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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843rd] 지하상가의 노숙자

레무이 2019. 2. 13. 07:30

시에서 주관하는 회화 문화 교실에 다니고 있던 때의 일.



일년에 한번, 문화 교실 작품을 시가지의 지하상가에서 전시를 했습니다.


저는 처음으로 제가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 공개된 자리에서 전시된다는 사실이 기대되어 보러갔습니다.


하지만 그 곳은 넓이에 비해서, 지하 주차장에 주차한 사람 밖에 방문하지 않는 인적이 드물었고, 이미 노숙자의 집합소가 되어버린 곳이었습니다.



그래도 저는 기쁜 마음에 저의 그림이나, 함께 교실에 다니는 사람의 작품을 촬영했습니다.


그러자 카메라 플래시가 눈부셨는지 그 바로 옆에서 낮잠을 자던 노숙자가


"눈부시잖아. 적당히 좀 해라. 잘 수가 없어!!"


라고 대단히 험악한 얼굴로 고함을 쳤습니다.



저는 몹시 기대하는 마음에 일부러 멀리까지 방문했는데 이런 일을 당해서 매우 불쾌함을 느껴서 '거지 따위 차라리 죽는게 나을텐데'라고 마음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집에 돌아가도 불쾌한 마음이 가시지 않고 참을 수 없어서, 지하도를 관리하는 쪽으로 불만 전화를 걸어 사건의 사정을 이야기 했습니다.


시청에서는 심각하게 저의 이야기를 들어주었고, 신속하게 대응한다고 응답했습니다.


일주일 후 같은 장소에 갔는데, 시청 사람이 말한대로 노숙자는 그 자리에 한 명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개운한 기분으로 며칠 보내고 있었는데, 어느날 집에 경찰이 와서


"○○씨에 대해 알고계십니까?"


라고 물어 왔습니다.


저는 그 이름이 짐작 가는 곳이 없었습니다만, 들어보자,


그 ○○라는 노숙자가 거리의 불량들에게 사냥당해서 죽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죽기 직전에 제가 사주했다고 말했다는 겁니다.



정말로 그 노숙자가 죽었다는 사실도 놀라웠지만, 제 이름을 댔다는 것에 더 놀랐습니다.


아마도 그림에 써있던 이름을 기억하고 죽기 직전에 그 이름을 말한게 아닐까 싶습니다만, 매우 기분 나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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