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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 괴담

스승시리즈 - 가리키기

레무이 2017. 1. 16. 19:48

초등학교 때, 해안가에 있는 청소년의 집에서 학교 합숙이 있었다.

근처에 있는 신사까지 왕복하는 담력시험을 한 다음에, 이제 자기만 하면 된다는 시간대가 되었다. 

무서운 경험을 하고 난 직후의 묘하게 들뜬 분위기 때문인지, 우리들은 남녀 합쳐 8명이서 그룹을 만들어 건물 1층 안쪽에 있는 휴게실에 모였다. 

소등은 방금 전이었으므로 또 선생님이 순찰을 돌 가능성도 있었지만, 들키면 그 때는 그때다, 라는 심정이 되어있었다.

왜냐면 그 중에 한명, 괴담 이야기를 잘하는 녀석이 있었던 것이다. 평소에는 눈에 띄지 않는 데 의외의 재능을 가졌다고 해야 할까, 여하간 그가 하는 무서운 이야기는 더듬더듬 말하는 그의 말투와 어울려 이상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이었다.

우리들은 열중해서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아니, 그 장소에서 떠날 수 없었다고 해야 할까. 다다미가 깔린 휴게실엔 낮은 책장만이 여러 개 있었는데, 그 책장에는 둘러앉아있는 우리들의 그림자가 흔들흔들 흔들리고 있었다. 둘러앉아있는 사람들 한 가운데, 그가 초를 세워 둔 것이었다.

평소에는 체육 수업에도 참가하지 않고, 창백한 얼굴을 하고 교실 구석에 얌전히 있는 이미지였던 그가, 그 때는 우리들을 지배하고 있었다. 아무도 이제 자자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혼자서 방으로 돌아가라고 할까봐 무서웠던 것이다.

담담하게 이야기는 이어져, 여자아이들의 얼굴이 점점 굳어지는 것을 느꼈다. 남자 아이들도 반 정도는 강한 척하면서 다음 이야기를 빨리하라고 재촉하였지만, 그것도 공포심을 호기심으로 바꾸기 위해서 자신을 속이려고 하는 것이 틀림없었다.

어느새 이야기가 끊어지고, 방 안에 정적이 찾아왔다.

그는 잠시 휴식이라는 듯이 손을 들고, 가져왔던 물통에 있던 물을 마셨다.

훌쩍하고 누가 코를 들이쉬자, 연쇄하는 듯이 훌쩍, 훌쩍이라는 소리가 조용해진 휴게실 안에 울려 퍼졌다.

분위기를 견디지 못하였는지 남자 아이 한명이 무리하게 밝은 말투로 말하였다.

“이런 게임 하지 않을래.”



모두가 눈을 감고, 지금 유령이 있을 것 같은 장소를 가리키는 거야……

그 아이의 말에, 남자아이도 여자아이도 주저하였지만 “재미있어 보이잖아.”라는 그의 한마디에 하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가 되어있었다.

“그럼 눈을 감아.”

이야기를 꺼낸 아이가 그렇게 말하자 나도 억지로 눈을 감았다.

갑자기 내 심장의 소리가 커진다. 

“이제 가리켰어?”

이런 소리가 들려와, 당황해서 적당히 아무 곳을 가리켰다.

있을 것 같은 곳을 느꼈던 것은 아니다. 왠지 그곳을 느끼려고 하는 걸 ‘하지 않는 게 좋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눈을 떠, 라는 목소리가 들려 조심스럽게 눈을 뜬다.

꺅 하는 짧은 비명 소리가 들렸다.

거의 모두가 각각 다른 방향을 가리켰지만, 그 중에서 여자 아이가 두 명, 거의 같은 방향에 손가락을 향했던 것이다.

싫다아, 라며 얼버무려 보지만, 목소리가 떨리는 것이 느껴진다.

“다음 이야기.”

라며 그가 슬쩍 말하며 몸을 내민다.

우리들은 촛불에 얼굴을 가까이 댔다. 둘러앉은 원이 작아진다.

또 그의 소름 돋는 이야기가 시작되어, 왠지 모르게 신비한 여운을 남기고 끝난다. 숨을 내쉬는 소리가 각각 다른 길이로 작게 들려온다.

“또 유령이 있을 것 같은 곳을 가리키자.” 

똑같은 남자아이가 말했다. 아아 물론 괜찮아라고 강한척하며 다른 아이가 눈을 감는다. 다른 아이들도 따라서 눈을 감았다. 적어도 나는 혼자서 눈을 뜨고 있는 것이 무서웠다.

“그럼 눈, 떠봐.”

그런 말을 듣고 눈을 뜨자, 이번에는 남녀 한 쌍으로 같은 방향을 가리켰다. 나는 나도 모르게 그 하얀 벽에서 눈을 피했다. 왠지 보일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그 뒤에도 그가 이야기를 하나씩 할 때마다, 그 영감실험 같은 게임을 하였다.

게임을 하자고 말을 꺼낸 아이도 창백해진 얼굴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아무도 그만두자고 말하지 않았다. 전원이 빠져나갈 수 없이 반복되는 원 안에 갇혀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슬슬 깨닫기 시작했다.

손가락을 가리키는 방향이 점점 같아지기 시작했다.

눈을 뜰 때마다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리고, 모두의 시선이 그 쪽을 향한다. 이번에는 4명이 거의 같은 방향의 창을 가리켰다. 두꺼운 커튼이 쳐져있는 밖은 볼 수 없다. 분명 밖에서도 촛불의 작은 빛이 보이지 않겠지.

헤헤헤, 라고 누군가가 쑥스러운 듯한 웃음소리를 냈다. 아무도 창 밖, 커튼 너머를 확인하려고 하지 않았다.

모두가 그 쪽에서 어색하게 시선을 피할 뿐이었다.

“다음 이야기.”

라고 그가 다시 슬쩍 말했다.

그가 이야기를 시작하자마자 이제까지의 괴담과는 다른 것을 느꼈다.

한밤중에 아이들이 모여, 유령이 있는 장소를 맞춰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게임을 하는 이야기였다.

마치 우리들 같았다.

하나하나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점점 손가락이 한 곳을 가리키기 시작했다. 두사람, 세사람, 네사람, 다섯사람…… 

그리고 마지막 이야기가 끝났을 때, 전원의 손가락이 같은 장소를 가리켰다…… 

거기서 그의 이야기는 끝났다.

그랬을 텐데, 모두 숨을 내쉬지 않는다.

여기서부터 그 다음이 시작되는 거다.

“눈을 감아.”

라고 그가 말했다.

아무도 거스를 수 없었다.

내 앞에 있는 촛불이 흔들림만이 밤 속에, 아지랑이처럼 남았다.

우리들이 가라앉듯이 둥글게 앉아있는 휴게실의 모든 방향이 흐늘흐늘 움직이고 있는 듯한 기척이 들었다.

어디를 가리켜도, 무척 싫은 장소를 가리켜버릴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떨면서, 손이 움직인다.

“눈을 떠.”

라고 어둠 속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우리들은 전원이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 것을 보았다.



대학 1학년의 봄이었다. 

나는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친해진 선배와 둘이서 심령 스폿을 찾아갔다.

그 사람은 괴담 이야기를 좋아하는 나와 전혀 비교도 안 될 정도의 수상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이상한 인물로, 내가 그를 스승이라고 부르며, 가는 곳을 따라 다니고 있었다.

“이 세상에는 설명 되지 않는 것도 있는 법이야.”

산 비둘기의 소리가 저 멀리서 들려오는 암흑 속에서 작은 램프가 내 얼굴을 비췄다.

내 비장의 체험담을 듣고 나서, 스승은 한마디 말하며 끄덕인 뒤로 반응하지 않았다.

뭐라도 말하지 않으면 무서움이 더해진다.

지금 있는 여기는 마을에서 떨어진 산길을 구불구불 올라와서야 겨우 도착할 수 있는, 버려진 듯한 조립식 주택이었다.

여러 자재 같은 것이 흩어져있어 상할 대로 상해있었지만, 안은 넓다. 파란 시트의 먼지를 털어내고 그 위에 앉아있자,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 신체의 외측에 들어붙어, 공연히 몸이 식는다.

심령 스폿에 앉아 괴담이야기를 즐긴다는 짓을, 잘도 한다고 생각한다. 이야기하고 있는 중에도 이상한 기분이었다. 여기에 두 사람 밖에 없을 터인데, 더 많은 기척이 듣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손가락 가리키기 게임은 처음이었나.”

그제야 스승이 입을 열었다.

“그렇습니다. 아마도, 다른 아이들도. 그게 왜요.”

스승이 눈을 가늘게 뜨며 입가에 웃음을 뗬다.

“마지막에, 모두가 어디를 가리켰는지, 알아 맞춰볼까.”

놀랐다. 그리고 동시에, 그 휴게실의 상세한 모습을 설명하지 않았으니, 알 수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네 아야기만으로도 알 수 있어.”

스승은 아주 당연하듯이 단정했다.

나는 조금 긴장한다. 알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렇지만, 기분 나쁜 분위기가 흐르는 밤의 조립식 주택 안에서, 그 확신이 흔들린다.



램프 주변을 나는 작은 벌레들의 소리를 들으며, 암흑에 떠오른 얼굴을 바라본다.

“전원, 그 괴담이야기를 한 ‘그’를 가리켰지.”

그렇게 말하며 스승은 내 미간 부근에 손가락을 향하더니, 그리고 그 손가락을 감추듯이 쥔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다르겠지.”

왜냐하면, 하고 잇는다.

“너는 한 번도 그 게임을 진지하게 하려고하지 않았어. 유령의 기척을 찾는다는 무서운 짓은 할 수 없으니까. 오히려, 네 손가락은 그런 장소를 가리키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어. 다른 사람과 같은 방향을 가리켜버린다면, 정말로 거기에 유령이 있는 것 같은 공포심을 느끼게 되어버리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그러니까 오히려, 아무것도 없는 장소를 가리키지 않으면 안된다, 라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있을 것을 상상하기 어렵지 않아. 그리고 그것은 게임이 진행됨에 따라, 그 장소에 있는 모두의 공통의식이 되어있었다……“ 

스승의 말은 흔들림 없는 신기할 정도의 자신감에 차있었다.

“처음에 여자 아이 둘의 손가락이 한 곳을 가리킨 후에, 아마도 모두들 이렇게 생각했다. ‘다시 한 번, 그 방향을 가리키는 건 너무 무서워’그러니까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그 방향을 피했다.

그리고 아마도 그 방향에서 아예 떨어진 장소, 예를 들어 반대 방향으로 우연히 남자 아이와 여자 아이가 같은 곳을 가리킨다. 그리고 모두는 생각하지. ‘저기도 안 돼.’ 라고. 또, 가리킬 수 있는 장소가 줄어든다. 자연히 다음에 손가락이 한 곳을 가리킬 확률은 증가하지. 반복하면 반복할수록.“  

슥슥, 문자를 쓰듯이 손가락을 허공에 움직이며 스승은 조립식 주택 안을 둘러본다.

“그리고 ‘그’는 지금 자신들이 놓여있는 상태와 같은 괴담을 시작한다. 이건 반칙이야. 아무리 무서워도 이야기 속이니까, 라는 필터가 벗겨지며, 괴담이 현실을 침식하기 시작하지. 아이들의 마음속은 공포로 가득찼음이 틀림없어.

그렇게 해서 단 하나의 강박관념에 지배당하지. ‘다음에는 절대로 다른 사람과 같은 방향을 가리켜서는 안돼‘라고. 심지어 그가 말한 괴담의 결말인, 전원이 같은 방향을 가리키는 일 같은 건, 절대로 있어서 안되었지.“



스승은 손가락을 내리고, 그대로 고개를 숙인다.

“그러니까, 모두는 눈을 감은 채로 생각했다. 절대로 다른 사람들이 가리키지 않을 장소. 그런 방향에 유령이 있을 리가 없는 곳. 있을 거라고, 생각지도 않는 장소……”

문득 한기가 들었다. 설마, 스승은 알아 버린 건가?

“거기는, 그 휴게실은 1층에 있었다. 그러니까……”

스승은 얼굴을 들고 오른 손을 들어, 그 검지를 천천히 아래쪽으로 향한다.

“모두들, 아래쪽을 가리켰다.”

그 말을 들은 순간, 머릿속에 선명한 기억이 떠오른다. 


여자 아이들의 비명. 남자 아이들의 비명. 탁탁하고 여기저기로 도망치는 발소리. 

전원의 손가락이 아래를 향했을 때, 나는 정체 모를 금속성의 비명을 들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등에 무겁고 차가운 액체를 흘려 넣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쨌든 그 장소에서 도망가려고 누군가가 부딪혔다. 넘어진 내 눈 앞에, 초 앞에서 경악한 표정을 지으며 경직된 그의 모습이 보였다.

곧 휴게실에서 소리치며 몇 명이 뛰어나가고, 그 소동을 들은 선생님이 잠옷을 입은 채 달려왔다.

우리들은 엄청나게 혼나고, 한발씩 뺨을 맞았다.

특히 초를 가져온 그는, 선생님 방에 업히듯 끌려가버렸다. 괴담이야기를 했을 때의 침착했던 태도는 사라지고, 죄송해요 죄송해요라고 울며 애원하고 있었다. 


“잘도, 알아 맞혔네요.”

그렇게 말할 수 밖에 없었다. 새삼스레 이 사람은 대단하구나 생각했다.

“아마도 전원의 손가락은 엄밀하게는 제각각이었을 거야. 자신의 바로 아래나, 바닥 위의 어딘가. 어쨌든 그때까지 두 사람이상이 같은 방향을 가리켰던 것처럼은 같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

그렇지만 눈을 뜨고, 다른 아이의 손가락이 가리킨 방향을 보았을 때, 모두의 의식은 ‘아래’라는 기호로만 인지하고 있었겠지.“

그렇게 지적당하자 처음으로 깨달았다. 확실히 손가락은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지 않았다. 그런데 ‘한 방향이다’라고 착각하고 있었다.



“쉽게 믿는 아이들에게, 그 게임은 너무 잔혹했군.”

스승은 입가만 웃고 있었다.

나는 왼쪽 팔을 문지르며 어깨를 숙였다. 그 공포체험에, 그런 심리트릭이 숨겨져 있었다니…… 

문득 머릿속에 미묘한 위화감이 느껴졌다.

어라? 그렇다고 하면 이상하다.

“이 세상에는 설명 되지 않는 것도 있는 법이야, 라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내 이야기가 끝난 후에, 확실히 스승은 그렇게 말했다. 그렇지만 그 직후, 훌륭하게 심리적으로 설명이 되어버렸다.

그 때는 모든 것을 담고 있는 말처럼 들렸는데. 왠지 허무하다. 

“누가, 그 이야기의 설명에 대한 거라고 말했지?”

스승이 천천히 말을 한다. 그 순간, 오싹하고 소름이 돋았다.

램프의 빛 속에서 머리를 돌려, 거미줄이 연기처럼 덮여있는 주택의 사방에 시선을 주며, 스승은 계속 말했다.

“여기는, 도산한 토건회사의 자재창고였던 것 같아. 그것이 어째서 심령스폿이 되었는지, 아직 말하지 않았군. 뭐, 한마디로 말하자면, 사장이 여기서 목을 맸어. 거기 있는 기둥에 넥타이를 걸어서 말야.”

램프를 그쪽으로 향한다.

왠지 무서운 것이라도 본 것처럼, 나는 나도 모르게 몸을 뺐다.

“그래서, 그 뒤 밤에 주택 앞을 지나면 창문 안에 누가 서있는 것이 보인다는 소문이 났다.  그 창 너머에 있는 사람 그림자는, 이상하게 목이 길다고 하는군. 죽은 사장이 승천하지 못하고 지박령이 되어 지금도 이 조립식 주택을 헤매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라고 스승이 한 박자 멈춘다.

“사장이 목을 매단 이유를 거슬러 올라가면, 재미있는 소문에 도달하지.”

철컹하고 램프를 놓고 일어선다.

블루 시트에서 걸어 나와 지면 위를 원을 그리듯이 걷기 시작한다.



“토건회사가 도산한 건, 자금 흐름이 악화해서 부도를 냈기 때문인데, 그 자금 흐름 악화에 결정타였던 게, 엉망진창인 설계로 시작한 지방 지자체 공공공사를 최저제한가격으로 아슬아슬하게 낙찰시켰던 것 때문이야. 설계대로 하려고하니 정해져있는 기간에서 한참 늦어져서, 지자체의 담당과 이래저래 논의를 반복하다가 현금흐름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어. 겨우 공사를 끝내고, 지자체가 지불도 완료하였지만, 그 때는 토건회사로서의 기반이 엉망진창이 되어있었지. 그리고 1년 후에 도산, 이라는 흐름인데…… 

사실 그 공공공사를 하는 도중에 사건이 일어났었어.“

갑자기 스승이 발을 멈춘다.

“기초공사를 하기 위해서 지면을 파내고 있을 때였지. 현장감독과 몇 명의 작업원이 땅 밑에서 뭔가 유물 같은 것을 발견했어. 통상적으로 조개 무덤이나 고대인의 유적 같은 유물을 발견한 자는 교육위원회에 보고해야하는 의무가 생기지.

그렇지만 이것이 공사를 해야 하는 회사에게는 귀찮은 물건으로, 일단 조사가 끝날 때까지 공사를 중단하지 않으면 안 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공사 그 자체가 중지되는 일도 있어. 체력이 없는 중소 토건회사에게는 사활이 달린 문제지.

그러니까 그 보고를 현장감독한테서 받은 사장은, 유물발견 사실을 감추도록 지시했어.

그리고 그 파헤쳐진 유물은 은밀하게 다른 장소로 옮겨져, 다시 묻혔지. 물론 그 토건회사의 사유지에. 그 뒤에, 그 토지 위를 덮는 듯이 조립식 주택이 세워지지. 자재창고로 쓰이지만, 곧 토건회사는 도산의 위기에 처해, 사장은 거기서 목을 매고 죽는다……즉, 여기다.“

스승은 조용히 말했다.

공기의 흐름이 조금 변했는지, 주택 구석에 쌓인 짚 더미에서 삭은 냄새가 난다. 

오싹오싹 왠지 모를 한기가 발밑에서 기어 올라오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대체, 파헤쳐진 것이 무엇이었는지, 그건 전해지지 않아. 그 소문 자체, 기계를 움직이고 있던 작업원한테서 두 다리 건너 들은 것으로, 토건회사의 예전 종업원들 사이에서 은밀하게 들려오는 것 같아.

단지, 회사 도산도 사장의 죽음도, 그 유물의 저주에 의한 것이 아닌가하는 소문이 돌고 있지. 발견해서는 안 될 것을 발견해버리고, 그것을 다시 한 번 묻어버린다고 하는, 엄청난 짓을 했으니까라며.

사장이 목을 맨 것이 본사나 다른 시설이 아니라, 이 산속에 있는 자재창고 였다는 것은, 그 정도의 인과 같은 것이 있는 게 아니냐고.“

스승은 기둥 옆에 서서 그것을 쓸었다. 사장이 넥타이를 걸었다고 하는 기둥이다.

“그리고 그 사장의 유령이 아직도 여기에 갇혀있다고 하는 것도, 끝없는, 어둠의 중력 같은 것을 느끼게 하지.”

아까부터 멀어졌다가 가까워졌다가하며, 귀 울림 같은 것이 나고 있다.

나는 귀를 막고, 비명을 지르고 싶은 것을 필사적으로 견디며, 그래도 스승의 입가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뭔가가 피어오르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가.

“너는 이 조립식 주택에 얽힌 이야기를 전혀 듣지 않은 단계에서, 특별한 주제도 없이 괴담이야기를 하는데, 일부러 그 초등학교 때의 체험담을 했지. 마치 고른 것처럼. 그러니까, 말한 거야. 이 세상에는 설명이 되지 않는 것이 있다고.”

스승은 발소리도 내지 않고 내 앞에 다시 한 번 앉았다.


자, 눈을 감고, 손가락으로 가리켜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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