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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868th] 무명씨

레무이 2019. 7. 31. 08:56

영적인 체험은 아니기 때문에 여기에 써도 괜찮을지 모르지만 써봅니다.


젊었을 시절에 술집에서 일을 했었다.

기본적으로 좋은 고객들만 오는 가게였지만, 간혹 이상한 손님도 있었다.


어느 날 밤 혼자 훌쩍 방문한 손님의 이야기인데, 이름은 무명씨.

왜 무명씨인지는 계속 읽어보면 알게된다.


무명씨는 20대 초반의 젊은 손님이었다.

그렇지만 주머니 사정이 좋은지 돈을 잘 쓰는 손님이었다.


처음 온 손님은 어떤 사람인지 보기 위하여, 가장 접객을 잘하는 내가 담당하고 있었다.

첫 방문부터 비싼 술을 병째로 킵하고, 가게에서 가장 비싼 안주를 주문하고, 호스티스 모두에게 초밥까지 대접하고 기분좋게 돌아갔다.


두 번째 방문에서는 병이 비었기 때문에 더 큰 병을 주문하고 킵.

가게의 호스티스 전원에게 팁을 주고는 이번에도 기분좋게 돌아갔다.


세 번째 내점에서 병이 비어서, 같은 술을 킵하고는 안주도 척척 주문했다.

그런데, 결제 할 때

"오늘은 돈 없으니 외상 괜찮습니까?"

라고 말해왔다.


응대를 점장에게 맡겼더니, 마스터가 "명함을 주시겠습니까?"라고 말했다.

덧붙여서, 이전에 방문했을 때 두 번 모두 직업과 이름에 대해 물었지만 얼버무렸다.

그래서 별명이나 병에 붙여둔 이름은 무명씨였던 것이다.


무명씨는 "명함은 지금 떨어져서."라고 우물우물 말했다.

그리고 "이름도 직업도 모르는 사람의 외상은 역시 곤란하네요···."라면서 마스터는 거절했다.

무명씨는 "다음에 오면 반드시 지불할테니까요."라고 오체투지를 하면서까지 간절히 부탁했다.

마스터도 이렇게까지 나오자 굽히고는, 아마도 다시 오지 않을거라는 느낌으로 반쯤 포기로 외상을 해주었고, 이상한 분위기만을 남기고 무명씨는 돌아갔다.


연일 방문하던 무명씨가 나타나지 않고 일주일 이상 경과,

역시 이대로 돌아오지 않는 것일까 생각했을 무렵, 무명씨가 내점.

나도 마스터도 설마 올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뻐서 얼굴 가득 미소로 맞이했다.

무명씨가 기뻐하며 이야기를 하거나 농담을 하기도 하고 즐거운 분위기로 달아 올랐다.

그날도 호스티스에게 초밥을 대접하고, 외상도 바로 지불하고 기분좋게 돌아갔다.



무명씨가 돌아가고 나서, 무명씨가 앉아 있던 자리를 정리하기 위해 카운터를 나가 의자를 돌려놓으려고 했다.

그러나 의자가 들어가지 않았다.

'?'

이상하게 생각하며 카운터 아래를 들여다보니, 카운터의 바닥에 얼음 송곳이 푹 꽂혀 있었다.

"혹시 마음에 들지 않는 대접을 받으면 이걸로 찌르려고 했던거 물린 있었어···?"라고 덜덜 떨고 있는데, 가게의 문이 열렸다.

깜짝놀라 그쪽을 보니 경찰 두 명과 사복 경찰 같은 사람이 들어왔다.

용무를 묻자 "옆의 가게에서 어떤 손님이 얼음 송곳을 훔쳤다고 합니다. 얼음 송곳을 가진 손님이 오지 않았습니까?"라고 말한다.

나는 "얼음 송곳이라면 이거 말입니까?"라고 카운터 아래를 가리켰다.

경찰은 그것을 뽑아내고는 "이 사람은 요주의 인물이므로 조심하십시오."라고만 말하고 돌아갔다.



벌써 잡힌 것인지, 아니면 아직 잡히지 않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경찰은 범인을 알고 있는 눈치였다.

마스터가 쫓아가서 이것저것 물어봤지만, 무명씨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대답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무명씨는 아직도 무명씨인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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