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퍼온 괴담

스승시리즈 - 친구

레무이 2017. 1. 16. 19:22

대학 2학년의 겨울.

오후 늦은 때, 자전거를 타고 유치원 앞을 지나가는 데, 아는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하얀 페인트를 바른 낮은 벽 옆에 서서, 저 편을 뚫어져라 보고 있다.

살고 있는 아파트가 가까워서 설마 했는데, 역시 내 오컬트 쪽의 스승이었다.

어린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모습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20대 중반 남자의 모습은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까.

이쪽을 알아채지 못한 것 같아서, 골목길 근처에 자전거를 새운 채로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곧 있어 선생한테 들킨 것 같아 “그게 아닙니다”라고 들리지도 않는 거리에서 변명을 하며 이쪽으로 도망쳐왔다.

눈이 마주친 순간, 실로 낭패한 듯한 얼굴로 “그게 아니야”라고 말하였고, 다시 한 번 “그게 아니야”라고 말하며 골목길 담장 안쪽에 몸을 숨긴다. 나도 왜인지 모르게 같이 그 쪽으로 들어갔다.

“저 아이를 보고 있던 것 뿐이야.”

멀리 놀이터를 가리키고 있지만 여기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저 푸른 타이어 쪽에서 땅에 그림을 그리고 있는 여자아이.”

목을 쭉 당겨 봐도, 각도 때문에 나무나 벽같은 것이 방해하고 있어 잘 모르겠다.

무엇보다 별로 아닌게 아니잖아.

“언제부터 보고 있던 겁니까.”

그런 질문에 “음, 1개월 전부터”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해 나는 점점 더 힘이 빠졌다.

“그렇게 귀여우신가요.”

말을 골라 질문할 셈이었는데, “귀여우냐고 물어보면 예스지만, '그렇게'라고 수식하는게 엄청 신경 쓰이는데”라고 불쾌한 얼굴을 했다.



“1개월 전, 처음 신경이 쓰인 것은 저 아이가 아니라, 저 아이 옆에 있는 기묘한 물체 때문이었어.”

물체라고 하는 표현이 왠지 모르게 기분 나쁘다.

“그것은 척봐도 이 세상의 것은 아니었지만, 그 아이는 그것을 인식하면서도 무서워하는 것 같지는 않았어. 다른 아이나 선생님한테는 보이지도 않는 것 같았고.”

그 아이는, 언제나 혼자 놀고 있다고 한다.

모래 장난을 하자고 친구들에게 권유받지도 않고, 그렇다고 해서 다른 아이들로부터 놀림 받는 것도 아니고, 그냥 계속 혼자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부모가 데리러 올 때까지, 계속 그러고 있는 것 같았다.

“다른 아이가 돌아가도, 한참 동안 저 아이의 부모는 오지 않아. 해가 질 쯤되면 그제서야 젊은 부모가 데리러 오는데, 뭐라고 해야하나 제대로 된 부모가 아니지. 그 아이의 얼굴도 제대로 안보고 손 잡는 방법도 지면에 솟아오른 잡초를 뽑아내는 듯한 느낌. 학대? 뭐, 옷 밖으로 보이는 부분에는 상처가 없지만, 어떨까.”

기분이 나빠지는 이야기다.

그렇지만, 이 이상할 정도로 오컬트를 좋아하는 사람이 그렇게 집착하고 있으니 단순한 일은 아닐 것이다.

“이매지너리 컴패니온이라는 거, 알고 있냐.”

들은 적은 있었다.

“뭐, 간단히 말하자면 유아기의 특징적인 환상이지. 머릿속에 상상 속의 친구를 만들어버리는 현상. 단지 어린 아이는 환상을 환상이라고 인식할 힘이 없어, 보통 친구를 접하는 것처럼 그것에 접해서, 주변의 어른들을 곤란하게 만들기도 하지. 인간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 어느정도 사회성을 몸에 익히면 자연적으로 사라져가는 것이지만.”



그거라면 나도 경험이 있다.

물론 그렇다고해서 기억하고 있는 건은 아니고 부모가 말하길“너는 가면라이더랑 말했어”라고 하는 것 같았다.

그 정도면 귀여운 편이다.

“유우쨩”이라거나 하는 있을 법한 이름을 붙여 아무도 없는데 “유우쨩, 이제 돌아가자”라고 말하면 부모도 기분이 나쁘겠지.

다시 한 번 몸을 내밀어 유치원의 놀이터를 훔쳐본다.

모자 색으로 연령이 갈리는 것 같았다.

푸른 타이어 근처에는 빨간 모자가 보인다. 빨간 모자가 나이든 아이들 같았다.

응시하자, 양 갈래 머리인 것만 확인할 수 있었다.

스승이 말하는 기묘한 물체는 안보인다.

그러나 이상할 정도로 영감이 강한 남자에게 보인다는 것 이야기는 그것이 단순한 상상속의 친구는 아닌 것일까.

“아니, 영혼같은 건 아니라고 생각해. 기분이 나쁜 표현을 하고 있지만, 그 아이 나름의 이매지너리 컴패니온이겠지. 나에게도 보인 것은 왠지 모르겠지만. 혹시 그녀의 감각기관이 파악한 것을, 혼선된 것처럼 리얼타임으로 내 안테나가 수신해버린 건 아닐까...”

그 아이는 강렬한 영매체질을 가지고 성장할지도.

그렇게 말하며 스승은 사랑스럽다는 눈으로 유치원 아이를 바라보았다.

경련이 날 정도로 목을 당겨도, 그 여자아이의 윤곽 외에는 주변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숨바꼭질하고 있는 무리가 타이어 앞을 지나가며, 그 아이가 그리고 있는 그림 부근을 밟고 갔다.



여기서 표정은 알수 없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그림을 고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 공상의 친구라는 건 어떻습니까? 지금도 저 아이 옆에 있는 겁니까.”

스승은 “음~”이라고 신음하며 “뭐라고 말하면 좋지”라고 말을 꺼냈다.

“2등신 정도의 괴물이고. 얼굴은 어른 여자. 어머니는 아냐. 실재 일물인지조차도 모르겠어. 그렇지만 아마도 저 아이에게 어떤 집착을 가지고 있지. 몸음 지점토같이 평평한 회색. 작은 손발은 있지만 별로 움직이지 않아. 지금 우리 쪽을 보고 있다.”

순간, 소름이 돋았다.

누군가의 시선을 확실히 느꼈기 때문이다.

“보통, 다른 아이들이 많이 있는 곳에서는 상상속의 친구가 나타나지 않아. 본인이 고독을 느끼는 때에만 출현하는 경우가 많지. 그렇지만 저 아이의 경우, 유치원이라는 공간조차 극히 개인적인 것이 되어버린 것 같아. 지금 저 물체에게 완전하게 갖혀버린 것처럼 보이는군.”

한 번, 데리러 온 어머니의 뒤를 쫓아보려했지만 조금 떨어진 곳에 고급 승용차가 대어져 있어서 무리였어, 라고 스승이 말했다.

그 때, 하얀 벽 저편에 에이프런을 한 젊은 선생과 원장선생같은 나이 든 여성이 여기를 가리키며 무엇인가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당황한 나는 일단 자전거로 날쌔게 도망쳤다.

그 뒤에 스승이 손을 흔들며 달려오고 있는 것을 눈치 챘지만, 무시했다.



방 밖에 있어도 텔레비전이 켜져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소리때문인지 뭔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안다. 주위 사람한테 물어봐도 “아, 알 것 같아, 알 것 같다”라고 동의를 받는 건 아마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그러니까 그 때도, 단지 알게 되었으니까 알았다라고 밖에 말할 수가 없었다.

유치원에서 도망친 그 날 밤이었다.

그 때는 완전히 전등을 끄고 자는 버릇이 붙어, 문득 눈을 뜨니 암흑 속이었다.

내 방의 익숙한 천장이 흐릿하게 보인다. 침대 위에 위를 향한 채로 반 쯤 꿈꾸는 듯 멍하게 있으니, 텔레비전이 켜져 있는 것을 알아챘다.

방 안 텔레비전이 아니다. 얇은 방을 넘어, 저 편의 거실에 아무래도 텔레비전이 켜져있는 것 같았다.

그 쪽에 눈을 돌리자, 문에 달려있는 작은 유리창의 윤곽이 흐릿하게 알 수 있는 정도로, 그 작은 창문 너머는 빛조차도 보이지 않는다.

소리도 아니고, 빛도 아니다.

그렇지만 텔레비전이 켜져있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물론 거실에 텔레비전같은 건 없다.

나는 반각성상태로 단지 신기하다는 기분으로 침대에서 느릿하게 일어나, 휘청휘청 천천히 문을 향했다.

불을 켠다는 생각은 없었다. 켜면 눈부시잖아, 라고 깨지 않은 머리로 생각했었다.

천천히 문 손잡이에 손을 얹고 반대편으로 문을 열었다.

어두움 속에서 공중에 여자 얼굴이 떠올라있는 것을 보았다.

아니, 얼굴만이 아니었다. 이상할 정도로 작은 몸에 손발이 점토세공처럼 붙어있었다.



그게 둥실둥실 거실 한 공간에 떠 있는 것이었다.

그 때, 무섭다고 생각했는지는 기억 안난다. 단지 정신을 차리자 나는 침대에 돌아와 있었고, 누워있는 언제나의 자세로 아침을 맞이했던 것이다.

밤에 일어난 일을 떠올리고는, 소름이 돋는 듯 나쁜 기분이 들어 “데려와 버린 것이 아닐까”하고 몸을 떨었다.

아침부터 스승의 방에 찾아가, 이 일을 이야기하자 "그럴리 없어“라고 웃는 것이다.

유령이 아니니까. 그 여자 아이가 보고 있는 환상을, 그 아이가 없는 장소에서 어떻게 다른 누군가가 체험할 수 있는거라고 하는거야. 꿈이라도 봤겠지.

스승이 그런 말을 늘어놓자 나도 점점 그런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문득 생각이 난, 그 여자의 얼굴이 어떤 연예인과 닮았다는 것을 말하기 전에는.

그것을 듣자마자 스승의 얼굴색이 바뀌며, 그 이름을 다시 한 번 나에게 확인했다.

아무래도 스승이 본 얼굴과 같은 인상을 내가 느꼈다는 것이 납득이 가지 않는 것 같다.

“그렇군, 알았다.”

스승이 빙긋 웃으며, 설명했다.

그 유치원의 여자 아이도 그 연예인과 얼굴이 조금 닮았다는 것 같다. 그렇다는 것은 즉, 자기 자신의 이매지너리 컴패니온도 닮았다는 것이다.

여자 아이의 상상속의 친구로서 자신을 투영한 이상적인 어른을 만들어내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부모 대신 늘 곁에 있어 주는 존재로 만들었다.

어머니여서는 안된다, 라는 반발심에서 어머니와는 다른 어른으로 성장한 자신을 상상해서. 그리고 ‘친구’로서 알맞은 등신으로....

그런 가설을 술술 말하는 스승에게 나는 말했다.



“저, 그 아이 얼굴은 보이지도 않았어요. 그 거리에서는 전혀. 눈이 나쁜 거 알고 있잖아요.”

내가 여자 아이 얼굴에서, 그 연예인을 연상했다고 말하고 싶어했던 것 같은 스승은 침묵했다.

그리고 잠시 있자, 천천히 얼굴을 들고 진지한 눈을 하고 말했다.

“그게 상상속의 친구 따위가 아니라, 영적인 것이라고 한다면 네 방에 나왔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냐”

그 말을 듣는 순간, 오한이 전신으로 퍼졌다.

명백히 떨기 시작한 나를 보고 스승은 무릎을 두드리며 말한다.

“좋았어, 뭔지 모를 것은 일단 죽이고 본다.”

엄청나게 의지가 되는 말에 고개를 끄덕일 뻔했지만, 평화롭게 부탁드립니다라는 제스처를 취한다.

“농담이야.”

웃고 있지만, 어디까지가 진짜인지 알수 없다.

뭐, 내버려두자. 어차피 씌여있는 것은 그 아이니까. 뭣하면 여기에 2,3일 자고 가면 돼. 대부분의 녀석은 도망가니까.

그런 허세스러운 말을 한다. 마치 이 싼 아파트가 영지(霊場)와 같다고 하는 말투였다.

그렇지만 조금, 마음이 편해졌다.


결국 그 2등신의 여자 괴물은 두 번 다시 내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스승도, 그 정체를 결론짓기 전에 경찰에 불려가, 두 번 다시 그 유치원에는 다가갈 수 없게 되었다.

경찰이 유령같은 것보다 훨씬 무서워, 라고 후에 그는 말했다.

'퍼온 괴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승시리즈 - 행렬  (0) 2017.01.16
스승시리즈 - 데스 데이 파티  (0) 2017.01.16
스승시리즈 - 뛰다  (0) 2017.01.16
스승시리즈 - 자동문  (0) 2017.01.16
스승시리즈 - 도서관  (0) 2017.01.16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