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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구마모토는 비가 내리고 있다.


비가 내리면 그 날이 떠오른다···



당시 초등학교 2학년이던 나는, 하교 시간에 내린 갑작스런 큰 비 때문에 우산도 없이 멍하니 서있었다.


다른 학생들은 우산을 쓰거나 빗속을 달려 돌아가거나 하며, 점점 학교는 조용해졌다.


주변은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뒤에서 성인 여자분(사무를 보는 분 일까)이 말을 걸어왔다.


"우산, 잊었니?"


나는 당시 낯가림이 심했기 때문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아줌마도 이제 돌아갈건데, 차로 집에 데려다줄까?"


나는 어머니를 만나고 싶어져서 울기 시작했다.


상대방도 그 심정을 헤아린 듯 사무실 전화를 빌려 주었다.


어머니에게 마중을 나와달라고 전화 건 후, 그 여자분과 헤어지고 다시 학교 건물 입구 앞에 혼자 앉아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르지만, 가방에 노란 커버를 붙인 초등학교 1학년 여자아이가 우산 두는 곳에 서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아이는 자신의 우산이 없어진 것을 필사적으로 찾고 있었던 모양이다.


어쩌면 누군가가 그녀의 우산을 무단으로 가져가버린 걸지도 모른다.


그녀는 엉엉 울면서 계속해서 우산을 찾고 있었다.



10분 후, 나의 어머니가 건물 입구까지 마중 나와 주었다.


그 소녀는 이쪽을 힐끗 보고는 또다시 우산을 찾기 시작했다.


나의 어머니는 그 사정을 헤아린 듯


"우리와 함께 돌아가겠니?"


소녀는 서둘러 가방을 감싸고, 도망치듯이 빗속을 우산도 쓰지 않고 달려 갔다.


어쩌면 동정받는 것이 비참했는지도 모른다.



그러자, 거기에는 소녀의 분실물로 보이는, 그림이 그려진 도화지가 남아있었다.


"1학년 2반 ○○ ○"


사인펜으로 천진난만하게 쓰여진 글자가 지금도 선명하게 머리에 남아있다.


어머니는 그것을 손에 들고,


"어머, 얘 실력 좋은데? 네가 내일 학급에 전해줘라."


그렇게 말하고, 나와 어머니는 우산을 쓰고 빗속을 걸어 돌아갔다.



다음날은 비도 완전히 그쳐서 공기가 후텁지근 했던 것을 기억한다.


나는 가방과 우산(혹시 몰라서 예비로 두려고)과 어제 여자아이의 그림을 가지고 등교했다.


아침 조회가 끝난 후 1학년 2반으로 작품을 가져갔다.


거기 담임에게 물었더니 그 아이는 아무래도 감기로 쉰다고 한다.


작품만 사정을 이야기하고 전달, 나는 자신의 교실로 돌아왔다.


며칠 후, 그 여자아이가 나의 학급 교실로 인사를 하러 왔다.


이후로, 가끔 복도에서 만나면 서로 알아보고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이렇게, 나는 처음으로 이성 연하 친구가 생겼다.



시간이 흘러, 내가 중학교 2학년 때. 그 아이도 우연히 나와 같은 탁구부였다.


사춘기인 만큼, 두 사람은 예전처럼 말하지는 않았다.



그런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친구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었다.


 



"그 아이의 어머니는, 유치원 때 비오는 날에 유치원에 마중가는 길에 차에 치었다고 하더라."




내 안에서 4년 전의 사건이 순간적으로 떠올랐다.


뭐라 변명할 수 없는 일을 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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