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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동창생 중에 왼쪽 눈동자가 빨간 아이가 있었다.


키미시마라는 꽤 귀여운 아이였는데, 입학하자마자 남자들 사이에서 난리가 난 와중에, 이상한 소문도 있었다.


"붉은 눈은 저주의 눈이며,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죽인다."



라는 소문이었고, 키미시마와 같은 초등학교에서 온 아이들이 그 출처였으며, 실제로 그 아이들은 키미시마에게 가까이 가지 않았다.


초등학교 때 키미시마의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몇 명 죽은 것이 소문의 원인인 것 같았다.


나는 분명 질투때문에 괴롭히려는 것으로 보고, 역시 귀여운 아이는 미움을 받는구나~ 생각했기 때문에, 키미시마와 평범하게 대화하고 지냈다.


학급의 대부분은 그런 느낌으로, 소문을 진짜로 믿지는 않았다.



한 달 뒤, 키미시마에게 늘 친절하게 말을 건네던 남자아이가 사고로 사망했다.


나는 그 남자아이가 죽기 3일 전쯤, 키미시마의 입에서


"말을 걸어주는 것은 고맙지만, 조금 끈질기다던가, 수업중에 말 거는건 좀···"


그리고 그 남자아이가 성가시게 굴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서, 꽤 놀라웠다.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죽인다.'


이것이 머릿속에 떠올라, 부끄럽게도 나는 키미시마에게 이상하게도 미움받는 것이 두려워져서, 필요 이상으로 접촉하는 것은 피하게 되었다.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 였던 모양이라, 단숨에 키미시마의 주변에 사람은 줄어들었고,



키미시마는 외톨이가 되었다.



그로부터 1년 후, 중학교 2학년 때, 또 사건이 일어났다.


키미시마의 소문은 여전했고, 반이 바뀌며 같은 반이 된 사람들은 빨간 눈동자까지 포함하여 꽤 찜찜해했다.


소곤소곤 험담 같은 것도 듣고 있었다


옆자리에 앉은 아이는 험담은 하지 않았지만 꽤 불쌍했는데, 아침이 오면 가장 먼저 키미시마의 책상에서 최대한 자리를 멀리 떨어뜨리고 있었다.


나를 포함해 작년부터 같은 반이었던 사람들은 반 전체의 분위기에서 위험한 예감을 느끼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횡설수설하는 욕설이 귀에 들어오는 것이 싫었지만,


우리도 1년 동안이나 키미시마와 관계되는 것을 피해 왔기 때문에, 더 평범하게 대하라고는 말할 수 없었다.



방학 중의 등교일이었다.


우리 학교는 그날, 방재 훈련을 하게 되어 있었다.


선생님이 여름 방학의 나머지를 어떻게 보낼까하는 이야기를 하다가, 교내에 방송이 들어오면, 운동장으로 대피를 한다는 단순한 훈련이었는데,


훈련 중에 계단을 내려오다 우리 반은 뒤에서부터 겹쳐 넘어지는 사고를 내고 말았다.


나는 계단 위쪽에 있어서 괜찮았지만, 아래쪽에 있던 사람들은 겹쳐진 사람들에게 짓눌려 꽤 위험한 상태였다.


세 명이 골절되고 한 명이 의식불명으로 응급차로 실려 갔다.


그 의식 불명된 아이는, 키미시마의 옆에서 항상 자리를 떠돌던 아이였다.


다행히 그 아이는 의식을 되찾았지만, 학교로 돌아오지 않고 그대로 전학하고 말았다.



그 사건 이후에, 학급에서는 키미시마에 대한 험담이 없어졌다.


우리처럼 말없이 거리를 두는 사람이나 부드러운 태도로 아주 조금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늘었다.


키미시마에 대해서는 우리 학년에 모르는 사람은 없어졌고, 학년 전체의 분위기가, 키미시마와는 아무 말 없이 거리를 두고, 가끔 상냥한 내색을 보이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결국, 고등학교까지, 키미시마에 대한 모두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으며,


사람이 죽거나 다치는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키미시마는 고향에서 조금 떨어진 여학교로 진학했는데, 우연찮게 나도 제일지망이었기에, 그 여학교로 진학했다.


우리들의 중학교에서는, 나와 키미시마외에는 5명정도가 그 여학교에 진학했다.


나와 키미시마는 또 같은 반이었다.


중학교 1학년부터 통산 4년, 계속 같은 반이 되었지만, 역시 대화는 하지 않았다.


키미시마의 빨간 눈동자는 역시 모두의 주목을 받았고 서로 친구가 되려는 4월, 여학생들 사이의 화젯거리가 됐다.


중학교에 입학한 지 얼마 안 된 때와 마찬가지로, 키미시마의 주위에는 사람이 모여 있었다.


그 소문도 빨리 퍼지고 있었는데 믿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학급에서 키미시마의 주위에 사람이 있다는 것에 질투하는 사람은 역시 있었고,


특히 여고는 이성의 평판을 신경쓰지 않아도 되니까, 꽤 심각한 욕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는 또 그런 일이 생기는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었다.



이번엔 병이었다.


장마철에 들어갈 무렵, 반에서 키미시마를 욕하던 한 여자아이가 수업시간에 갑자기 쓰러져 입에서 거품을 내면서 경련했고, 곧바로 구급차로 병원으로 옮겨졌다.


며칠 후 간질에 의한 입원인가로 그 아이는 한동안 휴학했다.


게다가, 여름방학에 들어가기 직전의 기말고사가 한창일 때에, 이 또한 키미시마의 욕을 하던 학급의 리더격의 여자 한명이, 돌연 학교에 오지 않게 되어 버렸다.


또 며칠 뒤 담임선생님으로부터 그 아이가 급성 백혈병이 발병해 입원 생활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3년 전과 마찬가지로, 키미시마에 대한 모두의 태도는 바뀌었다.


마치 거기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모두 행동했다.



나도 그 중 한 사람이었다.


키미시마는 이미 익숙해졌는지, 쉬는 시간에도 항상 책을 읽으며 조용히 지내고 있었다.



고교 2학년으로 올라가면서 백혈병 아이가 숨졌다.


그 앞의 한 사람, 간질쪽 아이가 어떻게 되었을지는 모르지만, 돌아오지 않는 것 같았다.


나는 다시 키미시마와 같은 반이 되었다.



이것으로 무려 5년 연속.



봄의 개학식 날, 어깨를 두드려 돌아보니, 키미시마가 서 있어서 가슴이 철렁했다.


"또 같은 반이네. 잘 부탁해."


"……응, 잘 부탁해요."


나는 생각에 잠겨 있다가 대답을 했다.


관계되는 것을 피해 온 만큼, 말을 걸어 온 것만으로 안절부절 못했다.


키미시마는 그런 내 심정을 알고 있었는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떠났다.



그리고 1학기 기말고사까지의 3개월 조금 넘도록, 반에서 키미시마에게 말을 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중학교 때 있었던 일이 거의 다 알려졌기도 하고, 전년도 반 친구 두 명이 원인이었다.


평상시 "유령 따윈 있을 수 없다"든지, "저주로 사람이 죽는다면 아무도 고생하지 않는다" 등을 이야기 하던 아이들도 키미시마에 대한 말에는 "하지만 혹시의 혹시라도, 어쩌면 그런 생각이 들면 좀···…"라면서, 접근하려고 하지 않았다.



잊혀지지 않는 고2 때의 1학기 기말고사가 시작되기 이틀 전, 내가 하교하려던 때, 키미시마가 불러세웠다.


"저기, ○○, 잠깐 괜찮아?"


"어······ 뭐 괜찮은데."


"저기, 이 편지 나중에 읽을래?"


흰 봉투에 담긴 편지였다.


솔직히 무서워서 별로 받고 싶지는 않았지만, 거절한다면 어떻게될까 싶어서 받았다.


그날 밤, 공부하던 중에 봉투를 열어 안을 보니, 편지지에 예쁜 글씨가 쓰여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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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게



당신과 같은 반이 되는 것은 올해로 다섯 번째군요.


그다지 이야기 하지도 않으니, 친구라고 말해도 좋은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급우로서 당신에게 부탁이 있어요.


아시다시피 저는 별로 사람을 좋아하지 않아요.


다들 나를 보지 않게 되고, 나와 멀어지게 돼요.


그러니 분명 나의 모습은 금세 잊혀질 겁니다.


사람들은 보지 않은 것은 기억으로 남기지 않으니까,


모두의 기억 속에서 저는, 금방 희미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당신에게 부탁이 있어요.


당신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 난 모르겠지만


당신은 쭉 같은 반이었고, 다른 사람보다 많은 시간을 한 교실에서 지내왔어요.


당신이 나를 본 시간은 분명 다른 사람에 비해 많을거에요.


제 모습이 희미해지는게 다른 사람들보다는 늦을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없어진다면, 제 모습을 최대한 기억해주셨으면 해요.


가능하다면 저의 아버지나 어머니께, 제가 학교에서 어떤 아이였는지를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아무도 기억을 못한다면, 그건 원래부터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저는 분명히 있었는데, 없었던 것이 된다는건 싫어요.


그러니까 부탁입니다. 저를 기억해주세요.


갑작스런 편지라서 죄송합니다. 



키미시마 ▲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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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편지가 불길하다고 생각한 나는, 늦은 밤이지만 담임선생님에게 전화했다.



담임선생님은 키미시마에게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하고 일단 전화를 끊었다.


무슨 일이 있으면 연락달라고 말씀드려놨더니, 30분 정도 후에 선생님에게 전화가 왔다.


전화 내용은 충격적인 것이었다.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키미시마의 어머니는 키미시마에게 전화를 바꿔주기 위해 방에 갔다가,


거기서 바닥에 누워있는 키미시마를 발견했다고 한다.


자살 시도 직후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현재 치료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선생님은 이제부터 병원에 가겠다고 하셔서, 나도 따라가기로 했다.



키미시마는 자신의 왼쪽 눈을 가위로 찌르고, 이어 손목을 베려고 한 자살 미수였다.


가위의 날이 좋지 않았던 탓인지 손목을 잘 베지 못하고, 그 중에 찌른 눈의 통증으로 실신.


일찍 발견된 것도 있어서 죽음을 면한 것으로 보인다.


나는 키미시마의 어머니가 울면서, 알려준 것에 대한 답례를 받았지만, 오히려 죄책감으로 가득차서,


"아니에요. 우리들 때문이에요···"



···하며 울음을 터뜨렸다.



키미시마는 다음날에 눈을 떴고, 왼쪽눈도 실명을 면했다.


나는 그 후, 키미시마의 병실에 몇 번 발을 들였고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키미시마는 처음에는 멍하니 있다가, 이야기를 해도 소곤소곤 말하다가, 조만간 밝게 이야기하게 되었다.


"저기, ○○······. 나 말야, 이 눈, 어떻게 하면 좋을까···?"


"어?"


"이 눈 떄문이라고 다들 말하는 거잖아?"


"……그래서 가위로?"


"응..…"


나는 이제와서야 키미시마가 정말 안쓰러워서


"그렇게 신경쓰지 않아도 돼! 이젠 찌른다는 무서운 일은 생각하지 마!"



라고 밝게 격려했습니다.


"지금까지 다 우연이라고. 뭣하면 내가 예외가 되어 증명해 줄게. 다 나으면 그 빨간 눈으로 바라봐줘."



2학기 중반에 키미시마의 안대를 풀 수 있었다.


나와 키미시마는 친한 친구로 지내고 있었고, 붉은눈을 봤을 때는 솔직히 불안해졌지만, 떠나지는 않았다.



그리고 새해가 밝을 때까지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아서,


"이거 봐! 키미시마, 특별히 눈 탓이 아니라니까!"


"응..…그렇구나···"


하고 두 사람은 안심하고 있었다.



하지만 3학기가 시작되자마자 나는 쓰러지고 말았다.


이상한 수준으로 고열이 나서 39도에서 40도가 넘어 입원했다.


의사들은 감기라고 했지만 링거를 맞건 해열제를 먹건 열이 내리지 않아 의식이 몽롱했다.


40도가 넘을 무렵부터 나는 의식을 잃었던 모양이라서 기억은 없다.


부모님의 얘기로는, 키미시마가 와서,


"어째서!? 나, ○○를 정말 좋아하는데, 어째서?"



라면서 울고 있었다고 한다.


의사도 왜 열이 내리지 않는지 알지 못했고, 내 몸은 상당히 쇠약해져 위험했던 모양이지만,


그러나, 7일째에는 완전히 열이 내려 건강해졌다.



그래서 어머니로부터 키미시마의 안부를 물었다.


"키미시마는, 다른 병원에 입원해 있단다.… 눈을..… 저기, 아파서···"


"엣!?"


퇴원하자마자 키미시마를 만나러 갔다.


키미시마는 웃는 얼굴로 "건강해졌군요"라고 맞아주었지만, 안대를 보자 마음이 쓰라렸다.


키미시마는 왼쪽 눈이 거의 실명.



몇 차례 더 수술을 시도하지만 절망적이라고 한다.


키미시마의 어머니 이야기를 들었는데, 또 다시 눈을 가위로 찔러버렸다며 울고 있었다고 한다.


의식이 없는 나에게 문병을 온 다음날이었다.



피를 많이 흘렸지만, 키미시마는 기쁜 듯이 웃고 있던 것 같다.


"왜 이 아이는 저런······"


울고있는 키미시마의 어머니 눈을 보았지만 평범한 다갈색이었다.


키미시마는 결국 실명했고 의안을 넣게되었다.


의안을 넣은 키미시마는 거리감을 느낄 수 없어서 어려움을 겪었지만,


"됐어··· 검은 눈이야. 예뻐···"


라며 정말 기쁜 모양이었다.



그 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도 같은 여대에 진학한 우리는 지금도 사이 좋게 지내고 있지만, 그 이후 나는 쓰러지지 않고 있다.


정말 그 붉은 눈동자 탓인지, 우연인지는 모르지만, 지금이 괜찮으면 뭐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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