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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13rd] 작은 신사의 사무소

레무이 2017. 1. 11. 19:55

내가 초등학교 3학년 여름 방학때 있었던 이야기.


후미진 시골이었는데, 지역의 어린이회 연례 행사로 칠석잔치가 있었다.


칠석이 지난 뒤에 하는 행사인데, 모두 모여서 장기 자랑 (퀴즈 같은 ㅋㅋ)을 하거나, 카레를 만들거나 하는 즐거운 잔치.


기본적으로 참가자는 아이였고, 작은 신사의 사무소(평상시 지역의 집회소로 사용하는)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당번으로 보호자 몇 명정도 자원봉사로 불을 다룬다거나 하는 일을 도와주고 있었다.


그해 우리 어머니는 어린이회의 당번이었고,


또다른 당번인 T씨 (내 동급생의 남자애와 그보다 2살 어린 꼬마의 엄마)와 함께


재료를 사거나 사무소를 청소하는 등의 준비를 했다.




칠석잔치도 무사히 끝난 밤 9시경 이었다고 기억한다.


우리 지역은 작은 산을 끼고 남쪽과 북쪽으로 나뉘는데, 사무소와 참여한 아이들의 집은 북쪽이었고 우리집은 남쪽이었다.


북쪽 집인 아이들은 모두 자전거로 왔기때문에 그대로 돌아갈 수 있었고, 남쪽 집인 아이들은 보호자가 차로 데리러 왔다.


남은 것은 나와 어머니, 그리고 T씨.


T씨의 두 아이는 집이 북쪽에서 가깝기 때문에 먼저 돌아갔지만, 우리 집은 남쪽이라 혼자 갈 수는 없었고 어머니와 함께 가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행사 뒷 정리도 끝나고, 어머니, 나, T씨는 사무소의 문단속을 하고, 이제 돌아가려는 때였다.



어머니 : "아, 화장실 불 안껐을지도 몰라."


T씨 : "그럼 열어보고 올까."


어머니 : "아니, 내가보고 올게. T씨 먼저 들어가~"


T씨 : "그런거 싫다고~"


이런 흐름으로 대화를 나눈 잠시 후, 결국 T씨는 먼저 자전거로 돌아갔다.


어머니 열쇠를 열어 사무소에 들어가 화장실 전기도 확인하고 (전등을 껐다)


다시 한번 문단속을 한 뒤 이번에야말로 집에 가려고 나는 어머니와 함께 차에 탔다.



이 때가, 아마 밤 10시 정도 였다고 생각한다.



위이이이이이, 위이이이이이, 위이이이이이이이이이-



시동이 안걸린다. 몇 번이나 키를 돌려봐도 걸리지 않는다.



어머니 : "어아~ 배터리가 나갔나봐~"


나 : "네~!?"


어머니 : "시동이 안걸리네~ 어떻게 한담"


사무실에서 집까지 걸어 돌아 가려면 30분은 걸린다.


게다가 후미진 시골이라 밤길은 절대 걷고싶지 않다.


집에 전화 해서 아버지에게 마중 달라고 할 수 밖에 없지만, 그때에는 휴대폰 없었고, 평상시에는 아무도 없는 사무실이기 때문에 유선 전화도 없다.


그렇게되니, 사무실 근처의 어느 집 전화를 빌려서 연락할 수 밖에 없다.



어머니가 나에게 일단 차에서 내리자고 하여 나와 어머니는 각각 문 손잡이를 당겼다.



철컥-



문이 열리는 소리는 났는데, 문이 열리지 않는다.


반대쪽 문은 열릴까 싶어, 몇번이나 손잡이를 당겨봤지만 열리지 않았다.


뭐라 설명할지 모르겠지만, 뭐랄까 기묘한 느낌...


꿈쩍도 하지않는게 아니라 약간 바깥으로 밀리는데 다시 밀려 되돌아오는 듯한,


마치 바깥에서 누군가와 서로 밀고있는 듯한 이상한 느낌이었다. (당황해서 그때는 창문을 열 생각도 못했다)




밖은 깜깜하고, 나와 어머니 외에는 아무도 없다.


아이였던 나는 그렇다 쳐도, 체격이 좋은 어머니가 전력으로 문을 밀고 있는데도 열리지 않는다.


이제 나는 '무서워- 무서워-' 하며 반쯤 울면서 어머니에게 "왜 못열어요오오오!! 빨리 돌아가요오오오오~~"라고 떼를 썼고,


어머니도 "잠깐만 기다려봐!"라고 말하면서 상당히 초조해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지금와서 생각한 거지만,


아무리 어머니와 내가 각각 차 문을 잡고 씨름하고 있었다고 해서 그렇게까지 차가 덜컹덜컹 흔들릴 수 있는건가?



씩씩대며 어머니가 다시 시동을 걸어봤는데, 몇 번 만에 겨우 시동이 걸렸다.


어머니 : "너, 문 잘 닫았는지 확인해!"


그렇게 말했지만, 잘닫혔는지 확인하려고 해도 문이 열리지 않으니... 어쩔 수없이 그대로 돌아가게 되었다.




사무실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2개 인데, 산을 중심으로 시계 방향으로 도는지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도는지 정도다.


시계 반대 방향은 산 사이의 좁은 길인데, 도중에 묘지 옆도 지나가는데다가 낮에 지역 농민밖에 사용하지 않는 길이기 때문에 가로등도 없다.


시계 방향은 북쪽의 많은 집 사이를 통과하면서 지방도로 나오기 때문에,


약간은 돌아서 가게 되지만, 가로등도 있고 다른 차들도 적긴 하지만 통행하는 길이다.


당연하게도 나도, 아마 어머니도 시계 반대 방향 루트는 생각조차 하지않고, 시계 방향 루트를 통해 돌아가던 도중에 교차점에있는 편의점에 들렀다.


편의점이라해도, ◯손이나 대기업 체인점이 아니고, 지방에 몇 점포 밖에 없는 작은 체인점이다.


게다가 24시간 영업이 아니라 밤 12시에는 문을 닫는다.


왜 편의점에 들렀던 건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도 밝은 곳, 사람이 있는 곳에서 한숨 돌리고 싶어서였을까?


나중에 어머니께 물어봐도 어머니도 그저 왠지... 라는 느낌이었다.




편의점의 주차장에 차를 멈추고 어머니가 문을 조심스럽게 밀어 평범하게 열고 내 쪽의 문도 열었다.


이제 생각하면 그 때의 안도감이라고 하는건 비교할것이 없다.


정신을 차려 보니 나도 어머니도 땀이 흠뻑이고 얼굴은 새빨갛게....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사서 간신히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여기까지가 그 날의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때부터 계속 신경이 쓰이는 일이 있다.




그것은 돌아오는 길에 들른 편의점이 있는 교차로에서 자꾸 사고가 일어나게 된 것.


그 교차로는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통학로인데,


제대로 보행자용 길도 갖춰져 있어서 지금까지 사고다운 사고는 일어난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 때 이후로, 통학 길에 경찰차가 오는 것을 여러 번 목격하게 되었다.


여러 번 말한대로, うちは도 시골이라 교차로의 전망도 특히 나쁘지 않고 교통량도 많지 않다.


몇번이나 말하듯, 진짜 시골이라 교통량 자체가 적은데도 이 교차로의 사고가 엄청 많다.


사고의 규모는 작은 물건정도에서 사람이 중상을 당하는 일 까지 다양하지만, 2~3년에 1번 정도는 사망 사고 정도의 대형사고가 일어난다.


솔직히 우리동네의 규모로는 빈도수가 비정상적이다.


내가 고등학생 때도 나보다 1살 어린 남학생이 사망했다.


덧붙여서 그 편의점에도 차가 돌진했다.


자판기 앞에서 놀고 있던 불량아 몇 명이 중상이었다.




우연일지도 모르지만, 또 궁금한 일이 있다.



그것은 먼저 집으로 돌아갔던 T씨에게 일어난 일.


T씨의 아이(나보다 2살 어린 동생 쪽)가 그해 겨울 초에 사망했다.


며칠 전부터 감기기운이 있었다지만, 그 다음날 아침에 T씨가 깨우러 갔더니 이미 차가워진 상태였다고...


감기가 그렇게 악화되었는지 몰랐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뚜렷한 사망 원인은 모른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불행한 이야기라 생각하는데, 그 이후로는 T씨에 관해서는 아무 이야기도 듣지 못했다.




그래서말인데 그저 내 추측이지만 ...



그날 사무실에서 T씨와 우리 모녀는 '무언가'를 데려와 버린건가.... 라는 거.


T씨는 자전거로 돌아갔기 때문에 자녀 1명을 잃었다.


우리 모녀가 돌아 오는 길에 들른 편의점 주변에서는 내가 아는 한 10명 가까이 사망했다.



그때 탔던 우리집 차는...





소형 트럭이었다.





혹시 뒤쪽의 화물칸에 가득 타고 있었다면...?




시동이 걸리지 않고 문이 열리지 않았던 것은, '무언가'가 모두 탑승할 때 까지 출발시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



덜컹덜컹 흔들리던 것은 뒷편에 탑승하고 있었기 때문?



그리고 도중에 들른 편의점에서 내려 버린 것일까.




만약 바로 집으로 와버렸다면....





그렇게 생각하면 조금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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