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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841st] 어째서?

레무이 2019. 2. 11. 07:30

그 무렵 결혼을 생각하던 남친이, 결혼을 기피하기 시작했다.


나는 매일같이 남친의 직장에 전화 공격.


결혼할거야, 안할거야, 그렇게 몰아붙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갑작스럽게 "바다를 보러 가자."라고 부드럽게 말했다.


오랜만의 일이어서, 서둘러 도시락을 만들며 신바람이 났다.




도중에 주유소에서 급유.


항상 가득 채웠는데, 그날은 왜인지 10리터만 주유하는 남친. 어째서?


10리터라면 가는 길로 다 쓸 텐데.


급유 중 뒷 트렁크에서 리프트의 손잡이 부분의 철봉을 꺼내어 여러번 휘두르는 것이 백미러로 보였다. 어째서?


그 철봉을 얌전하게 운전석과 앞 문 사이에 놔두는 남친. 어째서?



그런데, 해안에 도착하자 이번에는 방파제를 따라 전속력으로 달리고 왔다갔다. 어째서?


방파제 콘크리트의 가장자리까지 아슬아슬하게 급정거 하기를 여러번. 어째서?



그 사람과 결국 강압적으로 결혼.


남친에게 25m 수영장 바닥을 한번도 숨쉬지 않고 헤엄치는 특기가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그리고 몇 년 후 이혼.




어느 여름날, 집에서 신문의 여성코너를 읽고 있었다.


거기엔 차가 바다에 빠졌을 때 수중에서 자동차 창문을 깨뜨리기 위한 철봉이 최근 자동차 매니아들 사이에서 팔리고 있다는 이야기.




그 때, 지금까지 어째서? 어째서?하며 지나갔던 과거의 사건들이 순식간에 퍼즐처럼 풀어졌다.


어, 그랬구나. 죽을 뻔 한거였네, 그런건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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