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들어줘. 혼자 있으면 미칠 것 같아.
나는 보잘것없는 사축이다. 원룸의 저렴한 아파트에 혼자 살고 있다.
지금은 결혼은 하지 않았다. 아마 이대로 계속 혼자일 거야.
그리고 우리 집에서 도보로 5분 정도 거리에 친 할머니가 혼자 살아.
백 살 가까운 고령이지만 허리도 하체도 튼튼하고, 자기 일은 대부분 할 수 있고, 일주일에 세 번 정도 도우미가 방문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시설에 들어가지 않고 집에서 살 수 있어.
나는 간호는 할 수 없고, 솔직히 하고 싶지도 않기 때문에, 2주에 한 번이나 3주에 한 번 얼굴을 내미는 정도로 관계는 유지하고 있다.
일주일 전에도 상황을 지켜봤는데 더위가 다소 누그러질 정도로 아주 건강해 보였어.
그래서 바로 어젯밤이야.
엄마 핸드폰에서 전화가 왔어. 할머니가 돌아가셨대.
진짜 놀랐어 미치겠어.
그런 나한테 엄마는 냉정한 목소리로 얘기하는 거야. 자기는 지금 손을 댈 수 없으니까 네가 장례식장에 연락하라고. 인근 장례식장 이름과 연락처를 알려주고 전화는 끊겼다.
하지만 난 연락할 수 없었어. 진짜 놀랐고 무서워서 어쩔 수가 없었으니까.
그랬더니 또 엄마한테 걸려왔어. 이번에는 절에 전화하라고 하네...
우리집에서 단골(?)인 절은 ○○사니까 바로 연락하래. 그래서 장례식장 이름도 잊지 말고 전해두라는 거야.
할 수가 없잖아, 그런 거.
그랬더니 또 잠시 후 엄마가 전화를 해서, 이번에는 친척에게 연락하라고 했다.
진짜 머리가 어떻게 될 것 같아서는, 내가 말한 거야.
"엄마, 어떻게 전화할 수 있는거야."
라고.
우리 엄마는 반년 전에 암으로 돌아가셨어. 핸드폰도 내가 분명히 해지했는데 어떻게 전화를...
그랬더니 엄마는 더이상 말을 하지 않았어. 계속 오랫동안 잠자코 있어. 마지막으로 혀를 차는 소리가 들리고 전화가 끊겼다.
이야, 이 기분을 이해하겠어? 나는 무서워서 어쩔 수가 없어.
참고로 아버지는 더 옛날에 암으로 돌아가셨어.
우리 부모님은 할머니랑 같이 사셨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로 계속 피가 이어지지 않은 할머니를 엄마가 돌보셨어. 죽을 때까지 계속.
정말 무서워서 어쩔 수 없어.
이미 돌아가신 어머니가 아직 살아계신 할머니를 돌아가셨다고 말하고는, 능숙하게 장례 준비를 진행시키려고 한 것이 두려워서 어쩔 수 없는 거야.
울어야 할지 사과해야 할지 모르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