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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822nd] 전봇대의 요정

레무이 2018. 12. 31. 08:00

초등학교 시절 동네에는 지팡이를 짚고 노숙자스러운 할머니가 있었다.

 

항상 주변을 배회하고 있었는데, 슈퍼 벤치에서 도시락을 사서 먹고있는 것을 여러 번 보았으니까, 돈은 있었나보다.

 

어쩌면 노숙자가 아니었을지도.



그러던 어느 날, 슈퍼의 화장실에 갔더니 그 할머니가 있었다.

 

세 개있는 세면대를 차례대로 이동하면서 머리를 빗고있다.

 

세면대와 바닥에 우수수 떨어지는 머리카락, 그리고 심한 악취.

 

유령 같은 모습에 완전 쫄아서 그날은 그대로 달아났다.



그리고 나중에 어머니와 함께 쇼핑을 하러 차를 타고 가는 길에, 또 그 할머니를 보았다.

 

다리를 문지르면서 버스 정류장 벤치에서 쉬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슈퍼에 도착해서 안에 들어왔더니, 무려 그 할머니가 고기 매장을 서성이고 있었다!



 

버스 정류장에서 슈퍼까지 차로 10분.

 

자동차 속도를 걸음으로 따라 잡을리가 없었으니, 만약 거기서 택시나 버스를 이용했더라도 우리보다 더 빨리 도착은 불가능.

 

순간 이동했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그날 밤 나와 어머니는 산책을 하고 있었다.

 

그러자 또 앞에서 할머니를 발견.

 

여러차례 목격한 기괴한 행동 때문에, 나와 어머니는 조금 두려웠는데, 갑자기 어머니가 어처구니 없는 말을 하셨다.



 

"나는 항상 그 할머니가 어디로 가는지 궁금했거든. 뒤를 따라가 볼까?"


라고.



 

어른스럽지 못한 의견이라 생각했지만, 흥미있었기 때문에 어머니와 둘이서 할머니의 뒤를 따라갔다.


할머니는 골목을 돌더니 전봇대에 다가가서, 껴안고 부비부비하기 시작했다.

 

너무 기분나빠서 어머니과 눈을 마주봤는데, 곧바로 다시 고개를 돌리자 이미 할머니는 없었다.

 

거기는 좁은 골목이고 모퉁이는 아니었다.




나와 어머니 사이에서는 그 할머니는 전봇대의 요정으로 되어있다.

 

그 이후로 보이지 않는다.

 


기분나쁜 이야기지만, 떠올리면 좀 재미있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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