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이야기를 끝낸 소녀가 숨을 삼키는 것처럼 작은 소리를 냈다.
오싹했다.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였다.
그녀의 이야기 대로라면, 조부의 사인은 토사물이 목에 막혀 질식사한 것이겠지.
그 모습을 볼 때, 그 시점에서 사망했을 것은 확실하다.
그 시체의 목에서 소리가 나고, 두고 나온 주머니는 사라지고 장롱은 원래대로 정리되어 있었다.
이런 일로부터 도출되는 상황은, 어떻게 생각해도 으스스한 상상뿐이었다.
만약 조부가 살아있었다면, 그녀는 그 눈 앞에서 그를 살리려고도 하지 않고 소중하게 보관하던 유품인 반지를 훔쳤던 것이다.
그 후, 머지 않아 정말로 숨이 끊어져버릴 조부의 임종에, 터무니 없는 나쁜 짓을 해버린 것이다.
그런 그녀의 마음을 생각하니, 가슴이 조이는 듯 아팠다.
그리고 만약 조부가 처음부터 죽어있었다고 한다면……
내 주변의 암흑이 한층 진해진 것 같아서 살짝 숨을 내쉬었다.
스승은 그 이야기를 듣고 어떻게 생각했을까 하고 눈으로 물었다.
카나코 씨는 이런 이야기를 수집하는 매니아로, 나는 그녀를 스승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그 주머니는 결국 장롱 속에 돌아가있었니?”
그 스승이 어둠 속을 향해 조용히 물었다.
침묵이 이어지다가, 얼마 안 있어 불쑥 대답이 들려왔다.
“응”
“반지는”
“……돌려놨어. 나중에”
“무서워져서?”
“응”
“의사는 할아버지 상태를 보고 뭐라고 했었니”
“질식, 이라고”
“사망 추정 시간…… 아니, 죽은 시간은?”
고개를 흔드는 기척.
스승은 잠시 침묵했다.
담 너머에서는 그 죽음을 애도하는 밤샘이 거행되고 있었다. 뱉어낸 숨이 차갑다.
살아있었을까, 죽어있었을까.
그 어느 쪽이라도, 소녀에게는 구원이 없는 대답이었다.
그 아이가 밤샘에 나가지도 않은 채 여기서 이렇게 웅크리고 있는 것을 떠올리니, 어찌 할 수 없을 만큼 슬퍼졌다.
분명 죽은 조부의 얼굴을 볼 수 없는 거겠지.
조부의 임종 시에 자신이 했던 짓이, 앞으로도 그녀를 계속 괴롭힐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을 때, 내 마음 속에 한줄기 빛이 보였다.
그렇다. 조부는 주머니를 장롱에 돌려놨던 것이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래, 손녀의 도둑질이라는 슬픈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른 가족이 알지 못하도록, 조부는 임종의 순간에 최후의 힘을 쥐어 짜내, 손녀를 감쌌던 거다.
또는, 이미 숨이 멎은 상태에서 그 시체가 움직여……
그 광경을 상상하며 살짝 어깨를 움츠렸다.
거짓말이든 아니든, 나는 이 상상에 매달려 볼 수밖에 없었다.
눈 앞에 웅크리고 있는 소녀를 구해줄 방법은 그것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있잖아”
말을 걸려던 나를, 스승의 한 손이 제지했다.
조용히 있어, 라고 눈빛으로 말했다.
이유를 몰라 당황한 나를 힐끗 보고, 스승은 나무 상자 건너편을 향해 단지 한가지 질문을 했다.
“아버지가 이렇게 말했다고 했지. '아버지가 죽어, 빨리 와줘' 라고.”
그 말을 듣는 순간, 전신의 털이 곤두섰다.
질문의 진의는 모른다. 모르는 채, 나는 뭔가 무서운 일이 시작될 것 같다는 예감에 몸을 떨었다.
나무상자 건너편에서 대답이 돌아왔다.
“응”
“너는 그 뒤에 계속 귀를 기울이고 있었어. 그렇지?”
“응”
“한번만 더 물을게. 아버지는 '아버지가 죽어, 빨리 와줘'라고, 그렇게만 말했었던 거지?”
오싹했다. 이빨이 덜덜 떨렸다. 단지 추워서만은 아니었다. 뭘까. 스승은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거지.
“……응, 맞아”
후, 한숨. 스승은 뭔가 각오를 한 것처럼 잠시 눈을 감고, 그리고 떴다.
“그럼 어머니는 왜 행주를 가지고 갔을까”
아.
멍하니 입을 벌린 순간, 입술 끝이 갈라지며 가벼운 통증을 느꼈다.
그렇다. 모친은 행주를 들고 가, 조부의 입 주변 토사물을 닦아냈다.
하지만 부친은 조부가 죽으니 빨리 와줘, 라고 가족을 불렀을 뿐이었다.
조부가 식사 중인 것도 아니었다. 단지 죽는다고 들었을 뿐인데, 어떻게 행주가 필요하다는 걸 알아차렸을까?
정답은 하나뿐이었다.
모친도 조부의 죽음을 알고 있었다. 왜 죽었는지도.
그런데 소녀와 마찬가지로 그것을 알리지 않았다. 부친이 알아채고 소리지를 때까지.
이런 사실로 생각해낼 수 있는 결론은?
“네가 방에서 도망간 뒤, 방에 들어간 건 엄마였어.”
스승은 담담하게 말했다.
모친의 눈에 들어온 것은, 토사물로 가득 찬 죽은 조부의 얼굴이었다.
놀라서 이불에 가까이 다가간 그녀는, 그 조부의 손 끝에 떨어진 주머니를 보았다.
조부가 죽기 직전 내용물을 정리하고 있던 것인지, 주머니의 입구가 열려있다.
모친은 누군가의 목소리를 들었다. 마음 속의 어둡고 깊숙한 곳에서 속삭이는 목소리.
주머니 안을 들여다본다. 중요해 보이는 것들이 이것저것 들어있었다. 예를 들면 종이 종류.. 지폐.
그녀는 그것을 빼돌리고, 하나만 열려있는 장롱 서랍을 확인한다.
주머니의 입구를 닫고, 서랍에 살짝 돌려놓았다.
그리고 조부를 남겨둔 채 방에서 나간다. 복도를 지나가는 중에 누군가와 만난다면, “할아버지가 죽어”라고 말하면 된다.
하지만, 아무와도 만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것대로 좋다. 내가 처음 사체를 발견한 게 아니라면, 절대로 의심받을 일은 없다.
왜냐하면, 자신을 비꼬고 괴롭힌 조부가 계속 눌러앉아있던 방이었으니까.
소중한 것이 사라져있다 해도, 눈을 시퍼렇게 뜬 조부가 지키고 있는 방의 물건을 가지고 나온다는 일은 불가능했으니까.
그렇다. 조부의 죽음을 우연히 맞닥뜨리기라도 하지 않는 한은.
“할아버지의 목에서 난 소리는, 배에서 발생한 가스가 빠져나가면서 생긴 거네”
스승은 시원스럽게 말했다.
“네 할아버지는 살아난 것도, 하물며 죽은 상태에서 움직인 것도 아냐. 그러니까”
말을 잘랐다.
계속 기다렸지만, 스승은 그것을 말로 꺼내지 않았다.
침묵.
나는 추위에 양 어깨를 움츠리면서, 희미한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스승이 말한 진실, 그것은 그녀가 제시했을 뿐이지 결코 실제로 일어난 사실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었다.
나는 아까 말하려다 그만둔 내 나름대로의 진실을 한번 더 떠올려 두 개를 비교해보았다.
비교해보니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스승의 진실은 억지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논리적이어서, 다른 사람이 수긍하도록 할만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딱 하나, 부족한 부분이 있다.
그것은 조부의 밤샘에도 나가지 못하고 고민중인 작은 소녀에게 제일 필요한 것이었다.
“왜 그렇게 배려심이 없나요”
나는 중얼거렸다.
슬퍼졌다. 나한테만, 나중에 살짝 알려줘도 되는 일이었다.
어째서 이 곳에서, 그녀의 앞에서 말할 필요가 있었는지. 자신의 엄마가 저지른 잘못된 행동을.
스승은 엄격한 표정으로 어둠 속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무 상자 너머에서는 숨을 죽이는 기척.
그 때, 담 너머에서 커다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치콧”
아까 그 여자의 목소리다. 무심코 목을 움츠렸다.
하지만 그 뒤 이어진 말을 듣는 순간, 몸에 정체를 모르는 한기가 퍼졌다.
“사치코, 어디 있었던 거야. 이렇게 바쁠 때에 정말 너란 애는”
무심코 바라본 담 쪽에서,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목 뼈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길을 막고 있는 소파 너머, 산더미 같이 쌓인 나무상자의 그림자에 조용히 숨은 작은 무언가의 기척.
왠지 그 아이가, 그 사치코짱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다른 아이인 것 같다.
그럼, 이 아이는 누구?
다시 여자의 목소리가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
“자, 빨리 할머니를 뵈러 가자. 이제는 예쁘게 하고 계시니까, 무섭지 않아요.”
……
할머니?
심장이 두근거렸다.
죽은 건 할아버지가 아니었어?
뭐야? 뭐야 이거.
전신이 떨린다. 입술 끝에 뚝뚝 피가 배어 나오는 것을 느꼈다.
나무상자 너머에 뭔가가 있다.
희미하게 얼굴밖에 보이지 않는다.
빛에 비추어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달은 구름 뒤에 가려져 지금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단지 어둠에 그런 색이 섞인 것처럼 창백한, 밀랍 같은, 그래서 광택이 없는 얼굴이 떠 있었다.
나는 그것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목이 긴장하고 있다. 얼굴도 돌릴 수 없었다.
나무상자의 그림자에서 어린 소녀의 얼굴만이 얼어붙은 것처럼 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마침내 흐느적흐느적 꿈틀거리며, 가장자리부터 점점 흐려졌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완전히 사라지는 순간, 그것은 노파의 얼굴이 되어 무언가 말할 것처럼 입을 벌리고- 사라졌다.
이제 보이지 않는다. 아무것도.
하지만 내 머릿속에는 데스마스크처럼 그 마지막 얼굴이 떠나지 않았다.
어깨를 얻어맞고 정신을 차렸다.
“이제 없어. 없어졌다.”
스승은 일어나서 관심이 없는 것처럼 좁은 골목 안쪽에서 등을 돌렸다.
그리고 처음으로 추운 듯이 떨고 가볍게 스트레칭을 했다.
“말하자면”
몸을 쭈욱 굽혔다.
“요리토모공 유소년기의 백골, 이라는 것이군”
폈다.
“죽은 녀석이 세상에 떠돌 때, 꼭 임종 시의 모습으로만 나오지는 않는다는 거다.”
굽혔다.
“적당한 장소에는 적당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녀 자신의 밤샘에 적당한 모습은 그 어린 시절의 모습이었던 거지.”
폈다.
“왜냐고? 계속 마음 속에 응어리진 감정 때문이지. 오랜 옛날, 조부의 임종 시에 일어난 일이. 그 기억이 자신의 임종 시에 되살아난 거지. 신체는 죽고 화장 되어 관 속에 담겨있어도, 영은 그런 곳에 숨어있었다. 밤샘에 참가할 수는 없었다. 그 때 일어난 사건의 의미를 찾을 때까지, 계속.”
그런가.
그래서 스승은 말했던 것이다. 그 가차 없는 진실을.
“할아버지가 당했던 것처럼, 그 아이도 며느리에게는 구박받았던 것 같네”
그렇게 중얼거리며 스승은 거리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나는 스승을 따라가며 “왜입니까”라고 질문했다.
“목소리를 듣는 순간, 겁먹었잖아.”
아, 그렇구나. 사치코라는 여자아이를 찾던 모친의 목소리다.
그것을 들었을 때의 반응을 보고, 나는 나무상자 너머의 여자아이가 사치코라는 아이일 거라고 착각했었던 것이다.
스승은 담을 따라 온 길을 돌아가, 가문의 문장이 그려진 제등이 두 개 늘어서 있는 문 앞까지 왔다.
“저기”
문 앞에서 담배를 피우던 남성에게 말을 붙였다.
“무슨 일인지”
“이 곳의 할머님, 돌아가셨지요?”
“아. 내 이모님이시지. 정말 느닷없이 덜컥 돌아가셔서 깜짝 놀라 비행기로 날아온 거야.”
“할머님, 성함은 어떻게 되셨지요?”
스승은 들은 이름을 반복해 되뇌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말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어라, 얼굴 보고 가지 않는 거야? 밤샘 중인데”
스승은 고개를 저었다.
“잠깐 대화한 적이 있을 뿐이라서요”
스승은 미소 지은 후, 나를 향해 돌아가자고 말했다.
'퍼온 괴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승시리즈 - 멍석말이 이야기 (2/3) (0) | 2017.01.15 |
---|---|
스승시리즈 - 멍석말이 이야기 (1/3) (0) | 2017.01.15 |
스승시리즈 - 장례 (1/2) (0) | 2017.01.15 |
스승시리즈- 별을 보는 소녀 (0) | 2017.01.15 |
스승시리즈 - 세 명째 어른 (0) | 2017.01.15 |
- Total
- Today
- Yesterday
- 체험담
- 아르바이트
- 담력시험
- 심령 스팟
- 초등학교
- 2ch
- 장례식
- 공포 괴담
- 초등학생
- 여동생
- 자살
- 무서운이야기
- 2ch 괴담
- 영능력자
- 교통사고
- 심령스팟
- 무서운 이야기
- 번역 괴담
- 스승시리즈
- 일본 괴담
- 할머니
- 괴담
- 행방불명
- 일본
- 번역
- 실종
- 공포
- 어린이 괴담
- 사람이 무섭다
- 저주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