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의 이야기를 투고하겠습니다.
할아버지는 간사이에서 건축업을 하시고 교우관계도 풍부하셨다.
사람을 많이 사귀어서 그런지, 비교적 남들에게서 별난 물건을 사는 경우가 많았다.
허세 많은 할아버지는 일본도라든가 호랑이 장식물 같은 것을, 나쁜 의미로 잘 사셨다.
술을 마시면 수다를 떠는 할아버지는 어떤 상자 이야기를 해주셨다.
지금은 어디론가 가버린 상자지만, 터무니없이 수상했다는 모양이다.
낡긴 했어도 신기하고 예쁘다고 느껴지는 상자였다고 한다.
군데군데 벗겨졌지만 전체적으로 깨끗하게 유지된 옻칠이 된 것 같은 검은색이었다고 한다.
원래는 한국이나 중국의 절 같은 곳에 있었다고 한다.
그 절이 없어지고, 어떤 경위인지는 모르지만 일본까지 왔다고 한다.
그리고 친구의 손을 건너 할아버지에게 흘러왔다.
친구는 "안은 절대 보면 안 된다, 보면 반드시 큰일이 난다"고 하면서 몇번이나 반복해서 보아서는 안된다고 못박았다.
친구는 농담을 하는 타입이 아니라서 할아버지도 꽤나 무서워졌다고 했다.
다만 낙천가인 할아버지는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모양이고, 가격은 결코 싸다고 할 수 없었다는데, 상당한 가격에 사들였다고 한다.
친구는 돈에 조금 어려움을 겪고 있던 것 같아서, 할아버지는 도와주려는 목적으로 상자를 산 것 같다.
다만 상자의 쓰임새도 모른 채 그대로 사무소의 컨테이너에 넣어뒀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할아버지가 다치는 일이 늘었다.
여름방학에는 나도 사무실에 놀러가는 일이 많았다.
그때 전동톱으로 할아버지의 손가락이 절단된 현장에 있었던 적이 있다.
할아버지는 잘라졌다며 웃었지만, 종업원들이 하얗게 질렸던 분위기가 아직도 기억난다.
그리고 종업원들의 부상이 이어졌고 할아버지도 머리를 싸매신 것 같다.
그러다가 직원으로 경리를 하시던 할머니가 문득 중얼거렸다.
"동물을 보지 못했어."
사무소는 몇 군데 있었고 컨테이너가 있는 곳은 특히나 자연과 동물로 둘러싸여 있었다. 가끔 멧돼지도 나올 정도였다.
당연히 새 정도는 좋든 싫든 보게 된다.
그래서 동물이 보이지 않는 것은 이상하다는걸 모두들 깨달았다. 그러나 아무도 상자의 존재를 몰랐으니 원인도 모른 채 불안해했다.
할아버지는 문득 상자가 생각났다.
그래서 컨테이너까지 찾아가자 그곳에는 쥐와 비둘기, 여러 벌레의 사체가 대량으로 있었다고 한다.
역시나 할아버지도 낌새가 좋지 않다고 생각해 상자를 나일론 봉투에 넣고 의지할 만한 지인의 집으로 향했다.
할머니의 절친한 지인은 오컬트에 정통해서 할머니는 항상 대단하다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난다.
나도 엄마랑 할머니한테 얘기만 들었는데 전혀 믿지는 않았고, 속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결과적으로 대참사가 되어버렸다.
그 지인은 의문의 두통에 지금까지도 시달렸고,
그 딸은 큰 사고를 당해 더 심한 상태가 됐다는 것이었다.
할아버지는 상자를 건넸을 뿐이라고 하는데, 아마도 열었다고, 열려고 한 것이 아닐까 하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곧 할아버지에게 상자가 돌아왔다.
어딘가 버릴 수도 없었던 할아버지는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그것을 집에 두었다.
하지만 한 곳에 오랫동안 두지 않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결과적으로 그게 가장 좋은 방법이었을거라고 하셨다.
하지만 그래도 묘한 현상은 일어났다.
일단 목소리가 들려왔다.
낮은, "우으으-" 하는 소리가 수십 겹으로 들려왔다.
때로는 복도에서, 때로는 귓가에 들려왔다.
여기까지는 할아버지도 참았다고 한다.
할머니는 벌거벗은 젊은 여자를 봤다고 하셨다.
거실을 휙 지나갔고, 다음 순간에는 뒤를 지나갔다고 한다.
그때 할머니가 열기를 느꼈다고 한다.
그 밖에도 거실에서 작은 화재, 악몽, 고양이 울음소리가 있었다고 한다.
할머니는 잘 자고 있을 때 누군가 머리를 만졌다고 하셨다.
상자를 옮겨도 한동안은 보인다는데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
그걸 한 달 정도 반복하다가 할아버지의 지인의 지인이 드디어 해결할 만한 사람을 찾아냈다.
만나러 온 것은 평범한 젊은 남녀였다.
할아버지는 보통 이웃에 있음직한 사람이었다고 하셨다.
이야기를 들으니 부부 둘이서 농사를 짓는 것 같았다.
매년 야채를 받아다가 먹곤 하는데 매우 맛있다.
할아버지는 차에 상자를 넣으셨는데 남편이 엄청 무서워했다고 한다.
차 주위에 대량으로 뭔가 사람 같은 뭔가가 있는데, 어느 것도 오체를 다 갖추지 않았다.
그것들은 검붉고 왜곡된 모양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할아버지는 두 분에게 확인을 받고 상자를 가져왔다.
그리고 즉시 남편이 토했다.
남편은 거기에 지옥이 있다고 했다.
한 번 이매망량 덩어리가 된 곳을 방문한 적이 있다고 했는데 거기에 비할 바가 아니라고 한다.
그 상자 자체가 지옥이고, 그 상자 자체가 모든 것을 까맣게 찌그러뜨리는 것 같다.
즉, 존재조차 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땅도 사람도 공기도 온갖 물건을 더럽힌다.
존재 자체가 부정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남편은 이 상자는 모든 장소에서 모든 것을 부패시켜 왔다고 말했다.
그때서야 낙천가인 할아버지조차도 이것을 계속 가지고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남편이 부인에게 괜찮냐고 묻자 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남편과 부인, 상자를 하룻밤 한 방에 지냈다.
나중에 남편이 꿈에서 본 것을 얘기해주었다.
아주 오래전의 시대, 아마도 중국이 기원한 것이 아닐까.
그것은 이미 그곳에 모셔져 있고, 누군가 흥미 위주로 열었다고 한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고보니 절은 불태워지고 있었다.
그곳 스님이 불 속으로 뛰어들어 불타면서 상자를 꺼내왔다. 그리고 거기서 힘이 다했다. 하지만 상자는 열려 있었다.
그것은 거기 모인 구경꾼들을 미치게 했다.
여자가 벌거벗은 채 반광란으로 주위 사람들을 죽이며 웃고 있었다고 했다.
그것이 마을에 전염되어 고명한 스님이 봉할 때까지 맹위를 떨쳤다고 한다.
물론 남편의 꿈이지만 할아버지는 사실이라고 확신하셨다.
부인은 "아마도 소용이 없었던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라고 말했지만 상자는 약간 갈라져 있었다.
이것도 할아버지가 지인에게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부인은 강한 요괴에 홀린 것 같다.
부인에게 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부인에게 해를 끼치는 것에 대해 상당히 공격적인 요괴 같았다.
남편은 보이지만 쫓아낼 힘은 없다. 부인은 보이지 않지만 쫓아낼 수 있는 상황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쫓아내고 싶은 것이 있는 사람과 쫓아낼 수 있는 것이 달라붙은 싶은 부인은 어떻게 보면 이해관계가 생긴다.
다만 사람에게 영혼이 홀려 있을 경우 그 사람까지도 공격한다.
그래서 위험한 장소나 물건에만 대응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지인에게는 소개료를 받는 시스템인 것 같다.
그 남편은 보이는 것 말고도 내가 보기에도 정말 성인(聖人) 같은 사람이었다.
그것도 있지만, 남편에게는 요괴가 반응하지 않는 것 같고 부인도 이 사람만은 정말 특별하다고 한다.
남자들의 더러운 마음조차 홀린 것은 공격으로 간주한다.
게다가 부모의 꾸지람까지도 그 대상에 들어가는 것 같고, 홀린 것이 부인 주위를 엉망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부인은 상자의 무언가에 일부러 공격을 받아 홀린 것에게 공격하게 했다.
안 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부인이 건강해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항상 권태감과 기묘한 감각이 있는데, 강한 공격을 당하면 몸이 편해진다는 것이었다.
아마도 홀린 것이 일시적으로 소모되어 부인을 떠나는 탓이 아닐까 하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반년 정도 건강함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 같아 매우 기뻐하고 있었다.
지금은 아이도 생겨서 어떻게든 행복하게 지내는 것 같았다.
이후, 상자의 현상도 일시적으로 사라졌다.
할아버지는 그 사이에 필사적으로 수소문했고, 그런 소문난 물건을 수집하고 있는 부유층의 중국인에게 배 이상의 가격에 팔아 넘겼다고 하셨다.
다만 악용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다.
사실, 나는 그 컨테이너에서 그 상자를 열어본 적이 있다.
안에는 메마르고 가냘픈 아기의 손 같은 것이 말끔하게 들어 있었다.
그때 그걸 만졌더라면 어떻게 됐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