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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나는 어린시절부터 영감이 있는 것 같은데, 평소에 보이거나 듣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이유로 파장이 맞아버리는거겠지. 지금도 가끔씩 보인다.


초등학교에 올라갈 때까지는 아무도 없는데도 혼자서 대화하고 있었다고 하니까, 그때까지는 평소에도 보였던 것 같다.


손이 많이 가지 않아서 편하다고, 어머니는 속편한 말씀을 하셨다.


나는 누구에나 보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죽은 친척의 장례일의 밤에 인간의 영혼을 본다던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발인 때 돌아가신 본인이 뒤에서 따라오기도 하고, 손을 흔들며 배웅했다.


30여 년 살아오면서 여러번 그런 경험을 했는데, 그 중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의 일.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몰라도, 형제 중에 내가 가장 할아버지에게 귀여움을 받았다.


친구와 함께 놀기보다도 할아버지와 노는 날이 많았다.


그런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은 9살의 여름이었다.




그날 할아버지는 놓아둔 덫을 보고 온다고, 오후에 산에 들어가신 채로 돌아오지 않았다.


시골 마을이라 산속에 오두막 같은 것도 있어서, 사냥감을 안주로 한잔하고 다음날 아침에 돌아오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에 아무도 걱정하지 않았다.


평상시라면 아침밥 시간에 맞춰 돌아온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데려갔던 애완견 아키타견 뿐.


점심 무렵부터 마을어른 몇 사람이 산에 찾으러 갔지만, 오후가 되어서 절벽 아래에서 차가워진 채로 발견되었다.


할아버지가 왜 절벽에 가까이 갔던 것인지 모두 의아해했다.


덫에 걸린 사냥감을 잡을 때 위험하니까 데려가주지 않았는데, 설치 할 때는 데려가 준 적이 있었기 때문에, 덫의 근처에는 절벽이 없다고 나도 알고 있었다.


오두막 근처에도 절벽따위는 없다.


개가 상처 투성이로 돌아왔기 때문에, 멧돼지라도 쫓아온걸까 도망치다가 절벽에서 떨어진 걸까, 어른들은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처음에 할아버지를 알아차린 것은 밤새는 날의 밤이었다.


우리 시골에서는 장례에 독경을 받고, 그 후 스님이 고인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지만,


독경 중에 툇마루 미닫이문의 그림자에서 쳐다보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검지 손가락을 입술에 대고, 비밀이라고 하고 계셨다.


나에게는 드문 광경이 아니었으니까, '할아버지도 왔구나'라고 생각했다.


어린이였던 나는 독경 후의 주지 스님의 이야기는 어려웠도 이해할 수 없었다.


할아버지도 지루했던 것일까, 툇마루에 누워 있었다.




스님이 돌아갈 때,


"오늘 밤은 불간에 가까이 가서는 안되니까, 빨리 자거라."라고, 나에게 직접 말씀하고 돌아간 것이 뚜렷하게 기억난다.


할아버지가 와 계신 것을 눈치채고 계셨겠지.




장례식 날도 할아버지는 툇마루에서 쳐다보고 있었다.


역시 심심해하셨고, 발인 때에 장례 행렬의 맨 앞을 걷고 계셨다.


나도 행렬의 뒤에 붙으려고 현관을 나왔더니 누군가에게 이름을 불렸다.


장례 행렬의 오른쪽의 조금 떨어진 곳에,


모르는 아저씨가 있었다.





누굴까, 저 손짓하는 사람? 할아버지··· 아니겠지?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시야가 왜곡되어 그 자리에 주저않고 말았다.


주위의 어른들이 "어떻게 된 일이냐. 정신 차려봐."라고 달랬던 기억이 있다.


어쩐지 이상하다-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스님의 노성이 들렸다.


"이 아이를 데려가려고 하는거냐! 바보같은 짓!! 정말로 아낀다면 혼자서 가야하지 않겠느냐!"


이런 식으로 고함을 쳤다.


몽롱한 상태였기 때문에, 아마도 그런 느낌으로 기억한다.


손짓하던 사람이 굉장히 무서운 얼굴을 하고 서있었다고 기억했지만, 그 뒤에 어떻게 했는지 잘 기억나지 않기 때문에 기절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정신이 들어 보니 장례식이 끝나 있었고, 어른들은 술 마시고 떠들고 있어서, 나도 앉아서 밥을 먹었다.


선명히 기억나는 것을 이 쯤부터.



나는 할아버지에게 끌려갈 뻔 했던 것으로 되어있었고,


"그만큼 귀여워 했던 것일거야"라면서 아줌마가 울고 있었다. 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하지만 그건 할아버지가 아니었다.


어디의 누군지 모르지만 어쨌든 할아버지는 아니었다.


그런 아저씨 모르니까.


할아버지는 (장례 행렬의) 선두에 있었고, 나에게 손을 흔들며 걸어가 버렸으니까.


아이가 하는 말이라서 아무도 믿어주지는 않았지만.


스님도 제대로 못하는구나, 정말.




일단 할아버지를 잃었을 때의 이야기는 그것으로 끝.






보충하면 지금도 설날이나 가족이 모였을 때, 이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는데, 가족 모두의 기억도 엉터리다. 아무래도 오래된 이야기니까.


다리가 약한 노인과 어린이는 장례 행렬을 따라가지 않는 것으로 되어있는데, 누나의 말에 따르면, 엄청난 얼굴로 주지가 달려왔기 때문에 오히려 그쪽이 무서웠다고.


스님도 내가 어렸을 때 사망했기 때문에 더 이상 확인할 사람이 없지만, 주지 스님은 할아버지의 모습을 본 것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할아버지는 장례 행렬보다 앞에서 걸어가버렸으니 거기엔 없었다.




손짓하던 아저씨는 역시 누군지 모르겠다.


사신같은 존재였는지도 모르지만, 별달리 얼굴이 무서웠다는 이외에는 생각이 나지 않고, 어째서 그런 것이 나타났는지 지금도 영문을 알 수 없다.


"데려가고 싶을 정도 예뻐하신거야."라든지, "너는 지금도 분명 할아버지가 지켜주고 있어."라든지, 가족은 미화해버리고 있습니다만, 손자의 위기였으니까, 할아버지 좀 도와주러 오란 말야.




이후 할아버지의 모습은 본 적이 없지만, 추석에는 돌아와 계시지 않을까.


어린 시절에는 불간만 어쩐지 분위기가 다르다는 정도는 느낄 수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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