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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79th] 귀없는 호우이치

레무이 2017. 2. 3. 18:39

옛날 아미다이지(현재의 아카마신궁)라는 절에 "호우이치"라는 맹인 비파 법사가 살고있었다.


(일종의 음유시인같은)


호우이치는 헤이케 이야기*라는 연주에 능숙하여 평판도 좋았고, 특히 단노우라 전투**의 연주는 모두가 감탄할 정도의 솜씨였다고한다.


(* 헤이케모노가타리: 헤이케(平家, 다이라 씨)의 번영과 몰락을 묘사한 13세기 일본의 문학 작품 - 출처, 위키백과)

(** 단노우라 전투: 헤이안시대 말기, 단노우라(현재 야마구치 현 시모노세키 시)에서 벌어진 전투 - 출처, 위키백과)


호우이치가 어느 날 밤, 언제나처럼 비파를 연주하며 노래하는데, 거기에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신의 멋진 솜씨를 꼭 내 집에 사는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습니다. 만약 괜찮으시면, 동행해 줄 수 있겠습니까?"


호우이치는 이런 야심한 시각이라 의아한 부분은 있었지만, 자신의 솜씨에 좋은 값을 쳐준다면... 하고 여성과 함께 절을 떠났다.


 


여성 데리고 간 곳은 많은 사람들의 기척이 느껴졌다.


"나의 연주를 이렇게 여러 사람들이 기대해주셨다니. 고맙습니다."


호우이치는 언제나처럼, 그러나 조금은 열띤 선율로 비파를 탔다.


청중은 호우이치의 연주에 도취되어 중간에 환호성을 올리는 사람도 있었다. 지금까지 없었던 반응을 느끼면서, 호우이치는 일사불란하게 연주를 계속했다.


결국 단노우라 전투까지 연주할 때는 훌륭함에 오열하여 우는 사람도 있었다.



연주를 마친 호우이치는 말할 수 없는 성취감과 피로에 싸여 있었다. 그러자 다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명성 이상의 훌륭한 솜씨였습니다. 만약 괜찮다면 내일도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그렇지만 이 일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도록 부탁드립니다."


호우이치에게는 거절 할 이유가 없었다.


이렇게 호우이치는 밤마다 외출하게 되었다.



매일 밤 훌쩍 어디론가 없어져 버리는 호우이치을 절의 스님은 이상하게 생각했다.


게다가 최근에 안색이 나쁘고, 여윈 것처럼 보인다.


"흐음, 호우이치는 밤마다 어디에 나가는 거지?"


그래서 스님은 절의 하인에게 호우이치을 미행하도록 부탁했다.



밤, 하인이 호우이치을 지켜보는 가운데, 문득 일어선 호우이치는 뒤뚱대며 걷기 시작했다.


절을 나선 호우이치는 망설임도 없이 마치 눈이 보이는 것처럼 걸어갔다. 깜깜한 밤길을 달빛만 의지하고 따라가는 하인은 놓치지 않는 것이 고작이었다.


잠시 후 도착한 곳은 안토쿠 일왕***의 무덤이었다.


(*** 안토쿠 왕(일본어: 安徳天皇, あんとくてんのう 안토쿠텐노오[*], 안덕 천황 - 출처, 위키백과)

(한국사람답게 일왕으로 표기합니다.)


"어째서 호우이치는 이런 장소에 온걸까?"


하인이 그렇게 생각한 찰나, 호우이치 주위를 불 덩어리가 둘러싸고 있었다. 그리고 호우이치는 무시무시한 모습으로 비파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맙소사! 호우이치가 요괴에 홀려 있었다니!"


하인은 몹시 당황하며 절에 헐레벌떡 달려가서 목격한 것을 스님에게 말했다.



이것을 듣고 호우이치는 헤이케의 망령에 홀려있는거라고 생각한 스님은 다음날 아침 호우이치를 불러내어 질책했다. 그러나 호우이치는 여자와의 약속이 있기 때문에 아무것도 대답하려고 하지않았다.


그래서 스님은 지난 밤에 하인이 본 것을 호우이치에게 들려줬다.


"설마... 그런..."


호우이치는 무심코 몸을 떨었다. 그 청중이 이 세상의 사람들이 아니었다니...


그리고 스님은 계속해서 이렇게 말했다.


"이대로는 호우이치 너도 결국 죽게될거다. 눈이 보이지 않으니까 모를거라 생각하지만 지금의 넌 여위어 뼈가 드러날 정도다."


"스님, 저는 어떻게 해야합니까..."


"헤이케 가문의 영혼은 내가 진정시키겠다. 그러나 그대에게는 다시 망령이 나타날지도 모른다."



스님은 호우이치의 몸을 지키는 수단으로 온몸에 경문을 빈틈없이 적었다. 그리고,


"나는 오늘 밤 헤이케의 망령을 위로하기 위한 경을 올리겠다. 내가 돌아올 때까지 절대 입을 열지 말아라."


라고 당부했다.



해가 저무는 것과 함께 호우이치는 본당에 틀어박혔고, 스님은 나갔다.


호우이치는 단지 침묵한 채로 하룻밤을 보내는 수 밖에 없었다.


그러자 곧 언제나처럼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호우이치 씨, 어디 계신겁니까...."


역시 헤이케의 망령은 호우이치를 데리러왔다. 그러나 빈틈없이 온 몸에 경문을 적은 호우이치는 망령에게 보이지 않는 것인지, 계속해서 절 내부를 방황했다.


어느정도 돌아다니는 기척이 있었지만, 이윽고 발소리가 사라졌다.



"포기하고 돌아가 준 것일까..."


호우이치가 그렇게 생각하고 조금 안도한 순간



"호우이치 씨"



여자의 중얼 거림이 바로 귓가에 들렸다.


갑작스런 일에 무심코 소리를 지를 뻔 했던 호우이치는 어떻게 든 목소리를 삼켰다.


'안좋아...! 발각되었다!'


몸에서 굉장한 기세로 식은 땀이 흘러내렸다.



"호우이치씨는 찾아내지 못했지만, 여기에 귀만은 있는 것 같으니. 대신 이것을 가져가겠습니다."


여자가 그렇게 말한 다음 순간, 호우이치의 귀에 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심각한 격통에 호우이치는 정신을 잃고 말았다.



호우이치가 정신을 차려보니 이불 속에서 누워 있었다.


"오오 호우이치, 깨어났는가?"


스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호우이치는 "헤이케의 망령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라고 물었다.


"어떻게든 밤새 경문을 주창하여 진정시켰다. 그렇지만 미안하네. 그대의 귀에 경문을 쓰는 것을 잊어버렸기 때문에, 귀만을 가져가버렸어."


그런 말을 호우이치가 자신의 귀를 만지면 극진히 치료가되어 있었다. 거기에 귀가 있는 감촉이 없었다.



그 후로는, 헤이케의 망령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리고 부상이 회복 된 호우이치는, 이 이야기가 널리 알려져 '귀없는 호우이치'라고 불리우며 일약 유명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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