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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1278th] 가재를 잡고 있었어

레무이 2023. 1. 23. 01:00

다른 스레드에도 썼던 이야기지만 여기에 써봅니다.


초등학교 2학년이나 3학년 때니까 9~10년 전 얘기야.
그 때는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시기 때문에 학교가 끝나거나, 장기 휴가나 방학 같은 때에는 할머니 댁에 맡겨지곤 했어.
뭐 할머니 댁도 같은 시내였고 굳이 따지자면 10분 정도 걸리는 정도.
그래서 그 시절에는 동네 친구랑 친구의 동생이랑 나 이렇게 셋이서 잘 놀았는데, 여름방학 때에 자전거로 조금만 가면 논이랑 공장, 작은 시민수영장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런 데서 뭘 하는가 하면 수로에 가재 같은 게 있으니까 그런걸 잡고 놀았던 거야.
먹이는 오징어 같은 것을 가져오거나 그 근처에 있는 개구리를 으깨서 사용했어.
실은 나도 친구도 낚시를 좋아했기 때문에 특별히 어려울 것은 없었어.

그러던 어느 무더운 여름날 그날도 우리는 수로까지 가서 가재잡기를 하고 있었다.
어느정도 잡어서, 가져온 곤충 채집 통(투명한 플라스틱 타입의)이 가득 차버려서, 어떻게 할까 했어.
주위를 둘러보니 친구가 좋은 물건을 발견했다.
논이 가까운 곳에 사는 사람이라든가 쌀 농가 사람이라면 알 수 있겠지만,
논 근처에는 큰 수도꼭지가 달려 있는데, 거기에는 수도꼭지 앞에 콩쿠르로 네모난 상자?랄까 일시적으로 물을 모으는 곳이 있었어. 그래서 수도꼭지를 틀면 물이 가득 나와.
우리는 그 근처에 떨어져 있는 화분 조각이라든지 벽돌이라든지 돌이라든지 이런 걸 배수구?에 밀어넣고 막아서 물이 고이게 하고 거기다가 가재를 넣고 놀았어.


한참 놀다가 조금 멀리 아저씨가 서 있는 걸 알았어.


그때는 아직 눈이 좋았기 때문에 그 아저씨의 정수리가 벗겨진 헝클어진 머리와 탱크톱에 반바지라는 복장이 잘 보였어.
적당히 시골이라서 이런 차림을 한 사람은 종종 있었기 때문에 그다지 위화감은 없었다.
그 아저씨는 가만히 이쪽을 보고있어서 우리는 뭘까 하고 생각했어.
그래서 나는 '이 논의 주인이고 물을 써서 화가 났구나', 라고 생각했다.
나는 친구에게 "어, 여기 주인 아니야? 큰일 났네."고 했어.
친구는 "글쎄"라며 왠지 위기감이 없는 것이다.
친구 동생은 왜 그런지 몰라도 쫄아있었는데.
친구 동생의 반응에 의문을 가지면서도 아저씨도 가만히 이쪽을 보고 있어서(이 시점에서 왜 고함을 지르거나 이쪽으로 오지 않는지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야 했다), 나와 친구 둘이서 사과하러 가기로 했어.

어느 정도 다가가자 나는 이 아저씨에게 위화감을 느꼈어.
아까는 멀어서 표정까지는 잘 보이지 않았지만 가까워질수록 보이기 시작했어.

웃는다.

보통은 화가 나서 험악한 얼굴이든 반야같은 표정을 할거라 생각하는데, 웃는다.
게다가 눈을 가늘게 뜬 미소 같은 것이 아니라 눈을 부릅뜨고 입꼬리를 올리는 히죽히죽한 미소.
그래서 나는 여러 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이 아저씨는 왜 웃고 있는지, 왜 가까이 오지 않았는지.
애초에 왜 표정도 안 보이는 거리에 있는 아저씨를 우리는 이 논의 주인이라고 생각했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조금 속도를 줄이지만 친구는 점점 걸어갔어.
내가 뒤를 돌아보니 친구 동생은 아직도 쫄아서 이쪽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어.
나는 다시 앞으로 돌아 친구에게 걸어갔다.

어느 정도 다가가자 더욱 아저씨의 기묘한 점을 알게 되었다.
우선 그 아저씨, 복장이 이상하게 더러워.
멀리서 보면 하얀 탱크톱으로 보였는데 가까이 가면 앞쪽, 목 아랫부분이 노란색일까 갈색일까 변색돼 있어.
그 밖에도 군데군데 검거나 갈색으로 변색되어 있었어.
그리고 그 아저씨 신발 안 신었어.
신발만큼은 우리도 더우니까 물에 발 담그려고 벗기도 했는데 그래도 땡볕 아래 아스팔트잖아.
젖은 상태에서도 맨발로 걸으면 너무 더워서 걸을 수 없다, 하물며 똑바로 설 수 없다.
젖은 상태에서도 그런데도 이 아저씨는 맨발로 서 있어, 게다가 신발을 가지고 있지도 않아.

이 근처에 민가는 좀 걸어야 하니까, 거기서부터라도 맨발로 와야하니까, 제정신이 아니다.


'뭐야 이 아저씨' 생각하면서 친구랑 같이 아저씨 앞까지 갔는데 그 아저씨는 어쨌든 냄새가 났어. 땀냄새랑 똥냄새가 났어. 나는 얼굴을 찡그렸다.
친구가 입을 열었다.
"아저씨 저기 논 주인 맞죠? 물을 써서 미안해요."
친구들이 이 말을 하는 동안에도 아저씨는 계속 히죽히죽 웃으며 나를 보고 있었다.
친구가 말을 마치자 아저씨가 입을 열었다.
그때의 숨결이 내 코에 직격탄을 때렸다.
뭔가 생선 비린내에 짐승 냄새랑 쇠 같은 냄새가 났어.


그냥 아저씨는 "우힛! 으햐햐햐! 이햐햐햐햐햐!!" 라는 느낌으로 높은 목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영문을 모르고 우리 둘은 패닉.
"어? 어?" 그러자 아저씨는 손을 크게 벌리더니 내 어깨를 잡고 얼굴을 내 얼굴에 갖다댔어.
나는 냄새 날까봐 무서워서 소리도 안 나오고 움직이지도 못했어. 고개를 돌려 아저씨의 다음 움직임을 기다리기만 할 뿐인 상태였다.

그때 친구가 그 아저씨를 때렸다.

그 친구는 가라테를 하고 있었고, 한층 더 용기라고 할까 어쨌든 여러가지로 대단한 녀석이었다.
그 아저씨한테는 아마 큰 피해도 없겠지만 나한테는 효과적이었어.
순간적으로 내 어깨를 잡는 손이 풀린 것과 동시에 나는 쏜살같이 도망쳤다.


친구의 동생도 나와 친구가 도망치는 것을 보고 달리기 시작했다, 우리는 간신히 근처에 있는 시민 수영장으로 뛰어들었다.
접수처 누나는 울면서 바지를 적신 소년과 반쯤 울며 떨고 있는 소년들을 보고 놀라고 있었어.
덧붙여서 바지를 적신 소년이란 무엇을 숨기랴, 바로 나였다.

그래서 어쨌든 우리는 누나에게 말을 걸어 일의 전말을 이야기했다.
그래서 친구 동생이 이의를 제기하는거야.

친구 동생이 말하길 우리가 아저씨라고 했던 건 친구 동생이 봤을 때 아저씨도 아니고, 검은 그림자 덩어리로 그런 걸 아저씨라고 해서 더 다가가는 우리 때문에 더 쫄았다고.


일련의 이야기를 들은 누나는 우연히 지나가던 체격좋은 직원 형에게 그 사실을 말했다.
그 형은 우리에게 "그건 무서웠겠구나, 형이 보고 와볼게"정도로 말을 하고 나갔어.
누나는 우리에게 "여기서 쉬고 가면 돼."라고 말해주었고, 안심한 우리는 조금 울었다.

그 후, 나는 바지와 팬티를 빨고 싶은데 혼자서는 무서워서 친구와 친구 동생을 데리고 화장실에 가서 씻었다.
씻고 들어오니까 누나랑 형이랑 얘기하고 있었어.

형이 말하기를, 아저씨는 이제 없었고 그림자 같은 것도 못 봤대.
우리가 놀던 장소를 찾았는데 거기에도 특별한 수상한 것은 없었다고 하는거야.
단지, 형은 내가 지린 장소를 이미 말랐지만 발견한 것 같고, 그 주위에는 이상한 냄새가 났다고 했어. (내 오줌냄새는 아닌 냄새)
그리고 그 형은 우리의 짐과 자전거를 가져다 주었다.


그 후에는 잠시 시민 수영장 대합실 같은 곳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날이 밝은 동안에 달려서 돌아갔다.

이걸로 끝. 그 이후로 그 수로에는 안 가봤어.
부모님과 할머니께도 얘기했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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