그 제방 근처에 아슬아슬하게 서서 올려다봐도, 각도가 나빠 창문이 잘 보이지 않는다.
각층 베란다의 발판을,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형태가 되기 때문이다.
물론 강 건너에서는 너무 멀다. 역시 창문 너머로 사람의 그림자를 보려면, 그 다리 위에서다.
그것이 주위를 관찰하고 내린 내 결론이었다.
혹은, 강에 배를 띄운다면 더 가까이에서 창문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래서는 일반적인 소문이 되지 않을 것이다.
「으으」하고 끙끙거리며, 나는 다시 한 번 제방 근처에서 맨션을 올려다본다.
바람이 세차게 부는 다리 근처에서, 기분 나쁜 소리가 울린다. 로프나 난간 사이를 빠져나가는 여러 층의 바람 가르는 소리가.
좋은 분위기다. 오싹오싹하다.
무언가 단서는 없을까 생각했지만, 허둥지둥거리고 있어도 떠오를 것 같은 기미는 없었다.
편의점 봉투를 든 주민이, 맨션 입구 근처에서 여기를 의아하다는 듯이 살피기 시작해서,
마음 약한 나는, 이미 그것만으로 해산하고 싶어졌다.
할 수 없이 일단 제방 근처를 떠나, 적어도 어디가 빈방인지만이라도 확인할 수 없을까 하면서,
부근을 빙 돌고 맨션으로 돌아와, 입구 근처에 있는 우편함을 확인했다.
은빛 우편함에 붙여진 방 번호 아래에, 이름이 적힌 플레이트가 달린 것도 있었지만,
방 번호만 적혀 있는 것도 많았다.
방범 대책일까, 아니면 방문판매 대책인 걸까.
전단지가 잔뜩 들어 있는 우편함도 없다.
빈방이 있어도, 관리인이나 누군가가 세세하게 회수하고 있을 것이다.
골똘히 생각하고 있으려니, 등에 시선을 느껴졌다.
「저, 잠시만요」
주부로 보이는 여성이, 우편함을 열려고 하고 있었다.
나는 내가 생각해도 한심스러울 정도로 당황해서, 횡설수설 변명 같은 걸 말하며 그 자리에서 도망쳤다.
돌아가는 길, 스승이라면 넉살 좋게 정보 수집을 하고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어쩐지 자신이 한심해졌다.
다음날, 나는 공강 시간을 이용해, 또 리버사이드 맨션에 와있었다.
어떻게 생각해도 이상한 것이다. 밤의 어둠 속에서는, 역시 다리 위에서 빛이 사라진 실내는 보이지 않는다.
그 말은, 불이 켜져 있는 방, 즉 빈방이 아닌, 누군가가 사는 방에서 일어나는 일인 걸까.
그렇다 치더라도, 창가에 서서 밖을 보고 있는 사람이라면, 실내의 빛은 등 뒤에서 비치고 있을 것이다.
빛이 직접 얼굴이 비치지 않는 사람을, 한밤중에 다리 위의 이 정도 거리에서 보고,
과연 그것이 소녀라는 걸 알아볼 수 있을까.
아마, 누군지 모르지만 사람 그림자가 보인다, 고 하는 정도는 아닐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모르겠다.
어제에 이어서 바람이 강한 날이었다. 강 표면에 비치는 맨션의 모습도, 엉망으로 흔들리고 있다.
지금처럼 다리 위에서 강을 내려다보며 한숨을 쉬고 있으면, 오해받을 것 같았다.
「어이」
그런 것을 자조적으로 생각하고 있을 때, 갑자기 등 뒤에서 누군가 말을 걸어서, 펄쩍 뛰어오를 뻔했다.
뒤돌아보니, 갈색 머리에 피어스를 한 무서워 보이는 사람이 서 있다.
「뭐하는 거야, 이런 데서」
순간 긴장해서 몸이 굳었지만, 상대방의 말투가 트집을 잡고 있는 느낌은 아니라는 걸 깨닫는다.
「아, 선배심까」
갑자기 떠올랐다. 분명히 같은 연구실의 3기생이다. 거의 연구실에는 얼굴을 내밀지 않는 사람이라서, 어렴풋한 기억이었다.
「땡땡이냐」라는 질문을 듣고,「아니, 뭐」라고 웃으며 얼버무렸다.
「그때는 미안했어」그렇게 말하며 선배는 내 어깨를 두드렸다.
웃고 있다. 덩달아 웃고 있는 사이에, 점점 기억이 떠올랐다.
교내 잔디밭에서 하는, 전통적인 신입생 환영회에서,
내게 억지로 맥주를 계속 먹여 인생 첫 리버스를 체험시켜 준 것이 이 선배였다.
「우리 집, 저기야」
선배는 그렇게 말하고, 리버사이드 맨션을 가리켰다.
「아니, 혼자서 자취하는 건 아냐. 부모님댁, 친가가 저기야.
나는 학교 근처에서 자취하지만, 빨래가 귀찮아서 말이야.
모아놨던 빨래를 갖다놓으러, 항상 들리는 거야」
아, 좋겠다. 고 생각해버렸다.
나도 첫 독신 생활에서, 제일 곤란한 것이 빨래였기 때문이다.
부모님에게 맡기고 있던 고등학생 시절에는 상상도 하지 않았지만, 이게 정말 귀찮다.
선배는 생각했던 것보다 상냥한 느낌이었지만, 역시 무서운 겉모습에는 금방 친숙해질 수가 없다.
대화가 끊어진 즈음에,「그럼 이만」이라고 자리를 떠나려 했지만,
새삼스럽게 이 사람이 중요한 증인이라는 것을 눈치챘다.
「어, 그럼, 그 소문 알고 계세요. 저 맨션 방의 창문에서 여자아이가……」
「아. 알고 있어. 하늘을 보는 소녀던가 뭐라던가 하는 녀석 말이지」
맞았다. 사실은 별을 보는 소녀지만.
나는 흥분해서 다그쳤다.
「선배는 본 적 있어요? 어디서 볼 수 있어요? 어느 방이에요? 빈방인가요?」
「어이 어이. 좀 기다려봐. 진정해」
선배는 주위 시선이 신경 쓰이는 듯, 맨션 옆 다리를 건넌 곳에 있는 벤치로 나를 데려갔다.
「그건 그저 소문이겠지. 사실일 리가 없잖아」
앉자마자 선배가 말했다.
아, 역시나.
묘하게 납득해버렸다. 그게 평범한 감각인 거겠지.
「아무도 없는 게 분명한 빈방에서, 그런 여자가 보인다는 이야기잖아. 내가 아는 한 빈방 같은 건 없어.
좀 어렸을 때는 모르겠지만, 고등학생, 이라고 할까, 아마 중학생 때 이후로는, 사는 사람들은 계속 바뀌지 않았을 거야.
게다가……」
선배는 맨션 쪽을 뒤돌아보면서 턱으로 가리켰다.
「빈방이라면 말이야, 덧문 닫아놓겠지, 보통」
「아」하고 소리가 났다.
마룻바닥인지 다다미인지 모르지만,
빈방인데 햇빛이 들어오는 베란다의 큰 창을, 덧문으로 막아놓지 않을 리는 없었다.
「그 방에서 죽은 게 분명한 아이가, 한밤중에 창문에서 밖을 보고 있다던가 하는 이야기는 어떤가요」
「그런 소문도 있구만. 어느 쪽이든 헛소문이야, 헛소문. 애초에 맨션에서 누군가 죽었다는 얘기, 들은 적 없어」
「바보 같긴」하고 중얼거리며 선배는, 「민폐라고, 주민들한테는」이라고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 자신은 이제 주민은 아니겠지만.
「203호라던가, 302호라던가, 아니 아니 402호라던가, 전부 소문의 내용이 다르다구. 완전 대충이잖아.
우리 집 버전도 있어서, 중학생 때는 놀림당한 적도 있었어」
정말 민폐야, 라고 하며 어쩐지 나를 노려봤다.
「죄송합니다」라고 바로 사과하면서, 문득 떠오른 의문을 입밖에 냈다.
「꽤 옛날부터 있는 소문인가요」
「아. 어렸을 때부터 있던 것 같아. 별로 기억하고 있진 않지만」
옛날부터 있는 소문……
완전히 아무 근거도 없는 것이, 그만큼 길게 계속 이어질 수 있는 걸까.
생각에 잠겨 있자, 갑자기 선배가 일어나, 내 어깨를 두드렸다. 어깨를 두드리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다.
「아무튼, 그런 시시한 소문을 믿는 거 아니야. 미신 같은 건 믿으면 변변한 것이 될 수 없다, 고들 하잖아」
뒷부분은 농담하려던 것처럼, 웃으면서 어깨를 팡팡 두드리고 있어서,
나는 어색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선배와 헤어져, 그곳을 뒤로 한 나는,
자전거를 타면서, 오늘 얻은 정보를 머릿속으로 정리하고 있었다.
옛날부터 빈방은 없다. 죽은 여자아이도 없다. 소문의 내용도 제각각. 주민 자신도 믿지 않는다.
한숨이 나왔다. 소문이란 이런 건가. 현실에, 별을 보는 소녀 같은 건 있을 리가 없다.
그런데도……
(별을 보는 소녀를 보고 와)
뇌리에 스치는 스승의 말에, 나는 수긍하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3일 후, 꺾이지 않은 나는 다시 리버사이드 맨션을 바라보는 다리에 와 있었다.
아무런 예정도 없다. 일단 와본 것이다. 내가 생각해도 눈물겹게 쓸데없는 노력이다.
실은 그저께도 왔었다. 물론 아무 수확도 없이 돌아갔다.
다리 한가운데에 난간이 조금 바깥쪽으로 튀어나와 있는 곳이 있어서, 거기가 맨션을 보기에 딱 좋은 장소였다.
나는 옆에 자전거를 세우고, 그 위에 양쪽 팔꿈치를 괴었다.
그리고, 문득 생각나서, 선배가 없는지 주위를 둘러본다.
이 소문이 꽤 귀찮을 그 선배는, 농담인 체하며 웃고는 있었지만,
흥미 본위로 소문을 뒤쫓는 구경꾼에게, 내심 화가 났을 것은 쉽게 상상이 갔다.
내가 넌더리도 내지 않고 또 이런 곳에 있는 걸 본다면, 어떤 눈으로 볼지 모른다.
실은 어제도 왔었다. 그리고 아무 것도 보지 못하고 돌아갔다. 결국 매일 오는 것이다.
좋아, 라면서 선배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맨션을 향해, 관찰을 개시한다.
정연하게 줄 선 베란다에는, 여느 때처럼 세탁물이 쭉 줄지어 있다.
잘도 저렇게 매일 빨래를 할 수 있구나.
나는 이제 귀찮고 귀찮아서, 일주일 동안은 태연하게 쌓아두고 있다.
친가에 빨래를 갖다놓을 수 있는 선배가 진심으로 부러웠다.
그건 그렇고 오늘은 햇빛이 좋다.
이 며칠 동안의 추위가 거짓말처럼 봄날 같은 따뜻함이 돌아왔으니, 빨래하기에 정말 좋은 날씨라고 할 수 있겠지.
오후의 햇빛에 눈을 가늘게 뜨며, 나는 기분 좋게 맨션의 전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커튼이 쳐진 방이 전체의 5/6. 반쯤 열려 있는 방이 2개. 전부 열려 있는 방도 2개.
어떤 방의 베란다에도, 이불을 털거나 세탁물을 너는 주부의 모습은 없다.
평일이고, 맞벌이 가정이 많은 걸지도 모른다.
주부의 스케쥴은 잘 모르지만,
집안일 중에서도 세탁물을 널거나 하는 일은, 오전에 하는 게 일반적인 통념일지도 모른다.
……
하품이 나왔다.
난간에 팔을 올린다. 졸음이 오기 시작했다.
오늘은 바람이 불지 않는다.
그래서 따뜻한 걸지도 모른다.
목을 뻗어 강을 내려다보자, 수면이 조용히 흘러가고 있다.
어제까지의, 바람으로 잔물결이 치던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강 표면은 마치 거울처럼, 주위 풍경이 선명하게 비치고 있다. 시간이 멈춘 것처럼.
거울 속 맨션을 보니, 베란다에 널어진 이불 색도 뚜렷하게 보인다. 집중해서 보면 무늬까지 보일 것 같다.
세탁물도, 커튼도, 사람의 얼굴까지 보였다.
묘하게 감탄했다.
아무리 바람이 불지 않더라도, 바다에서는 이렇게까지는 되지 않겠지.
호수나 흐름이 약한 강에서, 그것도 어지간히 조건이 갖춰지지 않으면, 이 정도로 아름답게 풍경을 비출 수 없을 것이다.
정말 좋은 것을 본 듯한 기분이 들어서, 만족했으니까 오늘은 이만 돌아갈까, 하고 얼굴을 들었다. 그때다.
천천히, 목덜미에 무엇인가 기어가는 것 같은, 기분 나쁜 감각이 퍼졌다.
얼굴.
얼굴이다.
조금 전 분명히 사람의 얼굴이 보였다.
무심코 얼굴을 들어, 다리 너머의 맨션을 본다.
1층, 2층, 3층, 4층. 어떤 방에도 베란다에 사람은 없다. 그리고 방 대부분은 커튼이 쳐져 있다.
사람 그림자는 보이지 않는다.
가슴이 두근거리는 걸 느끼면서 다리 아래로 눈을 돌려, 거울 속 맨션을 바라본다.
있다.
방 중 한 군데. 3층, 오른쪽에서 세 번째 창문. 커튼이 반 정도 열려 있다.
그 창가에서 밖을 보고 있는 얼굴. 여자아이다. 머리카락이 길다.
나는 당황해서 눈을 비볐다. 거울 같다고는 해도, 어차피 흐르고 있는 물이다.
잘못 본 걸지도 모른다.
그러나 몇 번을 봐도, 수면에 비치는 그 방 창문에는, 여자아이의 모습이 있다.
얼굴을 들어 현실 속 그 창문에 눈을 돌려봐도, 커튼은 반쯤 열려 있지만, 창문 너머에는 사람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대로 고개를 숙이면, 거울에 비친 여자아이는 지그시 밖을 응시하고 있다.
게다가 기분 탓일까, 이쪽을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꿀꺽하고 침을 삼킨다.
다리 아래 강 표면에 비친 거울 속의 시선이, 다리 위에 있는 내 쪽으로 뻗어 온다.
무심코 그 시선을 피해, 뒤로 피하듯 얼굴을 돌린다.
저절로 그 시선을, 가시적이고 입체적인 것으로서 파악해, 그 행방을 뒤쫓는다.
시선은 내가 있던 장소를 지나 그대로 꿰뚫듯이 하늘로 향해 갔다. 몇 안 되는 구름이 떠있는 푸른 하늘로.
그 순간, 내 안에, 감정도 쾌감도 아닌, 무언가 미분화된 격류와 같은 것이 몰아쳤다.
하늘을 보는 소녀!
선배는 분명히 그렇게 말했다. 소문의 원형은 그것이다. 선배가 잘못 말한 것도, 내가 잘못 들은 것도 아니었다.
그러니 밤에는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런 것이다. 이, 하늘을 보는 소녀야말로!
방심한 내 뺨을 바람이 어루만졌다. 따스한 봄바람이.
헉, 하고 정신을 차리며 강을 내려다본다.
이미 수면은, 바람에 길게 물결치기 시작했다.
맨션도, 방의 창문도, 그 너머에 어렴풋이 서 있는 소녀의 모습도,
모든 것이 녹아드는 것처럼 허무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이제 보이지 않는다.
강의 상류를 바라보면, 물결치는 물이 어디까지나 흘러오고 있다.
적어도, 상류의 저 물결치는 수면이 이 다리 아래를 지나갈 때까지, 더는 거울과 같은 모습으로는 돌아오지 않겠지.
그때까지 또 바람이 불어서도 안 된다.
나는 힘이 빠진 것처럼, 난간에 몸을 기댔다.
그리고 다리 아래로 눈을 돌려, 이제 보이지 않는 그 섬세한 거울 속 모습을, 그 얼굴을, 그곳에서 보려고 한다.
별을 보는 소녀를 사랑한 대학생의 마음을, 조금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손이 닿지 않기 때문에야말로, 아름다운 것이다.
나는 다시 한 번, 이번에는 마음속으로 그렸다.
변덕스럽게 나타난 기적과 같은 시간, 확실히 그곳에 있었던 환상을.
그날 밤.
스승의 방에 들른 나는, 나름대로 있었던 일을 고했다.
히죽거리면서도 스승은, 중간에 끼어들지 않고 끝까지 들었다.
그리고 천천히 벽장으로 몸을 기울여서, 부스럭거리며 안을 뒤져, 한 권의 바인더를 꺼내 왔다.
「네가 본 게, 확실히 소문의 정체야. 하늘을 보는 소녀.
강 가운데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는 그 모습을, 종종 봐버린 사람이 있었던 거겠지.
영감과, 거울 같은 수면. 그 두 가지가 우연히 겹치지 않으면 볼 수 없는, 실로 드문 요괴(お化け)야」
페이지를 넘기면서 스승은 말한다.
「요괴」라고 표현하면, 로맨틱한 기분에 잠겨 있던 나는, 무언가 석연치 않은 것이 있었다.
「원래는 그와 관련된 올바른 소문이 있었을지도 몰라.
하지만『별을 보는 소녀』라고 하는, 더 유명하고 한편으로 닮은 이름의 도시 전설이 있었기 때문에, 혼동되어 버린 거야.
하늘을 보는 소녀 쪽은 좀처럼 본 사람도 없으니까, 소문의 혼동 부분의 비율에서는 자연스럽게 마이너리티가 돼 버려.
결국, 여러 가지 버전으로 퍼진『별을 보는 소녀』속에, 섞여버린 거지」
「있다, 이거야」라고, 스승은 낡은 신문 스크랩을 꺼냈다.
지역 신문의 지역란이다. 날짜는 17년 전.
뭔가 뒤를 붙잡은 건가, 이 사람은. 감탄이 목 끝까지 차오른다.
기사에는 『여고생 익사』라는 글자가 크게 인쇄되어 있다.
장소는 그 강으로, 확실히 리버사이드 맨션 제방의 바로 앞 부근이다.
그 정도 수심도 되지 않을 것 같았는데. 기사를 읽어봐도 익사 원인은 알 수 없는 것 같다.
사망한 여고생의 주소도 나와 있었지만, 리버사이드 맨션은 아니었다.
「그야 그렇지. 이 아이는, 리버사이드 맨션에 무언가 집착이 있어서, 거기서 헤매고 있는 게 아니야」
스승은 기사를 팔랑거리면서, 설교 같은 어조로 계속 말했다.
「거울 속에서의 시선이 하늘을 향하고 있다는 건,
본래 맨션 방에서의 시선은, 수면을 향하고 있다는 거야.
반사각도 같은 어려운 걸 생각하지 않아도, 그건 알 수 있지.
결국, 이 아이는 자신이 죽은 곳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야」
그걸 들은 순간, 오싹했다.
『별을 보는 소녀』와도 막상막하인, 그로테스크한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소문으로는 203호라던가, 302호라던가, 중요한 그 방이 어디인가라는 부분은 제각각이지.
실제로 어디든 상관없기 때문이야.
요컨대 이 아이는, 그 강의 장소만 볼 수 있으면 어디든 상관없어. 커튼을 걷어놓은 방이라면」
라는 것이다.
그렇게 말하고 스승은, 만족한 듯이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신문기사를, 스크랩 속에 담담히 넣고 있다.
나는 며칠간의 작은 모험을 다시 떠올리며, 복잡한 기분이었다.
『별을 보는 소녀』라고 하는 괴담, 또는, 도시전설로 바뀌어버린 그 소녀를 생각하면,
어쩐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직접 맨션의 방에서 나오는 것도 아니고, 아니, 실제로는 거기에 있을지도 모르지만,
수면에 비친 환상 속에서만 볼 수 있다, 는 것이,
어쩐지 젊은 나이에 덧없이 진 그녀의 생애와 겹쳐지는 것 같아서, 무심코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런 생각을 조금씩 중얼거리고 있으려니, 스승은 내 어깨를 세게 때렸다. 최근 함부로 어깨를 얻어맞는다.
「일단, 미션은 합격한 걸로 해두지만, 우량가(優良可)로 말하자면 양(良)이야」
뭐야, 이 사람은 잘난 것처럼. 울컥해서 무심결에 노려보면, 그 몇 배로 날카로운 눈빛에 움츠러들었다.
「그럼 우(優)는 뭔데요」
내가 어떻게든 그만큼을 돌려주자, 스승은 어둡게 빛나는 눈동자를 가늘게 뜨고, 그 눈을 자신의 손으로 가리키며, 속삭인다.
「나는, 바로, 볼 수 있어」
「언제든 말이지」라고, 입을 일그러뜨리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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