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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어떤 가게에 들어가려고 했던 때, 자동문이 열리지 않은 적이 있다. 막 나왔던 문인데 돌아가려고 하니까 반응이 없다. 쓴 웃음을 지으며 다른 문으로 돌아 들어갔다. 이런 때일수록 다른 목격자도 없다. 어떤 의미에서 개인적인 경험이라 자조하며 생각한다.
그때 문득 대학시절을 생각해냈다.
학생 때는 자동문이 열리지 않는 것이 일상다반사였다.
자취생은 대부분 매일 3회 이상 편의점에 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나도 캠퍼스 근처에 있는 대학로라고 할 만한 곳에 살고 있었으므로 주변이 편의점 천지였다. 뭐가 재미있었는지 아침부터 밤까지 일이 있을 때마다 심심풀이로 들락날락거렸다.
그런 때, 대학 1학년의 여름정도 부터였나 자동문이 열리지 않는 일이 많아졌다. 어제와 같은 편의점에 어제와 같은 옷을 입고 들어가려고 하는데도 왜인지 열리지 않는다. 나도 모르게 상부의 센서로 보이는 것을 올려다보며 얼굴을 움직여 본다.
열리지 않는다.
몸을 전후좌우로 움직여본다.
열리지 않는다.
한번 떨어졌다가 마치 다른 사람이 지나가는 것처럼 다시 해본다.
겨우 열렸다.
위와 같은 일이 자주 있었던 것이다.
이것도 또한 대학생에게 흔히 있는 사회 안의 자신이 무척 작은 사람처럼 느껴질 때, 자신의 존재의의 같은 것에 고민하며, 우울함을 느끼고 있던 때에 이런 일이 있으면 왠지 상징적인 일처럼 느껴져서 조금 풀이 죽었다.
문 앞에서 어찌할 바가 없어 서 있는 내 옆을 지나가, 날라리가 PHS로 바보 같은 이야기를 하며 아무렇지도 않게 문 안으로 사라져가는 것을 보면 형용할 수 없는 패배자의 기분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너는 인권 5급이니까 자동문을 사용할 권리가 없습니다”
그런 취급을 당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또 문이 열리지 않았구나.”
라는 자조적인 말은, 한 때 자신을 향한 인사와 같은 것이 되어있었다.
그런 날들도, 당시 열병처럼 오컬트 삼매경에 빠져있었던 생활과 관계없는 것은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 당시의 나는 대학 서클의 선배이면서 내 오컬트의 기초를 훈련시켜준 스승과 마치 바늘과 실처럼 붙어 다녔다.
훼미리마트에 들어가려고 두 사람 나란히 자동문 앞에 서면 마치 그냥 유리벽처럼 움직일 기세가 보이지 않았다.
한참 동안 그렇게 서 있다가 결국 스승이 “좀 움직여봐”라고 하면, 반응하는 장소를 찾으려고 몸을 여기저기 움직여보았다.
열리지 않는다.
그리고 두 사람은 움직였다가 떨어졌다가 또 돌아왔다가, 엄청나게 바보같은 움직임을 반복한 끝에 갑자기 문이 스윽 열렸다 싶으면, 비닐 봉지에 100엔짜리 보리차 팩을 담은 안색이 안좋은 남자가 나와 “비켜”라고 말하고는 하였다.
이런 일이 생활권에 있는 편의점에 자주 있었던 것이다.
언젠가 스승이 말했다.
“편의점 괴담에는 심야에 아무도 없는데 문이 열린다는 이야기가 있잖아. 그거랑 반대네.”
그러고보니 나도 경험한 적이 이다.
어느 잠들지 못하는 밤에 근처 편의점으로, 몸도 식힐 겸 서서 책을 읽으러 갔을 때이다. 어서오세요, 라고 하는 점원의 목소리에 별 생각 없이 고개를 들었는데, 자동문이 스윽 열렸지만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다. 입구를 스쳐 지나간 것뿐인가 싶어서 다시 책을 읽는다.
잠시 있자니 이번에는 “감사합니다”라고 하는 점원의 목소리.
입구를 보자 또 문이 스윽하고 열리는데,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가게 안을 둘러보자, 서서 책을 읽는 고객이 나를 포함해서 두 명뿐이다. 점원인 젊은 남자는 손으로 뭔가 조용히 쓰고 있다. 얼굴도 들지 않고 문이 열리는 소리에 반응한 것 뿐인 것 같다.
왜인지 등줄기에 기분 나쁜 감각이 타고 오른다.
다시 한 번 가게 안을 둘러본다.
심야 특유의 느슨한 공기가 흐르고 있다. 점원도 우리들이 있는 탓에 안에 들어가지 못한 채, 빨리 돌아가 주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밖은 어둡다. 대학로니까 어두움에도 불구하고 심야에 지나다니는 사람이 많다.
누구인지도 모르는 사람의 그림자가 어두운 길을 왔다갔다하는 광경은 이렇게 밝은 가게 안에서 유리창 너머로 보고 있으면 으스스했다.
점원이 하품하는 소리가 들렸다.
얼굴은 숙인채다. 심야, 이 가게가 1인 근무체제라는 건 잘 알고 있다. 도둑질 당해도 모르는 거 아닌가. 그렇게 생각한 때, 뭔가를 알아채고 오싹했다.
처음 문이 열렸을 때 점원은 보지도 않고 “어서오세요”라고 했다. 다음 문이 열렸을 때는 “감사합니다”.
왜 두 번째도 “어서오세요”가 아니었던 걸까.
점원은 거기를 보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 실제로는 누가 출입하지 않았으니까, 어째서 그렇게 나눠썼는지 이유를 알지 못하겠다.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들어왔다가, 그리고 나간 것같지 않은가.
여기에 있으면 안될 듯한 협박당하는 느낌이 강해지며, 나는 잡지를 진열장에 돌려놓고 빠른 발걸음으로 가게를 나왔다.
문이 열리고 그리고 닫힐 때, 점원의 “어서오, 감사합니다”라는 태평한 목소리가 등 뒤에서 울렸다.
또, 문이 열리지 않는 날에는 강렬한 기억이 있다.
1학년 때, 어떤 한여름의 땡볕에 녹아내릴 듯한 상태가 되어 편의점에 도달한 적이 있었다.
그 날이 그해 여름 최고 기온이었다는 것 같아, 아스팔트가 신발 뒤에 늘어붙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자동문 앞에 서서 문이 다 열리기도 전에 안에 미끄러져 들어갔다.
곧바로 별로 살 생각도 없는 디저트 코너에 가, 쌩한 냉기를 얼굴에 맞았다.
그러고보니 웬일로 금세 자동문이 열렸네.
그런 생각을 하며 얼굴을 들자, 눈앞에 이상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항상 같은 상품 배열의 가게. 항상 같은 반년 전 콘서트의 포스터. 항상 같은 높은 밝기의 조명.
그렇지만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우선, 이러한 한낮에 손님이 한명도 없을 리가 없다. 낮 시간에는 대학생으로 꽉 차 있는 가게인데. 무엇보다 이상한 것은 점원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두 계산대에는 사람이 없는데다 진열이나 재고 검사 같은 작업을 하는 것도 아니었다.
왠지 기분이 이상해져서, ‘한마디 말을 해주세요’라고 메모가 붙어있던 것을 변명삼아 “죄송합니다, 화장실 사용해도 될까요”라고하며 계산대 안쪽으로 들어갔다.
10초 지났는데, 아무 대답도 없었다.
가게 안을 다시 한 번 둘러본다.
평소에는 늘 책을 서서 읽는 손님이 있는 잡지 코너에도 사람은 없고, 잡지만이 한권한권 흐트러지지 않고 깨끗하게 선반 위에 놓아져있었다. 그게 점점 더 이 상황의 이상함을 강조하는 것 같았다.
체면을 챙기는 것도 버리고, 크게 두리번두리번 거리며 “어이~ 아무도 없나요~”라고 소리를 높였다.
그 목소리가 조용히 가라앉은 가게 안의 차가운 공기에 빨려들어 갈 때, 나도 모르게 출구를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동문 앞에 선다.
열리지 않는다.
어이, 거짓말이지 라고 말하며 유리를 쾅쾅 두드려보지만 문을 조금도 반응하지 않았다.
가게 안을 돌아보지만 아까와 다른 게 없다. 사람의 기척은 조금도 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 때문에 머리털이 찌릿찌릿하게 하는 조용한 압박감이 공간을 채우기 시작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말려들었다’
그런 말이 뇌리에 떠올르며, 뭔가 잘못되었다, 빨리 여기서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고 하는 강박관념에 휩싸였다.
문 앞에서 서있는 위치를 바꿔, 체중을 실을 타이밍을 바꿔, 무릎을 움직여 키를 변화시켜, 센서 같은 것의 아래를 지나는 스피드를 바꿔, 어쨌든 갖가지 방법으로 자동문을 열려고 발버둥쳤다.
내일은 30분 서있어도 좋으니까 지금은 한번에 열려줘!
그렇게 비는 심정이었다.
문 밖에서는 아지랑이가 생길 정도의 열기 속에서 많은 사람이 지나다니고 있었다. 누구도 이쪽에 관심을 주는 사람은 없었다.
몇 번이고 뒤를 돌아봐도 가게 안에는 아무런 기척도 없었고, 단지 조용히 무엇인지 잘 모르겠는 부분만이 일그러져있는 것 같았다. 이상한 압박감을 사람이 없는 광경에서 느끼고는,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문 앞에서 낭패하고 있었다.
문득 흐리게 창 유리에 비치는 반전된 가게 안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얼굴은 잘 보이지 않지만, 가게 안에 꿈틀거리는 몇 명의 손님이 확실히 비치고 있었다. 누군가 있을 리가 없는데.
공황상태가 될 뻔할 쯤, 갑자기 예고없이 문이 열려 나는 밖으로 뛰쳐 나왔다.
짜증날 정도로 극한으로 가열된 공기에 감싸이는 것이 오히려 마음이 편해져, 나는 돌아보는 것조차 못하고 그 장소에서 도망갔다. 떠날 때, 눈한 켠에 언제나와 같은, 사람이 있는 편의점의 안이 비친 것 같았지만 어쨌든 도망가고 싶었다.
나중에 스승한테 그 이야기를 하니 웃으며 “너무 더워서 유체이탈이라도 한 거 아냐?”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왜냐면, 편의점 괴담을 반대로 한 것 같은 체험이잖아”
문이 열리지 않았던 것에 시비하는 것 같아 “의식만 편의점 안에 들어가 버렸다고 한다면 가게 안에 사람이 없었던 건 어째서 입니까”이라고 역공하자, 스승은 딱 잘라 말했다.
“사람에게 영혼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영혼에게도 사람이 보이지 않는 때가 있는 거야.”
그렇게 두 검지를 교차시켜, 교차하지 않는 세계, 라고 중얼거리며 즐거운 듯이 휘파람을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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